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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 Jan 25. 2022

프로엄살러의 코로나 19 PCR검사 1회 체험 후기

고작 1회

 " 저 코로나 검사 한 번도 안 받아봤어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라고 말하면 다들 놀라곤 했다.

 "한 번도??"

 우리 일 특성상 검사할 확률이 적지 않다. 코로나로 행사가 백만 분의 일 줄었다고 해도 끊임없이 사람을 만난다.


 2020년에만 해도 확진자가 잠시 스쳐간 부서가 있으면  부서의 전 직원이 검사를 받아야 했다. (접촉 여부는 무관하다.) 시민 대상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의 과장님은 그 많은 교육 대상자 중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하셔야 했다. 위원회 등 회의를 할 때는 밀폐된 회의실 내에 있는 것만 해도 공포를 느끼던 시기였다. 2020년 2월에는 거의 매주 위원회가 있었다. 회의를 한 날이면 왠지 몸살기가 있고, 갑자기 목이 아픈 '나 혹시 코로나?'라는 병이 유행했다. 심지어 점심시간에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구내식당에는 플라스틱 칸막이가 설치되었지만 공기감염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두려워하면서도 밥은 또 꼬박꼬박 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육아휴직 후에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확 줄어들었다. 휴직을 핑계로 약속도 거절했다. 남들이 유난하다 할 정도로 외출을 하지 않았다. 아이 학교도 일 년 내내 거의 보내지 않았다. 마스크를 연달아 몇 시간 이상 쓰면 귀와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직접 해 보았기 때문이다.


 학교도 학원도 보내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전교생 선제 검사를 받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아들과 둘이 바다와 산으로 매일 김밥을 포장해서 놀러 다녔다. 사람을 접촉하지 않는 만큼 코로나 검사할 일은 없었다.


 



 아이는 이제 학교도, 학원도 다닌다. 엄마가 복직한 지  4개월도 체 되기 전에 3번의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방과후수업 취소나 학원 휴원은 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아이를 끼고 있었는데, 툭하면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는 모습을 몰아 보고 있다. 학교나 학원으로부터 선제 검사 연락을 받으면 늘 아이 아빠와 나가며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나 지금 아빠랑 어디 가??? "


 아기일때부터 어디 아플 때마다 "대신 아팠으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신 코로나 검사해 주고 싶다."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매정한 엄마다. 그토록 코를 찌르는 것이 무섭다.





 작년 여름, 남편이 소속된 본소에 근무하는 직원이 확진되었다. 남편이 근무하는 지소는 본소와 21km나 떨어져 있었지만, 검사를 받으라 해서 받았다. 확진된 분은 정규직 직원은 아니었다. 음주 가무를 통한 공무원 코로나 감염으로 오보가 나갔다. 뉴스를 본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들의 전화를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빈정대고 화내는 악플이 쏟아졌다.


 그걸 보니 더욱 외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규직인 내가 어디 가서 술이라도 먹다 코로나에 걸리면?

술 못 먹어 환장한 OO 시 소속 공무원
OO밍 확진. 심지어 3차 노래방까지 갔다고 확인돼...

OO뉴스


 기사화는 물론, 맘 카페에서 신상이 털릴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하게 될지 모를 코로나 검사가 늘 두려웠다. 점점 더 집 안으로 파고들었다. 홈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별나다는 소리를 듣던 내가 출근하니 달라졌다. 얼굴 보고 잡는 약속은 매정하게 거절을 못 한다. 더 이상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간다는 말을 못 하는 위드 코로나 분위기까지 조성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갔던 식당에 확진자가 다녀갔나 보다. 주말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의 문자를 받았다.


 검사 대상자는 보건소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주차할 곳 찾을 자신이 없어서, 집 근처 선별검사소를 찾았다. 체육관이라 주차도 널찍하고, 대기 줄도 길지 않아서 굿 초이스라 생각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골디락스 님이 "콕 찌르고 끝이에요 빠이띵♥"이라고 했는데 착한 거짓말이었다. 콕이 아닌 코오오으으이이익 코 넘어 어딘가에 있는 나의 뇌와 귀를 찌르고 내려왔다. 지금도 코와 귀 중간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뚫린 기분은 그냥 기분 탓이겠지?(그날 이후로 그 귓속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가는 느낌인데...)


<첫 번째 생각> 검사 결과가 나오는 동안 집에서 대기해 달라는 방역당국의 부탁에 따라 강제 집콕했다. 왜 주말인가! 평일 검사였으면 하루 출근 안 할 수 있었을 텐데!


<두 번째 생각> 그날 술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다. '술 먹다 확진됐다'와, '밥 먹다 확진됐다. ' 두 가지는 뉘앙스가 다르지 않은가. 방역지침을 어겨가며 밥을 먹은 건 아니지만, 수시로 내려오는 공문이 있다. 가장 최근에 온 문서만 보아도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방역 강화 조치 연장에 따른 지방공무원 복무관리>를  재강조하고 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완화되었으나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하라고 강조한다. 사적모임 제한 기간 중 회식을 비롯한 개인적 모임을 자제하라고 파란 글씨로 굵게 되어있다. 심지어 밑줄도 쫙 그어 있다. 이 애매모호한 '자제'라는 단어를 나는 지켰는가? 안 지켰는가?


<세 번째 생각> 지역맘카페 검색 결과, 내가 간 선별검사소가 유난히 코를 깊이 찌르는 것 같다는 더라 통신을 접할 수 있었다. 다시는 검사 체험을 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해야 한다면 주차가 편한 곳을 선택할 것인가. 주차가 힘든 대신 코를 덜 쑤시는 곳을 선택할 것인가?


<네 번째 생각> 이번 주 목요일 약속은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으며 약속을 취소할 것인가. 혹시 할 수도 있는 코로나 검사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2시간을 즐길 것인가. 못 나가겠다고 연락했더니, 야외의 캠핑 사이트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잡았단다;;


 역시 끝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돌> 선예 편에서 박진영은 말한다.

 "자기가 내린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고 싶었을 거예요."

<다섯 번째 생각>

 세상에 좋은 선택이 있다면 '나쁜 선택'도 있을까?


 아이를 일 년 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도, 하필 확진자가 왔다 갈 레스토랑을 픽한 것도 내 선택이고 나쁘지 않다. 그 어떤 선택도 순간순간 행복함을 뽑아내지 않은 것이 없다. 불행한 순간을 더 많이 준 선택이 더 많긴 했지만!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본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후회하는 것도 책임의 한 가지 방법이다.


 난 그렇게 후회한다. 아우씨, 그날 저녁에 왜 하필 하이*에 가서 로제떡볶이를 먹었을까! **쏘딜리셔스 가서 치즈피자 먹을걸! 그럼 코로나 검사 안 했을텐데!




 코로나19 오미크론의 변이의 우세종화로 확진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어제 도내 다른 시군보다 3배에서 70배가량 많은 확진자 수를 배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미크론 대응 단계에서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고위험군이나 자가검사키트 결과 양성이 나온 사람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젠 내가 코를 제발 찔러 달라고 해도 안 해줄 날이 올 수 있다는 더욱 무서운 상황이다. 다시 생존을 위한 출근과 점심 식사 외에는 외출을 자제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직 OO 시청 확진자가 없는데, 1호는 되기 싫다.



음성확인서

ps. 참고로 나와 밥을 먹은 그 직원은 매일 야근과 민원과 상사의 갈굼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 굉장히 실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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