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실, 『순례주택』
유은실 작가의 『순례주택』은 고등학교 1학년 오수림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한때는 원더 그래디움 아파트에 살며 겉모습만은 단단해 보이던 가족. 그러나 외할아버지가 태양광 투자 사기에 휘말리며 재산을 잃고, 아파트마저 경매로 넘어가면서 그 삶은 산산이 흔들린다.
결국 수림의 가족은 낡고 허름한 연립주택, ‘순례주택’으로 들어온다. 순례주택은 외할아버지의 연인이자 수림을 어린 시절부터 돌봐 준 순례 씨가 운영하는 집이다. 보증금도, 월세도 낮아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겉치레와 체면에 집착하던 부모는 이곳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을 일으키지만 수림은 오히려 순례 씨와 주택 사람들의 진심 어린 배려 속에서 조금씩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한다.
순례주택에서의 시간은 수림에게 낯설고도 깊은 배움이었다. 부모는 여전히 체면과 허세 속에서 흔들렸지만 수림은 순례 씨와 이웃들의 소박한 태도 속에서 삶을 지탱하는 힘을 본다. 그는 알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매일의 삶을 자기 힘으로 살아내고 곁의 사람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순례(巡禮)’라는 단어가 성스러운 곳을 향해 걷는 여정을 뜻하듯, 소설 속 순례주택은 무너지고 흔들린 이들이 잠시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는 삶의 여정지다. 화려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지만 그 길 위에서 나눈 작은 배려와 연대는 결국 수림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