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의 땅』을 읽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키메라의 땅』

by 수빈

인간이 환경 변화에 적응했기에 살아남았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인간 우월주의로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인류세 시대에서 그러한 해석은 인간을 다른 종보다 우월한 존재로 정당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을 우월한 종으로 이해하려는 다윈주의적 해석보다, 라마르크처럼 생물이 스스로 환경 속에서 변하려는 성질을 가진다는 관점에 더 공감한다.


이 책은 인류의 미래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창작물이지만, 서두에서 밝히듯 ‘읽는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유전자 연구의 시대를 넘어 언젠가는 인간 개량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으며, 이는 전혀 허황된 가정이 아니다. 인류가 언제까지나 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인간이 사고하는 동물이라 우월하다는 인식은 퇴보적이며, 그것은 언제든 다른 개량종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날지 못하고, 오래 잠수하지 못하며, 땅 깊은 곳에서 살지도 못한다.


만약 정말 제3차 세계대전, 즉 핵전쟁이 일어나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보장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고 실험을 통해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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