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사랑니』를 읽고

청예, 『낭만 사랑니』

by 수빈

청예 작가의 『낭만 사랑니』는 치위생사 이시린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성장과 고통의 기록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매일같이 무례한 환자와 부당한 상사, 끝없는 폭언과 무책임이 가득한 전쟁터로 그려진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단순한 노동의 피로로만 그리지 않는다. 치아라는 소재와 세밀한 비유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한 개인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조금씩 갉아먹는지를 드러낸다.


작품에서 가장 독특한 장치는 사랑니를 둘러싼 환상적 설정이다. 발치된 사랑니를 버리러 간 지하 폐기물 센터에서 이시린은 천상계의 제자 수보리를 만나고, 사랑니를 가져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이 여정은 결국 완벽한 사랑니를 찾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시린이 부당함에 맞서고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된다. 사랑니의 묵직한 통증처럼 삶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잔여의 고통은 곧 청춘의 성장통과 겹쳐진다.


청예 작가의 『낭만 사랑니』는 사랑니라는 일상적이면서도 낯선 소재를 통해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낸 아픔과 상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남는 잔여감은 그것이 단순히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성장과 낭만의 흔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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