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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 Feb 11. 2022

아주 가끔은 성공이란 걸 할때도 있지

소소한 성취감의 원동력

우리 시 관광지 중 출렁다리가 있다.(울렁다리도 있음.) 다른 지역에도 많지만, 설치 공사 당시 국내에서 제일 높은 출렁다리라고 했다.


설치되고 한동안은 오픈 기념으로 입장료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유재석까지 방문하시어 무한도전 촬영을 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인 일요일에 마침 당직실 근무였다. 하루 종일 전화를 받았다. "거기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해요?" , " 거기 지금 날씨 좋아요?" 이런 내용들이었다.(하필 날씨가 좋았다.)


전국의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와 개인 차량들이 몰려들었다. 시청 직원들은 조별로 주말마다 주차관리요원으로 지원되었다. 꼬이는 차량과 인파를 온몸으로 지휘해 보았다. 난생처음 해보는 주차 관리요원의 행위는 아무도 응대해주지 않았다. 술 취한 등산객들은 차가 오거나 말거나 막 돌진하였고, 관광버스 기사님들은 나에게 불호령을 하셨다.(학생!!!! 저쪽 차 막아!!!!!) 그날 이후로 출렁다리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휴직하고, 코로나까지 겹쳐 아이와 갈 데가 마땅치 않았다. 집에서 빈둥대다 문득 출렁다리가 떠올라 가보자고 했다. 자차로 30분 정도 가면 유원지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다. 거기서도 10분 넘게 걸어야 매표소가 나온다. 산책할 겸 어영부영 시간 때우고 오기 딱이었다.


주차장까지 도착했는데, 출렁다리 입장 마감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17시 입장마감) 입구까지 걸어가서, 입장이 마감됐다는 핑계로 다시 집에 돌아가면 되겠다 싶었다.


걸어가는 길목에는 손님 없는 가게들이 내내 줄지어 있다. 심심하거나 답답한 심정이 예상되는 사장님들께서 가게 앞에 나와 서 계신다. 가끔 시식을 권하시기도 하신다. 그날은 대부분 뛰라고 외치셨다. 어쩔 수 없이 아이 손을 잡고 뛰었다. 의도치 않게 아슬아슬 입장시간 안에 도착하고 말았다.  3천 원을 주고 입장권을 구입하면, 2천 원짜리 지역사랑상품권을 주신다. 아이가 공짜로 2천 원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입구에서 출렁다리까지는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578개의 계단인데, 오르다 보면 한 번씩 계단에 '건강수명 30분 up, 67.5kcal down'이라고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아이가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운동하면 건강해져서 생명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할머니와 같이 왔어야 했다며 걱정스럽게 말한다. 엄마는 안 그래도 매일 걷고 운동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오래 살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복직 후에는 하루에 500보 걷는다. 생명이 줄어들고 있...)


땀범벅으로 출렁다리에 올랐는데, 흔들거리는 다리를 보자마자 머리가 핑 돌았다. 건널 수 없는 것이었다. 고소공포증은 없는데 어지럼증이 있다. 플라잉 요가도 등록 후 두 번 가고는 가지 않았다. 수업을 달랑 두 번 듣고도 알 수 있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걸.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있을 땐 평생 직립보행으로 괴로웠던 내 몸이 잠시나마 쉬는 느낌이다. 하지만 해먹이 살살 움직이는 그 느낌이 견디기 싫었다. 출산 후에는 증상이 심해져, 내리막길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지름길을 놔두고 빙 돌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아이는 꼭 출렁다리를 건너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건넜다. 걸으면서 흔들지 말라고 몇 번 짜증을 내긴 했지만, 아래를 내려다보진 못 했지만 어쨌든 건넜다. 작은 거라도 하다 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아이가 나 때문에 눈앞에 있는 무언갈 못 하는 게 싫었다.


두 번째는 어렵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뛰진 못한다.) 친정엄마의 생명을 늘리기 위해 엄마를 모시고 한 번 더 방문했다. 가끔 그렇게 평상시에 성공하지 못하던 걸 아이 덕분에 성공하곤 한다.



흔들리는 카누를 타는 것(이건 매번 싫다), 아이의 놀이터 친구가 되기 위해 자전거를 배운 것, 여름 주말마다 차가운 계곡물에 입수하는 것, 놀이동산에서 놀이 기구를 타는 것, 등산을 하는 것, 코인노래방을 즐기는 것, 바다가 보고 싶을 때 갑자기 바다로 출발하는 것, 남편 없는 집에서 불을 끄고 자는 것 등등. 모두 아이와 함께 있어서 이룰 수 있던 소소한 성공들이다.


엄마는 강하다는 그 흔한 말 덕분이 아니다. 엄마가 아닌 아이가 강하다. 엄마 앞에서 유난히 의젓해지는 아이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나로 이끈다. 예민해서 매일 괴로운 이 엄마라는 사람이 아이 덕에 한나절이라도 둔해질 수 있는 이 경험들이 나에게 크고 작은 성취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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