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상하는 그런 시나리오를 완전히 뒤집었다. 포스터만 보고 뭔가 밋밋하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포스터를 본 후 소름이 돋았다. 창작뮤지컬 '스윙데이즈'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에 대한 스토리이다. 훌륭한 사업가가 비밀 독립운동가였다는 스토리를 보고, 뮤지컬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략 상상을 했었다. 우리는 영웅 서사에 대한 국내외 콘텐츠를 너무나 많이 접하면서 나름 그 흐름에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많은 위인전 중 하나의 스토리일 것이라 생각했던 상상은 철저하게 틀렸다는 게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나라를 위해 나를 희생해야겠다는 마음을 왜 가지게 되었을까?' 이 뮤지컬은 '왜'에 대한 스토리를 끝까지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런데 관객에게 캐릭터의 당위성을 전혀 강요하지 않고, 너무나 그 선택이 납득 가능하게 기획했으며, 의도한 대로 충분히 섹시하고 쿨하게 표현했다.
살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수도없이 선택한다. 그 선택이 내일을 가져온다. 때로는 '사랑'이라는 것이 내 선택을 좌우하고, 때로는 '양심'이라는 것이 내 선택을 좌우한다. 우리는 주위 사람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좋은 벗이 되고 싶은 마음, 또 좋은 가족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일을 하고, 성취를 하고 또 지켜내 위해서 하루를 살아간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지낸다.
일형에게 자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일형도 계속 질문한다: ‘그정도면 충분하다고 믿어? 참 쉽고 마음 편한 방법이네.‘ ’네 가족이나 먼저 지켜.‘ ‘왜 이렇게 목숨을 걸어 일단 살아야지‘ ‘그저 잃고 싶지 않을 뿐‘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당신같은 사람 한두명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너는 할만큼 했어.‘
이 극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해온 내 선택의 근원, 내 선택의 이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한다. 또 평범한 나와 자칫 또 이질감이 느껴지려고 하면 또 이렇게 외친다. '심각할 필요 없어. 끌리는 걸 택해.'
시가를 삐딱하게 물고 춤을 추며 판을 이끄는 일형은 결국 끌리는 것을 택하며 퇴장한다. 그가 결국 선택한 냅코 프로젝트 속 암호명 A는 세상이 여러 번 뒤바뀌고 나서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뮤지컬로 소개되고 있다. 그거야 말로 정말 세상 비장하고 비참한 독립운동이 아닌, 세상 쿨하고 섹시한 겜블러의 선택이 아닐까?
현재 올려진 어마어마한 초대형 유명 뮤지컬 속에서 당당히 올려진 창작 초연극 뮤지컬 '스윙데이즈'가 작가님과 연출님의 바람대로 오래도록 회자되는 롱런하는 극으로 움직이며 많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기억되면 좋겠다.
덧) 그저 갓상블, 무대장치와 의상 극상, 넘버 모두 착붙. 떼창과 오케 쩌렁 맛집. 중중블이 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