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 옷이 아직도 맞아?
성장이 멈춘 엄마
보통 새벽에 일어나 홈 요가를 한다. 곧이어 요가복 위에 티셔츠를 하나 입고 아이 등교 준비를 한다.
오늘 아침 입은 티셔츠는 분홍색이다. 인디핑크, 코랄핑크, 핫핑크 그런 거 말고 그냥 딱 촌스러운 분홍색 면 티셔츠.
넥 라인도 넓은 입술넥이라 집에서 활동하기에 답답하지 않다. 뒤 기장만 언밸런스하게 길어서 운동 레깅스 위의 엉덩이를 가리기도 좋다.
소재는 또 무엇? 건조기 팍팍 돌려도 보풀이 전혀 안 생긴다. 정말 오래도 입었는데, 버리게 되지 않는다.
아침에 아이가 티셔츠를 만지작거린다.
단비: 엄마, 내가 5살 때부터 이 옷 본 거 같아. 도대체 이걸 몇 년 동안 입는 거야?
나: 이거 십 년 다 돼가지. 너 태어나고 집에만 있을 때 티셔츠랑 레깅스를 깔별로 엄청 샀거든. 그중 유일하게 남은 거야.
단비: 뭐????? 그때 옷이 아직도 들어가? 아직도 이렇게 잘 맞는다고?
나: 응. 엄마 그때부터 하나도 안 컸어.
단비: 그게 말이 돼?
나: 그러게 말이야. 엄마 왜 이렇게 안 크지.
단비: 아~~말도 안 된다 진짜!
너는 쭉쭉 크는데 난 도대체 언제 크는 거니? 오늘도 땅에 끌릴듯한 롱 원피스를 입고 출근하며 간절하게 바란다.1센티만 더 크게 해주세요. 이제 짧은 치마도 못 입을 나이인데 키가 작아서 긴 치마가 안 어울리잖아요.
나: 단비야. 학교 잘 다녀와. 차 조심하고!
단비: 엄마, 치마 밟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하지만 더 자라고 싶은 건 키가 아니고 마음이지.
너는 쑥쑥 크는 키처럼 마음도 함께 자라는 게 눈에 보이는데. 난 너 하나도 품지 못하는, 결혼 후 임신에 불안해하던 무책임한 어른의 그때 그 수준에 멈추어 있다.
아직도 널 만나는 매일매일이 당황스럽다.
난 그대로인데, 넌 자고 일어나니 또 이만큼 커있어서 놀랍다.
내일 깨어나 보면 또 얼마나 자라나 있을까.
아~~정말 말도 안 된다, 진짜!!!!
나: 으악! 단비야!!! 큰일났어!!! 엄마 몸무게 또 늘었어!!
아들: 괜찮아. 괜찮아. 놀라지 마. 키 컸네. 키 컸어.
나: 확실해? 엄마 키 큰 거?
아들: 응! 엄마! 원래 키 크면 몸무게 느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