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말로 꺼내는 순간 그 생각은 힘을 잃는다.
항우울제를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다.
거의 3년만이다.
"약이 꼭 필요하니?"
"많이 걸으면 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상처를 고백할 용기를.
내가 사랑하는 나의 좋은 면들, 부지런함, 생활력 강함, 호기심, 행동력 등 많지만 그 중에서도 상처를 고백할 용기가 있는 내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
학창 시절에 나의 경험들을 말할 때 주변에 친구들이 모였다. 심지어 별것 아닌 경험담임에도 수학 선생님께서는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시키기도 하셨다. 듣는 친구들은 웃다가, 울다가, 안타까워했다가.. 지나고보면 난 타고난 스토리텔러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좋은 면만 보이려는 친구들에 비해 나의 상처를 고백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호감으로 다가왔을지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나의 인생이지만,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다. 어떠한 삶이든 죽음보다 낫기에 난 늘 삶을 사랑하려고 애써왔던 것 같다.
10대 시절 자주 가위에 눌리던 어린 나의 불안은 20대의 기절로, 30대의 일중독으로, 40대의 공황장애로 나타났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지금, 갱년기와 함께 공황의 기저에 있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면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이겠지..
치료를 다시 시작한지 열흘쯤 되었을 때 학교 행정실 20대 직원이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발견되셨다. 몹시 힘들었다. 내면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선생님. 생각을 말로 꺼내는 순간 그 생각은 힘을 잃게 되는데, 왜 아무 말도 안하고 그렇게 외롭게 떠나셨나요. 죽어야만 해결된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은 사실이 아니었을텐데 왜 그 생각에 매몰되셨나요.
상처를 고백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안다. 손가락질, 수군거림, 주홍글씨가 찍히게 되는 일일지도. 여러 사람 앞에서 발가벗는 듯한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고백하는 일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이롭다. 그래, 타인까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 나 자신을 위해서.
두려운 생각, 우울한 생각, 갑자기 떠오르는 침투적 사고들에 괴로울 때,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기 전에, 생각을 말로 꺼내보자. 말로 꺼내는 순간, 그 생각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하니까. 상처를 고백할 용기, 그것이 내가 나를 구하는 첫걸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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