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서율 Apr 12. 2022

Say hello to inner child

음악이 선사하는 과거로의 회귀, 그리고 현재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다가 '라드 뮤지엄'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가수의 이 글의 제목과 동명인 노래를 들었다. 얼터너티브 음악을 추구한다는 (그리운 너바나여!) 이 가수의 곡을 들으며 세기말의 우울함, 그 공기 속에 녹아든 그리움, 오래된 사진 속에 있는 어린아이였던 내 모습들을 떠올리게 됐다. 


음악이라는 건 그런 힘이 있다. 시공간을 초월한다. 친구는 중 3 때부터 유희열의 라디오를 애청했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독서실이라는 공간에 돌아가 있다고 했다. 내게 그런 가수들은 많다. 지금까지도 고맙게 활동해 주고 있는, 자우림, 성시경, 또 영어권과 일어권의 몇몇 '장수' 밴드들.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첫 키스를 했던 날 밤의 설렘, 그 첫사랑과 이별한 그날, 봄날의 입학식, 그리고 또 동시에, 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무엇인지 모를 감정들에 치여 잠들지 못했던 수많은 새벽들이 떠오른다 할까. 


진공 포장 속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음악이라는 매체가 있어 참 다행이다.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 몽실몽실 피어오른 이야기로 나의 헛헛한 저녁 시간이 따스해졌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면서 혼자만의 삶을 고수하는 나도 참 아이러니하지만. 어쩌면 무척 게으른 성격이거나, 아니면 예민하거나. 그런 거 아닐까. 하지만 친구와 나는 요즘 서로의 일에 치여서, 만나면 한 시간은 일터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곳을 벗어나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일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종내에는 사람들의 '검은 연기'에 치여서 힘이 들 때 마음에 힐링을 주는 곡 리스트를 공유하기에 바쁘다.


10여 년 전에는 이렇게 조용하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잘 듣지 않는 나였다. 메탈과 락에 심취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쉴 새 없는 기타 리프가 울려 퍼지는 곡들을 들었다.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는 더더욱 안 들렸다. 유행가도 모르고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서 있었다. 세월이 가면서 드라마 OST도 찾아 듣고, 노래 경연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 요즘은 '뜨거운 싱어즈'라는 프로를 보면서 곧잘 운다. 위로를 주는 음악이 필요한 나이. 그래도 그런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누며 함께 할 도반이 있다는 것에 더 큰 위로를 받는 밤.


모처럼 기분이 노란색 레몬처럼 상큼해서, 잊지 않기 위해 한 줄 적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사월은 잔인한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