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평론가 입니다.
저는 연주회에 아이들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클래식을 감상하기엔
너무나 인내심이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의 심정은 백 번 이해합니다.
솔직히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나요?
30대인 저도 가끔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회에서 들을 땐
2악장 초반즈음엔 계획적으로 5분가량 조는 걸요?
후반부에 집중하기 위해서요.(뻔뻔)
그러니 한창 뛰어다닐 나이의 아이들이 무슨 수로
그 길고 지루한 듯 보이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바라는 쪽이 나쁜 것.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나이 어린 클래식 학도들,
소위 말하는 영재음악가들의 연주를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딱 그 시기에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애티튜드와 연주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 2018년 7월 23일부터 8월 5일까지 열린 대관령 음악제 중에서도
특별히 8월 1일의 공연을 예매했습니다.
어린 영재들의 연주회인 <내일의 거장>에 참석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내일의 거장>은 대관령 여름음악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들이 무대에 섭니다.
성인 연주자가 아니라 그런지 가격도 엄청 싸더라고요.(이것도 선택 이유긴 함)
자리도 많이 남아있던 터라
무대를 기준으로 바로 두번째 줄에 앉아
어린 연주자들의 숨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전에 일단 평창대관령음악제에 대해 먼저 소개해야겠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YV_xnNxAq_s
2018년 열 다섯번째를 맞은 이 음악제는
통영국제음악제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음악제입니다.
제가 실제로 가보니 외국의 어린 음악학도들도 많이 찾아왔더라고요.
2018 대관령음악제의 특이사항이라고 한다면
그 전까지 부감독으로 있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진행한 첫 음악제였다는 겁니다.
공연의 캐치 프레이즈 '멈추어, 묻다'를 봤을 때부터
'손열음 느낌난다~'싶었어요.
연주도 좋지만 깊게 사유하고 글도 잘 쓰기로 유명한 연주자잖아요.
손열음은 대표적인 국내파 연주자고 그녀의 고향도 강원도 원주지요.
그래서 그런지 대관령 음악제에
굉장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실제로 느꼈어요.
<내일의 거장> 연주회가 시작되기 30분 전
손열음 감독이 직접 무대에 나와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거든요.
우리 나라가 어린 뮤지션을 격려하는데 좀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고,
그래서 원래는 메인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던 어린 뮤지션들의 무대를
이렇게 본 무대에 올렸노라고 차분히 설명하는데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손열음이 감독으로 데뷔한 2018 음악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대외적으로 평가받았고요.
그 여세를 몰아 2019년에도 손열음은 음악감독으로 수고하고 있습니다.
참 멋집니다.
다시 <내일의 거장> 연주회로 돌아와서.
정해진 자리에 앉아 관객들을 휘휘 둘러보니
음악을 전공하는 어린 학생들과 그의 부모들이 대다수였고 빈 자리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웬지 단체로 온 어린 학생들도 많이 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공연장은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이 때부터 좀 불길해지기 시작. -.-
제 옆자리에는 금발머리의 어린 외국인 소녀 분이 앉으셨는데
공연30분 전에 손열음 감독이 나오자
"와오!!"라고 외치며 손을 입으로 막은 채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아주 귀여웠어요. (괜히 으쓱했던 개평론가)
이 연주회에서 6명의 어린 연주자들이 공연했지만
제가 가장 감명깊게 봤던 김시준 연주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일단 김시준 군이 연주했던 프로그램은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가 작곡한
구노의 '파우스트'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 op.20이었습니다
김시준 군의 연주는 아래 동영상에서 1:55:00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yzWxKy2Uj4
이 곡을 작곡한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는
폴란드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입니다.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비에니아프스키는 워낙 19세기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힐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가 작곡한 곡도 난이도가 높아요.
김시준 군의 순서는 가장 마지막이었는데요.
소년이 걸어나올 때 확연히 큰 박수가 터져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 소년, 혹시 영재학교의 스타인가?' ㅋㅋㅋ
제 옆에 앉은 외국인 여학생도 너무 눈을 반짝거리며
선망의 눈길로 보고 있어서 더더욱 그런 의심이 들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로 김시준 군에게서는
소위 말하는 육식남 느낌이 뿜어져 나왔거든요!
차이나 칼라 셔츠를 입고 위풍당당하게 걸어나와
여유롭게 줄을 조율하는데
아마추어 느낌이 하나도 안 나는 겁니다!
약간 방탄소년단 정국이같은 느낌도 나고...(->망상)
영상 보면 아시겠지만 연주도 굉장히 잘 했습니다.
영상에는 객석의 반응이 잘 드러나있지 않지만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시종일관 떠들어대던 16명의 중딩소년들도
김시준 군이 연주하는 순서만큼은 모두 조용히 연주를 듣고 있더라고요.
연주끝나고도 가장 큰 박수를 받았고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 나갈 때도
어른들도 아이들도 마지막에 연주한 소년 누구냐고 수군수군 하시더라고요.
몇 년안에 크게 두각을 나타낼 연주자라고
개평론가가 감히 예언해봅니다! 시준군, 화이팅~!
시준군의 프로필을 간단히 여기 적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시준
2017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1등 수상자
(당시 15세, 올해 17세)
2018 KT&G-메세나 음악분야 장학생 선정
(링크를 누르시면 사진과 기사를 볼 수 있어요)
제가 여기엔 시준 군의 연주만 다뤘지만
이날 연주한 모든 어린 음악가들의 기량과 애티튜드가 정말 대단했어요.
잘 성장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