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쩌지?
어제 공인중개사 자격증 원본을 등기로 받았다. 받고 나서 든 생각은 그래도 내가 시간을 헛되이 쓰진 않았구나.. 내년에 다시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내지는 그래도 아직 공부가 되긴 되나 보다..라는 것 정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내가 딴 것인지 남편이 딴 것인지 다른 사람이 보면 헷갈릴 정도다.
사실 기쁜 마음보다는 이제 뭘 어째야 하지?라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온다. 10년이 넘도록 일을 쉬었는데 다시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몇 달 전 아주 잠깐.. 시험을 보지 말까? 하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생계형으로 공부를 한다는 사실에 뭔가 서글픈 마음이 들었고 따게 되면 내가 원하지도 않는 길이 정해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그러나 그것이 공부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운 감정을 누르고 꾸역꾸역 시험공부를 했었다. 그 결과 정말 다행히도 간신히 60점을 넘겨 자격증을 땄다.
내가 자격증을 딴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남편이고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친정 부모님이 좋아하셨던 모습을 떠올리니 대학 졸업 후 취업했다고 말씀드렸을 때 좋아하셨던 모습과 비슷하다. 대견한 마음도 있으셨겠지만 당신들의 근심을 한시름 놓았다는 안도감이기도 할 것이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노후에 대한 불안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 아닐까.
통역대학원을 준비하던 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는 것보다 더 많이 더 힘들게 공부를 했었지만 한 번도 싫어서 억지로 한 적은 없었다. 대학원에 합격했을 때 뛸 듯이 기뻐했었던 내 모습이 떠오르니 또 서글픈 마음이 든다. 당시는 나 자신을 위한 사치였다면 이번에는 생계를 위한 몸부림인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자격증을 따기 전보다 이 일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자격증을 따기 전에는 지나가면서 공인중개사 간판도 쳐다보기가 싫었었는데 공부를 하며 마음이 많이 열린 것인지 이제는 해볼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쨌든 해 볼 생각이다. 애초에 그런 생각으로 시험 보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으니..
그런 식으로 시작했던 일들이 처음에는 티스토리, 그다음엔 스마트 스토어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케일이 제일 크다.
이 또한 시작해 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은 잉여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고 무엇보다 돈다운 돈을 벌어보고 싶다. 공인중개사 일을 하게 되어 이 글을 다시 읽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