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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Oct 14. 2022

유명한 사람에게 거절당하기

샤이니 선생님 어서어서 오세요 

가까운 사람에게 거절을 몇 번 당해보니 근력이 좀 커졌는지 이번에는 통을 키워보기로 한다. 글 초반에 썼듯이 나의 '거절당하기 프로젝트' 시작 계기는, '행복 부자 샤이니' 선생님이 거절당하기 미션을 새해 목표로 넣어보자는 영상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유명한 사람이자 나의 출퇴근길 유튜브 온라인 멘토인 샤이니 선생님께 거절을 당해보기로 결심한다.


'대상' 샤이니 선생님 (EBS 영어강사, 사업가, 끌어당기기의 달인)  

'내용'  내 소개와 함께 '부자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메시지 보내보기. 

'어떻게' 

현재 샤이니 샘이 이끌고 있는 부자 프로젝트 모임이라는 것을 보았다. 현재는 모집 공고도 없고 내가 수도권에 살지도 않는다. 따라서 나는 거절당하는 게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거절을 당해야 성공하는 미션이니깐 미션의 성공을 위하여 메시지를  보내보기로 한다. 흠. 일단 연락방법을 전혀 모르겠다. 고백컨데 나는 팬심 대비 온라인에서는 댓글 한번 잘 안 달아본 샤이  구독자이다. 연락 경로를 전혀 모르겠어서,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다음 인스타 DM으로 보내보기로 했다. 어떻게 보내는지  몰라서 보내는 방법을 검색하고 있자니 디지털 문맹인 나는 바로 현타가 오며 어차피 거절당할 거 괜한 시간낭비라고 하지 말라고 내  안의 내가 속삭였다.


'언제'

지금. 

지금?

그래 지금! 

아 모르겠다. 적어놓았던 메시지를 보냈다. 디엠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건 만리장성을 쌓은 내 고민 대비 말도 안 되게 간단했다. 


'자아분열'

오  마이 갓. 내 인생에 이런 들이댐이 존재하다니. 마치 내 인격이 분열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 사실 소심이가 아니었는가. 내  안에 엄청난 대범 오지랖이가 살고 있었던 건가. 묘하게 심장이 뛴다. 답장이 와도 좋고 안 와도 좋고. 어쨌든간 모세의 기적 같은  인연이 이루어질런가 하는 상상이 로또 당첨 상상보다 훨씬 행복하고 값지다. 왜냐하면 내가 시도해서 얻은 상상이니깐 말이다.  메시지가 닿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온라인 멘토에게 감사를 표현했으면 그걸로 족하다. 혹시나 만에 하나 기적이 일어난다면 나  어쩌지 라며 행복한 상상을 펼치는 것 만으로 나는 거절 미션과 상관없는 큰 배움과 즐거움을 이미 얻고 있었다. 

'결과

답장은 당연히 오지 않았고 읽음 표시도 없었다. 당연한 결과이기에 나의 거절당하기는 성공했다고 마무리했다. 


끝까지 끝이 아니야

그런데! 2개월 후 놀랍게도 기적은 또다시 요술봉을 들고 찾아왔다. 어느 날 문득 샤이니 선생님의 채널에 '한다 프로젝트 모집'이라는 공고가 오랜만에 갑자기 떴다. 다가오는 6월 한 달 동안 빡빡한 여러 가지 미션을 함께 수행하며 커가는 프로그램이라 한다. 그런데 기쁜 건 잠시 뿐 당장 내 현실이 생각났다. 6월은 1년 중에서 직장 일과 가정 일이 가장 피크인 달이다. 하물며 뽑힌다 한들 내가 한 달간  이 모임에 참석할 수 있을까? 매주 모임에, 엠티에, 서울 임장까지, 제주도에 살며 주말까지 일하는 애엄마인 내가 어떻게 참석을  해? 시간을 쪼갠다 해도 값비싼 항공료와 숙박비 감안해가며 다녀야 할 텐데, 챙길 자녀들과 일터가 내 발목을 잡았다. 이건  불가능해. 그냥 산적한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해. 정신 차려.

그런데 마감 기일이 되니 다시금 아른거렸다. 아니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도저히 내가 스스로 찰 수는 없다. 그래 그냥 차이고 말자. 지원서나 써보고 두 번째  거절 당해보지 뭐. 지원서에 내 상황을 다 적어 놓으면, 단체 일정에 안 맞을 것이니깐 알아서 차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마감 1시간  전 신청서를 만들어서 보냈다. 사실 99% 뽑히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왜냐하면 지원 연령대가 낮을 것 같았고, 나는 나이가  먹었고, 도서산간에 살며, 주말도 일하는 애 엄마이기 때문에 당연히 후순위에 밀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반전'

그런데 내 예상은 빗나가고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아침에 문득 울린 카톡 메시지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나. 그렇다. 그렇게 나는 끌어당겨졌고, 꿈에 그리던 샤이니 선생님을 정말로 직접 만나게 되었다. 유튜브에서만 만나던 유명인의 세상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 집에도 가보고, 조언도 받고, 임장도 경험한 6월 한 달은 지금 생각해도 꿈이 아닌가 싶다. 첫 OT의 그 긴장과 설렘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듯하다. 물론 나는 한 달 내내 하늘길을 오가며 마치 CEO인양 홍길동처럼 날아다니며  살았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은 상대적이었으며 그렇게 걱정하던 내 삶에 구멍이 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모든 게 잘 돌아갔다. 나는  피곤하지도 않고 잠도 안 오는 초집중 상태로 그 어느 때보다 펄떡거리며 생동감 넘치는 한 달을 보냈다. 


'그 뒤의 어마어마한 보물'

공식 일정은 끝났지만 지금도 우리 그룹은 포스트 한다로 모임을 이어가며 매일매일 'Day by day, in everyway, I'm getting better and better.'를 실행하며 돈독히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지내고 있다. 강압과 불평이 가득한 주위 환경 속에서 찌그러져 살던 내가 선생님과 크루들 만나고 많이도 바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기적이다. 거절 미션을 알게 해 준  나의 샤이니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도 영광인데, 그 덕분에 나는 다른 공간과 시간을 살아가지만 나와 결이 같은 다양한 크루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며 내 생각도 커져가고, 또 그러면서 기존의 사람 정리가 자연스럽게 되면서 올해 내 운이 통째로  바뀌어 감을 느낀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의 끈을 소중히 여기며 잔잔히 함께 걸어갈 것이다. 머지않은 날에 샤이니 샘과 크루들 초대해서 파란 잔디의 제주에서 골프 라운딩도 하고, 바다도 실컷 보며 비행기 시간 걱정 없이 지칠 때까지 밤새 웃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미래를 같이 그리는 어느 유쾌한 날을 미리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다 커서 만난 금산 출신 뇨자 둘


비밀 공개 

이렇게 거절당하기는 실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거인이다. 몇 달 전으로 돌아가 보면 나는 샤이니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낼 생각조차 당연히 하지 않았을 테고,  당연히 인스타그램 DM 메시지를 어떻게 보내는지도 몰랐을 테고, 프로젝트 모집 공고를 보더라도 지원서는 당연히 내가 자체 검열해서 안 했을 것이 자명하다. 나는 꿈은 꾸지만 실제로는 전혀 실행하지 않는, 아니 실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는 채 살아갔을 것이다. 어쩌면 샤이니 선생님은 출퇴근길 내 핸드폰 속 세상이었다가 금세 잊고, 다시 현실로 와서 그냥 주위의 지적질에 철저히 재단되어 규격처럼 살며 현실 불만과 답답함만 가진 채 그렇게 코 앞만 보며 똑같이 살아갔을 것 같다. 


마음이 아무리 야무질 지어도, 행하지 않으면 그저 허상이다. 사실 이걸 누구나 안다. 그런데 우리는 알면서도 이상하게 안 움직여진다. 그건 본능이지 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트릭을 살짝 걸어보자. 거절 당해보기 미션은 나처럼 실행에 약한 사람들에게 놀랍게도 최적화되어 있다. 비록 닻을 달았지만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모른다는 것은 닻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본능이 자꾸 가로막는다면 살짝 트릭을 써서  모터 스위치를 슬쩍 켜보자. 


그 스위치가 어디 있냐고?

나에게 그 비밀은 거절을 당해보기로 결심한 사소한 나비의 펄럭임이 배를 진짜로 움직이게 한 시작점이었다.


딸이 만든 타로카드, 수많은 거절당하기를 거치면 난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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