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
옆반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느새 신호가 거의 끊길 무렵 애써 밝은 척하며 수신을 눌렀다.
"선생님~ 너무 죄송해요"
나의 첫마디.
과로와 교권침해로 인해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나이기에, 우리 반까지 책임져주고 계시는 옆반 선생님께 너무 죄송했다. 지난주에도 전화가 울렸지만 받지 못했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는 핑계로 다시 전화드리지 못했다.
"선생님, 제가 염치없어서 전화를 못했어요."
"선생님, 제가 돌아가서 2배로 일할게요."
라는 나의 말로 시작된 통화.
이런 나의 솔직함이 귀여우셨는지,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학교는 걱정 말고 푹 쉬세요. 전화하고 싶었는데 선생님 괜히 내 전화받으면 학교 생각 할까 봐 못했어요. 반 아이들도 안정되어가고 있어요. 이렇게 쉴 기회가 자주 오지 않으니 몸과 마음 잘 추스르세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안부전화였던 것이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선생님께 죄송했다. 어제 다른 선생님께 전화가 왔을 때 아이들도 힘들지만 옆반 선생님도 힘들다며 하소연했던 나의 좁은 마음이 부끄러웠다. 과로와 교권침해가 휘몰아쳤을 때 평온해 보이는 옆반을 바라보며, 원망과 질투의 마음이 올라왔던 것 같다.
"옆반은 평화로운데.."
"학년 일은 내가 다 하고 있는데, 옆반 선생님도 내 우울에 많은 영향을 줬어"
라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나는 점점 더 깊은 감정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내가 가장 잘한 일은 표현한 일. 다 큰 어른이, 어른을 넘어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 교실에서 펑펑 울었다. 소리 내어. 살려달라고. 나의 눈물은 구해달라는 신호였을까?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혼자 깊이 빠지지 않기. 절대 회피라고 생각하지 않기. 무책임하다며 자신을 다그치지 않기.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나를 해치지 않도록, 더 깊이 빠지기 전에 말한 일.
"나 여기 있어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그곳에서는 소리 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때는 소리 지을 기운마저 사라지고 눈물마저 말라버릴 수 있으니까.
이제 내가 할 일은 다시 에너지를 얻어 누군가가 깊이 빠지려 할 때 손을 내미는 일이다. 세상을 너무 악하게 보지 말자. 내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분명 도움의 손길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손길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나를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상처를 고백할 용기를 통해, 사람들의 선함을 통해 다시 나의 길을 간다.
선생님 감사해요. 묵묵히 기다려주셔서.
#힘들다고말할수있는용기 #밝은영은쌤 #교사에세이 #감성에세이 #소중한것을먼저하라 #교권침해 #나를더사랑하는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