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뚱이만 들고가자 궁 옆 서촌의 무료 갤러리
이상하게도 서촌에 가면 무료 갤러리들이 참 많다. 땡전 한 푼 없어도 당당하게 들어가 전시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물론 우리는 그 곳에서 점잖음을 연기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이제 하나 하나 소개해줄터이니 충분한 허세를 장전했다면 쏘러가자.
진 화랑(Jean Gallery)
서촌의 무료갤러리를 가려고 한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곳으로 가면 안 된다. 말 그대로 경복궁의 서 쪽 담벼락이 보이는 곳으로 가야한다. 이 곳을 걷다보면 사람이 은근히 적다. 신기하게도 갤러리들과 미술연구소 같은 것들이 즐비해 와글와글한 서촌의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많은 곳은 대림미술관 뿐. 대림미술관을 향해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진 갤러리가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될 무료 갤러리이다.
진 화랑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어디서 많이 보던 호박이 우리를 맞이한다. 호박에 줄을 그어도 수박은 되지 않지만 점을 찍으면 전시될 수 있나보다. 이 호박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다. 오묘하면서도 시선을 끄는게 매력있는 호박이군. 일본의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게 된다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있는 나오시마 섬을 들러보길 추천한다. 섬에서 바다를 보고 있는 호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진 화랑은 한국 작가를 일본에 알리고 일본 작가들을 국내에 선보이는 전시를 마련해오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 화랑이다.
갤러리 시몬(gallery simon)
여기서 길을 꺾으면 갤러리 시몬이 나온다. 갤러리 시몬은 들어가기에 살짝 용기가 필요하다. 두툼한 철문을 밀고 들어갈 용기. 별 것 아니지만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물씬나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면 아름다우신 누나가 맞이해주신다. 1, 2, 3층을 둘러보면 출입이 안 되는 곳이 있다. 그 곳은 사무실로 각 무료갤러리마다 자리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갤러리 시몬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갤러리 시몬의 꼭대기에는 까페가 있는데 나름 운치가 있고 조용하다. 여름에 오면 테라스에 앉아 서촌의 지붕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서촌에 높은 건물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갤러리 시몬은 사진 촬영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두자. 그래서 계단에서 한 컷!
사진위주 류가헌 (류가헌 사진책 도서관)
길을 나와 마주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멋드러진 한옥 골목이 보인다. 바로 류가헌 사진책 도서관이다. 갤러리 두 개와 사진책도서관으로 이루어져있다. 갤러리 자체가 한옥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한 번 씩은 들르게 된다.
갤러리를 보기 전에 만날 수 있는 방명록과 책상, 여유롭다.
아트팩토리
골목길을 나오면 맞은 편에도 전시가 하나 있다. 아트 팩토리로 한 건물에 오밀조밀하게 작품을 모아 놓은 것이 매력이다.
아트 팩토리를 만나고 나면 연이은 전시에 목이 마르기 마련. 아트 팩토리 1층에 있는 코피코피라는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괜찮다. 다만 넓진 않다.
청와대-사진촬영NO
골목길에서 나오면 만날 수 있다. 다음은 청와대인데 파란기와가 살며시 보이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걸어가다보면 만날 수 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온세상 친구들을 다 만날 수도 있다. 사복 경찰을 조심하도록 하자.
농담이다. 보안여관을 가도록 하자.
보안여관
보안여관은 무료 전시가 아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전시이고 조금은 특별한 곳이기에 추천을 한다. 실제로 여관을 개조한 것인데 한 때 이상, 서정주, 윤동주, 등 문인들이 많이 묵었다고 한다. 과거의 예술인들이 묵었던 장소가 지금은 젊은 예술인들을 위해 이용된다는 것이 참 소중한 장소로 다가온다. 일본에 갔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잘 보존되던 옛 모습인데 지금이라도 잘 간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세련되고 모던한 장소는 아니지만 70년간 자리를 지킨 문화의 장소이다.
마치며
무료갤러리들을 다니다보면 장소가 좁고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나의 이해를 도울 도슨트도 없고 팜플렛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미술 전공자가 아닌 절대 다수의 우리가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특히 전시에 대해 거부감이나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갤러리들로 미술관이나 전시의 매력을 느끼고 분위기를 느껴 관심있는 전시부터 차근 차근 시작해보자.
기타 추천하고 싶은 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 팔레 드 서울, 온그라운드, 리안 갤러리, 창성동 실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