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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mer Aug 23. 2024

디자인 도구 익히기

피그마 어떻게 사용하게 됐어?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피그마를 처음 사용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국내에선 초기 사용자라는 것이다.


2019년 1월, b2b 커머스 관련 1등 기업에 입사했다. 아마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의 회사이다. 이때부터 피그마를 알고 있었고, 나는 피그마 도입을 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었다.


포토샵으로 UI디자인을 하던 시절이었고, 회사에서는 어도비 결제를 하고 있었고, 프로젝트는 모두 포토샵으로 작업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회사에서는 윈도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스케치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쉬움을 달랜 채 피그마가 아니라면 XD라도 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팀 내에 공유를 했다. 회사 프로젝트를 업무 외 시간에 XD로 똑같이 만들어봤다. 그리고 이것을 팀장님께 공유했고 생각보다 흔쾌히 사용해 보자고 하셨다. 그때부터 XD를 활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피그마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이때 처음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피그마로 디자인했다. 느린 포토샵으로 작업하다가 피그마로 작업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XD보다도 훨씬 오류가 적었다.


어느 순간 디자인 트렌드는 스큐어모피즘에서 플랫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얼마 전 반짝 뉴모피즘이라는 게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와중에 회사에 미국에서 CDO를 영입해 왔다. 지금도 내 롤모델이자 나중에 저런 리더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CDO였다. 이 분이 오시고 나서 피그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미국에선 이미 피그마를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피그마를 쓰게 되었다.


나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해도 설득이 안 됐던 게 단번에 바꾸게 되었다. 내 설득력이 조금 더 좋았다면 CDO가 오시기 전부터 쓸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도 해봤다. 어찌 됐던 우리는 포토샵을 XD로 바꿔놓고 다시 XD를 피그마로 바꿨다. 서비스 규모가 큰데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어떤 분들은 아마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드냐고 속으로 나를 원망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바꾸고 1년 정도 회사를 더 다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이직을 했다.




하지만 이직한 회사도

피그마를 쓰지 않고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 배운 쉽게 피그마를 도입하는 방법을 활용하려고 했다. 바로 직급 파워가 강력한 사람에게 사용 허락을 받아오는 것이다.


이번엔 입사하고 한 달이 딱 되는 날, 한 달 동안 나의 경험을 피그마로 PT자료를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 실장님께 보고자리를 가졌다. 한 달 내내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맨 아랫줄, 피그마 제안을 위한 페이지를 넣었다.


내가 한 달 동안 느낀 경험과 피그마 도입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쉽게 허락을 받아왔다. 아마 이때도 일을 하기 위한 일을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피그마를 초창기부터 써왔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보단 잘할 수 있었다. 팀원들에게 피그마 강의도 하고, 모르는 부분들을 많이 알려주면서 나는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지금은 회사는 어때?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이전 회사에서 1년 반이 지나고 이직했는데 이 회사는 아직도 스케치와 제플린을 쓰고 있었다. 이전 직장도 IT대기업 본사였지만 우리 부서가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곳이었기 때문에 조금 빠르게 변화할 수 있었지만 이번 회사는 IT대기업 본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앞단에 있는 팀이기 때문에 11년 차인 내가 거의 막내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연차분들이 많은 곳이다. 어려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바꿀 수 있었다. 이전 직장과 마찬가지로 피그마 도입을 위한 준비를 했었고, 성공했다. 지금은 종종 우리 팀뿐만 아니라 타 팀에게도 피그마 강의를 하면서 다양한 피그마질문도 받으면서 내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번외


어느 순간부터 이런 툴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사소하게 느껴지는 시점이 왔다.

비즈니스적인 것, 마케팅적인 것, 시장 트렌드 이런 것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툴과 디자인에 대한 것에 조금씩 소홀해지고 있다. 이제는 나도 관리자의 연차로 들어서서일까? 우리가 흔히 고인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사실은 트렌드에 뒤쳐진 게 아니라 더 깊게 생각하는 방향이 달랐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왜 이렇게 피그마에 목메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결론적으론 모두가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나간 직장에서 내 이름이 회사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으면 좋겠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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