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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율 Nov 24. 2021

잠시 쉬어가는 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글들이 있다. 사실은 밤에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는 게 두려웠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인데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의 봇물이 터질까 두려워서, 그리고 그것이 그다음 날까지 이어질까 무서워서. 생각과 감정이 뒤얽혀 잠이 들면 반드시 꿈을 꾼다. 이전에 미진했던 관계 속 사람들과, 지금의 내 마음을 보여주는 단서들과, 이런저런 마음이 울렁이는 일들이 꿈에서는 가득 펼쳐진다.


꿈에서 깬 뒤에는 자연히 몇 분 동안을 그 안에 머물러 있는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생각하기 전에,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그런 꿈들을 꾸는 나 자신을 의심해 본다. 술렁대는 감정들에 풀이 죽는다. 이성적인 하루를 시작해 보기도 전에 이미 나의 에너지 게이지는 바닥을 향해 간다. 


내 것이 아닌 아픔을 굳이 내 것으로 생각하지 말려고 했다. 결국 인간은 다 혼자인 것을 알면서 주변에 기대고 도움받다 보니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의 부재를 참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프거나 격리되면 나도 덩달아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우울함도 습이라던데 그 습관을 벗어나려고 그렇게 부단히 노력해 온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지문이 사라진 내 엄지 손가락만 반들반들하다.


내 마음은 어디에서 위로받아야 할까?라는 생각은 이제는 버렸다. 내가 온전히 내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면, 더 나아가 효과적인 방식으로 주변과 소통하지 못하면, 그런 기대는 가지지 않는 것이 옳다. 그런 생각하지 말고 내 마음은 내가 위해주라고, 보듬어주고 감정이 많이 가라앉으면 그때 이야기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아주 긴 일주일이었다. 내게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생겼고, 이전에도 내내 있어왔던 일들의 반복이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그 일들을 대하는 내 태도밖에 없었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진 마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린 정도였다. 이보다 더 외로울 수 있을까, 그렇게 호구 잡힌 인생이 싫었는데, 그 수년 동안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은 '나 안 괜찮아' 그거 하나였다. 


마음을 알아차려 나가다 보면, 쨍하고 내 안의 어떤 깨달음과 부딪혀 멈출 수 없는 눈물이 나는 순간이 있다. 한참 소진되는 것들을 흘려보내고 나면, 전신의 피로와 마음의 개운함이 함께 온다. 자리에 누워 다시 꿈을 꾼다. 이루어지지 않은 꿈들에 대해서, 내가 가졌던 가장 아름다운 꿈들에 대해서,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꿈들에 대해서, 부단히 내 마음은 여러 가지 감정들을 그리고 또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다. 


오늘 밤에는 부디, 그냥 이렇게 푹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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