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미션을 계획하는 법

첫번째 거절 당하기 미션

by 말자까


도대체 종이에 몇번을 지웠다 썼다 했는지 모르겠다. 누구에게 어떻게 거절을 당해야 되나. 처음인데 그래도 약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아니야 아무래도 이건 너무 진상이야. 그냥 다른걸로 하자. 뭐 이런 고심을 며칠간 하다가 대망의 나의 첫번째 거절 당하기 프로젝트 3개를 적어 보았다.


1월 프로젝트 공표



1. (누군가에게, 대면) 한우 사달라고 하기


흠, 남형도 기자님 기사에 영감을 얻어서 나는 한우를 사달라고 해볼 테다. 아는 사람에게 말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말할 지는 언제 말할 지는 모르겠다. 내가 남에게 뭐 사달라고 조른 것은 아마도 대학교 1학년 새내기일 때 동기들이랑 떼로 선배들에게 밥사달라고 할 때가 거의 마지막이 아닐까 기억된다. 그 시절 나는 풋풋하고 젊기라도 했지. 내가 한우 사달라고 조를 만한 사람은 과연 누가 있을까? 사실 요즘 우리 딸은 매일 매일 나에게 시시콜콜 무언가를 사달라고 한없이 조르고 냉정한 나에게 늘 거절 당하는데, 딸아 해맑은 너는 그래도 충격이 없는 것 같구나. 이번엔 엄마도 해맑은 너같은 얼굴로 한번 미친 척 하고 누군가에게 사달라고 한번 졸라볼께. 너만큼의 애교는 없겠지만 웃으며 말하는데 설마 따귀 맞진 않겠지?


2. (모르는 사람, 대면) 공연장에서 자리 바꿔달라고 하기.


조만간 공연장에 갈 일이 있다. 나는 옆사람에게 한번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볼 것이다. 으악 어쩌면 나 익명게시판에 미친**로 올라올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고, 너무 말도 안되는 질문이라 거절 당할게 뻔하니 첫 질문은 무조건 거절에 성공할 이 질문으로 밀고 나아가 보자. 괜찮아. 마스크고 끼고 있잖아. 할 수 있을꺼야. 할 수 있을까? 끙..


3. (모르는 사람, 대면) 까페에서 커피 리필 요청해보기

커피 리필이라.. 자주 가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리필을 안해주는 곳이다. 무식하면 용감하기라도 하지, 나는 스벅에서 리필을 요청하는 게 얼마나 바보같은 질문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잘 아는게 문제다. 그래서 도저히 아는데도 물어볼 용기가 안난다. 백퍼 거절당할 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라서 그래서 거절 당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쉬워 보이지만 나름 나에게 최고 난이도다. 아.... 쓰면서도 내가 작정하고 미친 사람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목소리가 미리 떨리고 낯부끄럽다. 거절 당하자는 결심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호쾌한 성격도 안되면서 왜 한다고 적어버린거지?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그래도 나는 결정을 했으니, 거절을 꼭 당해서 미션을 성공시켜 보겠다. 그리고 월말에 결과를 다시 적어보겠다. 


자. 사실 이건 거절을 당하는 프로젝트이다.

거절을 당하면 미션이 성공하는 것이다. 올레!

그리고, 만약 거절을 안 당한다면 그건 그 질문을 상대가 수용해준다는 뜻이니 그야말로 개이득이다.


앞으로 가도 좋고 뒤로 가도 좋은 엄청난 게임이다. 이건 뭐 잃을 게 없다. 일단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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