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아이디 재발급신청, 책상거래, 버스 타기
D+20 오늘도 덴맑음
넘아이디 재발급 신청과 책상/
어제 Nem ID 넘아이디를 신청하다 소위 말하는 컴퓨터가 뻑이가서 넘아이디를 활성화시키러 코뮨에 가야했다. 처음 아이디를 생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거겠지 생각했다. 코뮨의 위치는 거리가 꽤 되는데 모두 기차역에서 멀었다. 버스를 타야지 코앞에 내려주는데 버스를 타기에는 겁이났다.
이상하게 일본에서도 그랬다. 지하철은 괜찮치만 버스는 탈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지하철은 내가 계획한대로 내가 길을 찾고 알아서 하면되는데 버스는 입장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다른 요금체계를 실행해야하고 알맞게 내려야한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모든 것을 행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나의 서투른 모습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에 내가 그 흐름을 탁. 끊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 싫었다.
늘 걸어갔던 길을 이번에는 정기권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 정기권을 가지고 덴마크 버스에 익숙해지면 교통카드도 현금도 모두 내가 보았던 장면에서 복기해서 탈 수 있으리라.
이제 어제 저지른 만행을 수습할 시간이다.
넘아이디에 문제가 있어서 왔다고 코뮨에 이야기했다. 컴퓨터가 다운됬고 뭐 아마 전기문제고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CPR넘버까지 주고 받았다. 돌아온 대답은
"너 히스토리가 없어서 안되겠어."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점심시간에 와서 화가 나신 겁니까. 이유는 너가 9월 6일에 입국했고 9월 18일에 넘아이디를 신청해갔는데 왜 지금에서와 왔는가이다. 그동안의 너에 대한 기록이 없어서 만들어 줄 수 없다.
근데 너희가 키 카드를 우편으로 발송해준다고 해서 그런거라고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멘붕이 왔다. 해결책은 나의 친구나 직장 사람 같이 누군가 너를 증명할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아니 덴마크에 온지 2주밖에 안됬는데 친구가 어딨어. 직장은 있지도 않지. 여러모로 답답한 이야기만 나누다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어떡하지. 집주인에게 같이 가달라고 해야하나. 남에게 주는 것 없이 피해를 끼치는 것은 굉장히 꺼리는 일이었다.
일단 오후에 중고 책상을 판다는 다른 한국인이 있어 거래를 하러 움직여야했다. 한 번 안면을 튼 어색한 버스를 다시 타고 장소로 향했다. 책상하나를 50DKK로 판매한다고 했다. 굉장히 싸다. 덴마크를 이제 떠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짐정리라 떨이로 파는 것이라고 한다. 전에 서랍을 싸게 산 것도 같은 상황이었다. 현금이 200Dkk 지폐밖에 없어서 고민하다가 거래장소 바로 앞에 있는 Netto(대형마트)에서 바나나 열개를 샀다. 하나에 2Dkk 총 20Dkk. 바나나만 보면 대가족이 함께 사는 줄 알겠다. 가방에 꾸깃꾸깃 넣고 움직였다.
이미 집 앞에 책상을 빼놓으셨다. 조립식 책상인데 들고가기 좋게 잘 포장해주셨다. 하지만 아무리 잘 포장해도 집까지 들고가는 것은 고된 일이지. 저번에 서랍을 부셔버리고 싶었던 기억을 하며 다시 집으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그 날 따라 힘들었던 것은 정신적인 충격과 책상이 만들어낸 근육통. 그리고 내가 타는 S-train의 A line이 운행을 안한다고 한다. 그래서 F line을 타면 A line이 멈추는 곳에 세워주는 듯 하다. 이것도 사실 몰랐는데 집에서 출발할 때 A line이 없고 급행열차 격인 F line의 열차가 서는 정류장이 알림판에 많아진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런데 꾸준히 잘 가던 기차가 내가 내리는 전 역에서 오래 서있으면서 방송을 했다. 방송음질상태가 안좋아서 못 들었는데(사실 덴마크어로 방송해서 음질이 좋아도 못 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제 A line이 다시 운행한다는 방송이었나보다.
다시 F line노선으로 바뀌어서 세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리게 되었다..
후.. 열 받았지만 많은 덴마크 사람들도 당황한 듯 해서 내가 외국인이라 서툴러서 당한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으로 열을 식혔다. 같이 반대편으로 가서 운행을 시작한 A line을 기다렸다 탑승했다. 책상은 계속 들고..
집에 도착해서 책상을 간편하게 조립하고 놓아두니 점점 사람사는 집 같아졌다. 웃으면서 책상을 즐기려는데 의자가 없다. 의자를 살 때까지 책상은 일단 탁자로 있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