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락에서 진행하는 모각글 시즌 5에 참여하며 쓴 글입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행복의 갈래는 하나로 수렴되지만, 불행의 갈래는 여러 양상을 띤다. 아마 그것이 우리가 스스로, 드리운 그림자에 더 질식할 것처럼 구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내 불행은 습했다. 폭우에 가까웠다. 태풍의 눈은 고요하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그 중심을 딛지 못한 채 끄트머리 어딘가에서 끝없이 휘둘렸다.
나는 깊은 곳에 잠수한 채로 숨을 헐떡였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발버둥 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나의 심연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서서히 기울어져 갔다. 폐부까지 스며든 습기가 공기 방울로 차오를 때면, 타는 가슴을 부여잡고 내내 울었다. 그렇게라도 내 안의 것들이 빠져나가기를, 한 줌의 눈물방울로 새어 나가기를.
울음조차 말라붙자,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숨이 막히는 것도, 가슴이 저미는 것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폐부를 짓누르던 습기는 어느새 차갑게 굳어 있었고, 심장 소리마저 서서히 잦아들었다.
나는 아무 움직임도 없이 가라앉았다. 빛이 닿지 않는 수심 속, 몸의 무게가 천천히 해체되듯 흩어졌다. 피부는 감각을 잃었고, 팔다리는 무력하게 풀렸다. 고통도, 두려움도, 바람도 없었다. 오직 나를 삼킨 고요만이 있었다.
시간은 그곳에서 흐르지 않았다. 혹은 흐른다 해도, 내가 그것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느렸다. 머리카락 한 올이 물속에서 유영하듯, 내 존재도 아주 천천히 흔들릴 뿐이었다. 소멸인지 안식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 더 이상 나조차 나를 불러낼 수 없는 어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경계마저 사라졌다. 생각과 숨이 하나로 엉겨 흩어졌다. 나는 더 이상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았다. 무게 없는 무의 일부가 되어, 나라는 말조차 닿지 않는 곳에 머물렀다. 오래 움켜쥐고 있던 삶의 끈이 소리 없이 손끝에서 흘러 나갔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이 이상하리만치 가볍고, 한없이 너그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