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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pr 29. 2024

말 생산자에게 전하는 월간 말톡 4월호

젖 안빠는 신생망아지

말 생산농가에 ‘말톡(Horse Talk)’이라는 편지를 매달 띄우게 되었다. 한창 제주 곳곳에서 망아지가 태어나는 4월의 이야기는 젖을 빨지 못하는 망아지에 대해서 농가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전하고자 한다.


내 망아지가 잘 태어났을까?


망아지가 태어나면 확인해야 할 123법칙이 있다. 1시간 안에 일어나고, 2시간 안에 젖을 빨아야 하며, 3시간 안에 태반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정상 출산이 아니고, 조산 (320일 이전에 출생), 태반의 분리가 빠르거나, 탯줄이 손상된 경우, 난산 등의 출산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때에 정상적으로 망아지에게 전달되어야 할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망아지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신생망아지 산소부족 증후군


농가에서는 분명 태어났을 때는 서서 젖을 잘 빨고 활력이 정상이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서 불현듯 어미젖을 잘 빨지 못하고 둔해 보이는 증상을 발견하게 된다. 젖도 안 먹고 둔해 보여서 ‘더미(dummy)’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정식 명칭은 ‘신생망아지 산소부족 증후군(perinatal asphyxia syndrome)’ 이다. 전체의 1% 정도에서 생기며 보통 3~4일에 걸쳐 극적인 개선을 보이거나, 다발적 장기 손상을 회복할 수 없어서 사망하기도 한다.


머리를 떨구고 젖을 갑자기 안먹어요.


가장 특징적인 것은 신경 증상이다. 젖을 잘 빨지 못하며, 머리는 아래로 떨구고 있고 어미를 따라다니지 않는다. 뇌 손상은 계속 앞으로 걷기만 하는 증상, 머리를 떨구고 뱅뱅 도는 증상, 이를 가는 증상, 다리를 잘 가누지 못하는 증상, 눈이 잘 안보임, 불규칙한 호흡 등의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집중 약물치료와 영양 공급이 동시에 중환자 다루듯 이루어져야 한다. 감염 치료제, 뇌부종 완화제, 혈장, 비타민, 마그네슘 제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약물치료 및 수유보조가 급선무다. 젖을 빨지 못하는 경우 분유병에 분유를 타서 급여해야 하며, 삼키는 것이 전혀 안 되는 경우 피딩 튜브를 장착하여 급여해야 하기도 한다.


신경증상만 있는 경우에는 10일 정도의 집중 입원 치료와 영양 공급이 이루어 진다면 생존률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추가 징후나 장기 감염 등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 결국 회복을 못할 수도 있다. 치료 중에 패혈증이 병발되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예후가 불량하다.


농가에서 예방하는 방법은 뭘까요?


출산 중에 문제가 생길 위험을 없애야 하는 게 예방법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어미말의 출산이 다소 빠르거나 늦은 경우, 출산을 어렵게 한 경우, 태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던 경우, 출산 후 자궁의 염증이 있는 임신말의 경우에는 망아지를 보다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 망아지가 정상적으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움직이더라도 어느 순간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과 증상에 대한 이해 역시 조기 치료를 위한 좋은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할 것 세 가지


젖 안빠는 망아지, 다양한 증상 집중 관찰하자.

건강해 보이다가도 갑자기 생길 수 있다.

조기 발견과 초기 집중 치료가 핵심.


한 해 동안 임신말을 키워낸 농가에서는 망아지의 건강한 출산이 가장 큰 소망이자 기쁨일 것이다. 이번 건강레터가 갓 태어나는 망아지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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