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정말 비가 끈질기게도 왔다. 특히 제주도는
비가 안 오는 날을 손꼽을 정도로 비만 보고 산 것 같다. 그래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건 겨울에 임신 막달을 버텨 봄에 출산 예정인 24년생 망아지의 어미말들이다.
500kg가 넘는 암말은 340일 동안 한 마리의 새끼를 품는다. 말은 사람과 달리 봄-여름 시즌에만 암말이 임신이 가능한 몸 상태가 된다. 그래서 그 시즌에 새끼를 가지면 이듬해 봄부터 모든 망아지가 동시 다발적으로 태어나게 된다. 망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60kg 정도는 되는 데다가 양수와 태반 무게까지 감당해야 하니 막달의 임신말은 그야말로 배가 남산만 하다.
거대한 망아지를 품으려니 막달이 될수록 자궁은 거대해지고, 나머지 장기는 구석에 찌그러져 있을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찌그러진 장기들이 음식물을 소화시키려고 나름 애쓰고 있는데, 비가 오니 암말은 평소 걸어 다니던 풀밭에 나가지도 못하고, 신선한 풀을 뜯으며 태양을 보며 자연스레 운동할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러다가 망아지를 출산하고 나면 거대한 자궁이 순식간에 헐렁해지면서, 뱃속은 갑자기 공간이 남아돌게 된다. 안 그래도 말의 내장은 길고 굵기도 굵어졌다 좁아졌다 복잡한 데가가, 꼬이기도 쉬운 구조이다. 그 와중에 드디어 공간이 생기니 장기가 홀라당 뒤집히기 너무 쉽다. 그런데 출산 후에는 밤낮없이 젖을 빠는 망아지에게 젖을 줘야 하니, 급여량은 자꾸 늘어나고, 비까지 내리 오고 있으니 바깥에서 좀 걷는 운동조차 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 병원은 내장이 제대로 꼬여서 응급상황으로 내원하는 출산직후 어미말들이 많다. 올해는 특히 많다.
그렇다면 어미말의 산통(장이 꼬임)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농가에서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어 작성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