11월 제주랑 - 과즙 넘치는 귤세상

#11월의제주 #꼭할게있지 #제주열두달 #매월발행 #짧은에세이

by 말자까

볕은 따사로워 보이지만 바람은 제법 알싸한 11월이다. 제주에 살며 11월이 왔음을 직감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귤'의 출몰이다. 11월이 되면 어디선가 귤박스 선물이 배달되어 온다. 제주 사람에게 가장 괴로운 일은 ‘돈주고 귤을 사먹어야 하는 것’이란다. 제주살이 7년차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도 이제 귤 선물이 어디선가 오는걸 보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회사에 가면 사무실에 귤컨테이너가 하나씩 놓여지고, 식당 앞에도 무한제공 귤이 나타난다. 도로에는 귤 배송트럭이 많아져 차가 막히기도 한다. 심지어 말에게도 남은 귤을 주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제주의 11월은 귤세상 그자체다.


집에 도착한 귤박스를 열어보니 탱글하고 작은 귤이 한가득이다. 10kg 박스에 작은 귤이 가득 차려면 제법 많은 양이다. 그럼에도 다른 물가에 비해 귤값은 덜 오른 편이어서, 다행히 아직까지는 귤을 먹을 때 아까워서 손이 떨릴 만큼은 아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귤농사가 잘된 해라고 한다. 해마다 일조량과 강수량이 달라서 귤맛이 천차만별인데 한해가 달면 한해는 조금 덜하다는 말씀도 하신다. 자그마하고 반질반질한 외모의 올해 첫 귤을 하나 집어 보았다. 귤을 반으로 갈라서 아래에서부터 귤껍질을 까는데 얄포롬한게 뭔가 느낌이 온다. 역시나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다. 한입 시식을 해보고 바로 남편에게 엄지 척을 들어보였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특산품이 있는건 기후와 토양 여건 등의 환경이 뒷받쳐줘 가장 최적화된 상태의 상품이 저절로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의 특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귤을 생산하기에 최고로 특혜받은 장소이며, 우리나라에서 귤을 먹으려면 제주산 귤을 크게 한박스 직배송해서 먹는게 제법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마트에서 귤 몇개만 사도 꽤 비싸고 금방 다 먹게 되는데, 제주산 귤박스를 제철에 한번에 주문하면 겨우내 원없이 먹을 수 있으니, 가격면으로도 품질면으로도 단연 압승이다.


11월이다. 귤 하나씩 까먹으며 따뜻한 방구석에서 뒹굴 뒹굴하며 주말을 보내기 딱 좋은 달이다. 가뜩이나 요즘 독감과 코로나가 기승인데, 천연 비타민씨로 단단히 방어를 하기에도 좋은 간식이다. 올해 특히 당도 높고 과즙 넘치는 제주산 귤들이 11월 지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추가정보) 제주도의 귤 농장은 정말 많다. 나 역시 이곳 저곳을 탐험하며 먹는 유목민이다. 어디서 주문하든 제주도, 특히 서귀포산 귤은 사실상 실패하기 힘들다. 그래도 어느 날 깜짝 놀랄만한 맛의 귤을 찾았다면, 생산 농장이나 유통 판매처의 연락처를 저장하여 매년 이용해도 좋다. 맛있는 귤나무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맛있는 귤이 나올 것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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