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언제 쓰는 것이 제 맛일까?
자칭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이 공간을 시작했던 내가, 글쓰는 일이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끄적임을 주저하고 있었다. 며칠전 좋아하던 정지우 작가님의 변호사 합격글을 보고 다소 충격과 경외심이 들었는데, 상상도 못할 치열한 삶 속에서 저렇게 자박자박한 삶의 단상을 매일같이 남겼다는 그 놀라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삶을 어지럽히거나 나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내가 타인에 대한 시기질투나 증오에 사로잡힐 때, 글쓰기는 그것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을 잠재우고 나를 더 온당한 마음으로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 2021.4.23. 정지우 작가님 facebook 포스팅 일부 발췌'
그리고 오늘 저 문구를 읽고선, 나는 글을 언제 쓸까 라는 생각의 꼬리를 문 채 아침 운전을 했다. 나는 글쓰고 싶을 때가 주로 두가지 정도였던 것 같다. 첫째, 속상한 마음이었을 때 감정을 표출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둘째, 행복하고 자랑하고 싶을 때 그것을 기록하여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첫째 방법으로는 주로 비공개 포스팅이나 가까운 이만 볼 수 있는 공간에 끄적이곤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조차 소수의 가까운 이에게 마음을 표출하고 싶은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니깐 이것은 어두운 감정을 혼자 배출한다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류의 글쓰기었던 것이다. 나만의 대나무숲에서 타자를 치며 감정을 쏟아내었던 그 방법이 결국 내 삶을 어지럽히고 나쁘게 만들지는 않았었나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행히 요즘은 깊숙한 대나무숲에 들어갈 마음의 동요도 과거가 되어버린 상황이어서 다소 안도감을 느끼고,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는 빗나가는 글쓰기가 되지 않아야 겠다 다짐하게 된다.
두번째 방법은 주로 내 행복과 깊은 감정을 기억하고 싶을 때 쓴 글이다. 이 방법은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할 것 같다. 한 주제나 한 문장 정도 문득 퍽 하고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 상황이 바로 노트북을 켤 상황으로 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고, 그저 시각적인 사진 한장 정도로만 찍어놓을 때도 많아서 결국에는 기억하고 싶은 그 감정이 영 기억이 안날 때도 있다.
한편으로는, 왠지 이 곳에서는 한 주제를 가지고 멋있게 써야 하는데라는 하나의 압박이 생겨서 글쓰기의 속도가 안났던 것 같다. 이 곳은 나를 전면 드러낸 공간이기에, 한번 남긴 글을 회수할 수 없다는 그낌이 강해서, 개인적으로 끄적이던 공간과 다른 과한 신중함이 압박감으로 왔던 것 같다. 남들이 원하는 정보, 그러니깐 수의사로서 말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싶다 라든지 제주를 알리고 싶다라는 처음의 방향 설정이 하나의 압박이 되면서 자기 감옥에 갇힌 것도 같다.
정지우 작가님은 매일같이 글을 쓴다. 이 공간은 내가 스스로 나를 드러낸 공간이며, 내 글이 완벽할 필요도 없는 공간이다. 이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공간이며 나는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정보 제공의 압박이나 조회수 증가 등의 머릿속 구름을 걷어내고 이제는 그저 아무때건 나를 치유하고 싶을 때에도 이 곳에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또 방향성이 생길 테고, 이렇게 목표를 조정하는 것 또한 내 마음이다. 조금은 이 곳을 편안하게 생각기로 했다. 글을 쓰는 맛은 일단은 내 입맛에 맞아야 하는게 우선이다. 어차피 주인공은 나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