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고작 계절』을 읽고

김서해, 『여름은 고작 계절』

by 수빈

『여름은 고작 계절』을 다 읽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나의 내면에 숨기고 싶었던 것들을 다 끄집어내서 뒤엉킨 마음을 내비치는 자화상 같았다. 마음이 따끔거렸고, 나는 때때로 제니였다가 한나가 되었다. 한국을 떠나면서 품었던, 주류 사회에 속하고 싶던 내면의 발버둥이 떠올랐다. 쿰쿰한 내 흔적들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소설은 열 살 제니가 부모님의 선택으로 미국에 이민 오면서 시작된다. 백인 또래들 사이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제니는 무리 속에 섞이고 싶어 안간힘을 쓴다. 그 앞에 한국에서 건너온 또래 한나가 나타난다. 제니와 닮았지만, 한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밀어붙인다. 제니는 그 곁에서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질투와 불편함에 흔들린다.


제니에게 ‘여름은 고작 계절’일 뿐이지만, 한나에게 그 여름은 제니를 비롯한 수많은 감정들이 내포된 시간이다. 여름은 강렬하게 각인되어 곁에 있을 때는 따갑고 상처를 주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문득 그리움으로 되살아나는 정서를 품는다. 그래서 그 계절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


세 번째 여름, 두 사람은 학교 인기 있는 아이들이 주최한 호숫가 모임에 간다. 그리고 그날 밤, 단 한 사람만이 호수를 빠져나온다. 소설은 사건의 충격을 넘어, 이민자의 정체성, 타자화된 존재의 불안, 관계 속에서의 모순을 서늘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남의 이야기를 읽던 내가 어느새 제니가 되고, 또 한나가 되어버리게 만든다. 나를 불편하게 하지만 결국 내 안을 비추는 거울 같은 소설. 나는 이 책을, 잊고 있던 흔적과 감정을 꺼내 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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