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을 대신하는 시대

AI 시대의 생존전략, 인간은 뭘 해야하나?

by PODO

1. 이제 AI 성능 경쟁은 끝났다 — 그 다음 판은 어디서 벌어지는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신기함으로 AI에 다가갔다.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질문 하나를 던지고, 그 답변을 받아보며 감탄했다. 그 감탄은 곧 관심으로 이어졌고, AI를 둘러싼 경쟁은 빠르게 달아올랐다. 어느 회사의 AI가 더 똑똑한가, 어느 모델이 더 정확한 답을 내놓는가. 수많은 전문가들이 밤을 새워 성능 수치를 비교했고, 언론은 매달 새로운 AI가 이전 기록을 깼다는 소식을 쏟아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피로감이 역력하다. 새로운 모델이 출시됐다는 뉴스가 떠도 예전처럼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 어제의 최신 모델이 오늘은 구형이 되는 속도 앞에서, 누가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는지를 추적하는 일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 피로감은 단순히 관심이 줄어든 게 아니다. AI 성능 경쟁이라는 게임 자체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지금까지의 경쟁 방식을 되돌아보면 원리는 단순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더 많은 컴퓨터 자원을 쏟아붓고, 더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찾아내면 AI 성능이 올라갔다. 마치 공장을 더 크게 짓고,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이 공식은 한동안 잘 작동했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성능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고, 지금의 최상위 AI 모델들은 이미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지식 노동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렇다면 진짜 경쟁은 이제 어디서 벌어지고 있을까. 핵심은 'AI가 스스로 맞고 틀렸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있다. AI가 빠르게 잘하게 된 분야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코딩은 작성한 코드가 실제로 돌아가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고, 수학은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 기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AI 입장에서는 수천 번 시도하고, 맞았을 때 칭찬받고, 틀렸을 때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다.


반면 AI가 아직 잘 하지 못하는 영역들은 정반대의 특성을 갖는다. 요리사가 처음 칼질을 배울 때,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손에 익는 그 감각은 글로 설명하기 어렵다. 물류 현장에서 매일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의사 결정의 직관, 특정 산업에서만 통하는 암묵적인 규칙들. 이런 것들은 '맞다, 틀리다'를 명확하게 판단할 기준 자체를 만들기가 몹시 어렵다. 그 기준이 없으니 AI도 스스로 학습하기가 힘들다.


바로 이 지점이 지금 새로운 경쟁의 전선이 형성되는 곳이다. 어떤 AI가 더 영리한가를 겨루는 싸움은 끝났다. 이제 싸움은 AI가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한 현실의 구체적인 영역, 그곳에서 '맞고 틀림을 판단하는 기준'을 누가 먼저 만들어 독점하느냐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기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대규모 자본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그 현장을 직접 살아온 사람들이다.



2. 소프트웨어 가격이 0원이 되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한때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었다. 좋은 개발자를 많이 보유한 회사가 곧 경쟁력 있는 회사였고, 투자자들도 그 기준으로 스타트업을 평가했다. 뛰어난 엔지니어를 데려오기 위해 수억 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산업화 시대에 공장을 더 많이 가진 회사가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개발자를 더 많이 보유한 회사가 더 빠르게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간 통용된 공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도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아이디어를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짜주고, 오류가 나면 오류 내용을 그대로 붙여넣으면 AI가 고쳐준다. 몇 달이 걸리던 작업이 며칠로 줄었고, 며칠이 걸리던 작업이 몇 시간으로 줄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 자체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힌 곳은 '대신 만들어 드립니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던 영역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창업 아이템으로 꽤 유효했던 방식이 있었다. 특정 업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식당 예약 시스템,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재고 관리 프로그램, 프리랜서를 위한 계약서 자동 생성 도구 같은 것들이다. 이런 도구들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했다. 직접 만들기 어려우니까,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주면 기꺼이 돈을 냈다.


지금은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고객들이 직접 AI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기 손으로 바로 수정할 수 있고,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누군가가 공들여 만들어준 제품을 받아도,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게 됐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단가가 계속 내려가고,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외부에 의존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느려지지 않는다.


여기서 하나의 비유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전기가 처음 보급되던 시절,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 자체가 큰 사업이었다. 그런데 전기가 어디서나 넘쳐나게 된 이후에는 아무도 전기값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기는 그냥 있는 것이 됐고, 가치는 전기로 무엇을 만드느냐로 이동했다. 소프트웨어도 지금 그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능력 자체는 점점 흔한 것이 되어가고 있고, 가치는 그 소프트웨어로 무엇을 해결하느냐,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기술을 가졌다'는 것이 경쟁 우위였다면, 앞으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은 이제 누구나 빌려 쓸 수 있는 도구가 됐다. 그렇다면 그 도구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지, 어떤 문제를 풀지,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진짜 자산이 된다. 기술의 시대에서 판단의 시대로, 만드는 능력에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능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3.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할 때, 우리는 어떻게 버텨야 하는가


요즘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들리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6개월 뒤에도 의미가 있을까.' 이 불안은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스타트업이 수개월을 공들여 만든 서비스가, 대형 AI 회사의 새 기능 발표 하나로 하루아침에 존재 이유를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는 주기가 1년에서 한 달로, 한 달에서 일주일로 계속 짧아지고 있다. 이 속도 앞에서 방향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이 상황을 잘 설명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그곳은 배경 자체가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으면 뒤로 밀려난다. 지금 AI 시대가 정확히 그렇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동안에도 세상은 그보다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멈추는 순간 뒤처지는 게 아니라,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지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누군가에게 답을 구하는 것이다. 강연장에는 'AI 시대에 뭘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넘쳐난다. 유튜브에는 '앞으로 뜰 직업 TOP 10'이라는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확실한 답을 원하는 심리는 자연스럽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OpenAI도, 구글도, 그 어떤 전문가도 2년 뒤의 그림을 정확히 그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 자신도 지금 이 흐름 안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실이 주는 불편한 진실은 하나다. 지금은 관찰하는 사람보다 직접 뛰어드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멀리서 흐름을 분석하고 타이밍을 재는 사람에게는 전체적인 방향은 보일 수 있어도, 그 안의 구체적인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고객을 만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회는 분석의 결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과거의 창업 공식을 떠올려보면 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예전에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자본을 모으고, 검증된 사업 모델을 가져와 실행하면 성공 확률이 높았다. 미국에서 잘 됐다는 서비스를 한국에 들여오는 방식도 오랫동안 유효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검증된 모델을 가져오는 시간 동안 이미 세상이 바뀌어버리고, 어제의 성공 방정식이 오늘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과거의 플레이북에 매달리는 것은 지도를 보며 길을 찾으려 하는데, 그 지도가 어제 그려진 것인 상황과 같다.


역설적으로 이 혼란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회다. 예전에는 자본과 인맥과 학벌이 창업의 출발선을 결정했다. 좋은 개발자를 고용할 자금이 없으면,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 장벽이 무너졌다. AI를 활용하면 혼자서도 웬만한 것들을 만들 수 있고, 아이디어를 실제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졌다. 좋은 집안, 좋은 학교, 풍부한 자금이 주었던 이점이 줄어든 만큼, 그것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더 공평한 출발선이 생긴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전략이 아니다. 틀려도 괜찮으니 일단 뛰어드는 것, 그리고 뛰면서 보이는 것들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충분한 정보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 정보가 모일 때쯤이면 이미 다음 물결이 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 기회는 현장에 숨어 있다 — 현장을 아는 사람이 이기는 이유


어떤 일이든 크게 보면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는 것, 실제로 실행하는 것, 그리고 결과를 보고 다음을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세 단계를 모두 사람이 했다.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가운데 단계, 즉 실행하는 부분을 AI가 점점 더 잘 처리하게 됐다. 문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코드를 짜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일들이 빠르게 AI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남는 것은 무엇을 할지 정하는 첫 번째 단계와, 결과를 판단하는 세 번째 단계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현장을 직접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그 일을 해봤다는 뜻이 아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회사마다, 업종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그 구체적인 디테일을 몸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 플랫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누구나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점주 입장에서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 어떤 병목이 생기는지, 배달 기사와의 소통에서 어떤 마찰이 반복되는지, 리뷰 관리에서 어떤 부분이 실질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 현장을 직접 겪어본 사람만 안다. AI는 일반적인 답은 줄 수 있지만, 이 마지막 디테일은 줄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지금 가장 큰 기회가 숨어 있는 곳이다. AI가 잘 처리하지 못하는 영역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구체적이고, 너무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다. 각 회사의 고객 응대 방식, 물건을 납품받고 정산하는 방식, 직원들 사이의 암묵적인 업무 규칙, 업계 특유의 관행들. 이런 것들은 표준화된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없고, 외부 컨설턴트가 들어와 며칠 들여다본다고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 현장을 살아온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지금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사장이 직접 현장 일을 하는 회사의 대표들이다. 직원이 그만두면 예전에는 같은 역할을 할 사람을 다시 채용했다. 지금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하는 대표들이 생기고 있다. 직접 그 자리에 들어가서 일을 해보는 것이다. 직접 해보면 보인다. 그 업무의 80%는 사실 단순한 정보를 옮기고,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이라는 것이. 그리고 진짜 판단이 필요한 일은 2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80%를 AI로 자동화하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몇 배로 늘어난다. 이것이 현장을 아는 사람이 AI를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반대의 경우도 분명하다. 현장을 모르는 채로 AI를 도입하면 엉뚱한 곳을 자동화하게 된다. 정작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을 AI에 맡기고,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을 그냥 내버려두는 식이다. 그리고 외부에서 AI 솔루션을 팔러 오는 사람들의 달콤한 제안에 쉽게 흔들린다. 실제로 그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니, 제안이 그럴싸하게 들려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 구조는 창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AI 시대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어떤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해보다가 '이 부분은 분명히 더 잘 할 수 있는데'라고 느끼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 느낌이 바로 현장을 모르는 사람은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기회다. 컨설턴트로 들어가서 개선 방법을 알려주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내가 직접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는데. 그 깨달음에서 새로운 사업이 시작된다. AI가 실행을 대신해주는 시대에,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은 결국 발로 뛰며 현장을 쌓아온 사람의 것이다.



5. AI 시대 인간의 마지막 직업


같은 골목에 카페 두 곳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한 곳은 프랜차이즈 카페고, 다른 한 곳은 동네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카페다. 커피 맛은 비슷하고, 가격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카페의 운명은 달라진다. 프랜차이즈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이지만,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디서나 똑같은 경험이다. 반면 동네 카페는 주인이 직접 고른 음악이 흘러나오고, 벽에는 손으로 쓴 메뉴판이 붙어 있고, 단골손님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의 분위기와 그 사람을 만나러 가게 된다. 이 차이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그 공간에 어떤 사람의 관점과 가치관이 담겨 있느냐의 차이다.


AI가 실행을 대신하는 시대에 창업과 일의 본질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은 이제 누구나 가질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코딩도, 디자인도, 글쓰기도 예전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왜 만드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AI가 아니라 사람이다. 자신이 세상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 반드시 바꾸고 싶은 것. 그 관점 자체가 AI 시대의 가장 희소한 자산이 되고 있다.


예술가의 삶을 생각해보면 이 구조가 더 잘 보인다. 화가는 캔버스를 채우는 기술보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 먼저다. 사진작가는 카메라 성능보다 어떤 순간을 포착할지를 결정하는 안목이 핵심이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제품을 만들었느냐보다 왜 그 문제를 풀려고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관을 고집했는지가 오래 살아남는 비즈니스를 만든다.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제품 뒤에 있는 사람의 관점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을 묻는 질문에도 이제 다르게 답해야 한다. 단순히 어떤 직업명이 살아남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살아남느냐의 문제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정해진 방식대로 처리하는 역할은 AI가 점점 더 잘 대체한다. 반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 이것은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우리는 이걸 문제해결사(Problem Solver)로 정의했다. 본질적으로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뜻한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와 로켓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뛰어난 기술자였기 때문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고집이 세상을 바꿨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가장 본질적인 역할도 결국 무엇이 옳다고 믿는지를 결정하고, 그 방향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의지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다. AI를 도구로 삼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다. 직업이 사라지는 시대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의 자리가 줄어드는 시대다. 반대로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관점을 세상에 내놓고, 그것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직관과 의지, 그것이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직업적 소양이다.



6. 정보나 기술이 아닌 의지가 자산이 되는 시대


지금까지 다섯 개의 장에 걸쳐 이야기한 것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AI가 점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AI 성능 경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금의 AI는 이미 대부분의 지식 노동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계속 넓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은 0에 가까워지고 있고, 그것을 팔아서 먹고살던 방식은 빠르게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것이 쏟아지는 속도 앞에서 정답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정답이 오지 않는다. 기회는 현장을 직접 살아온 사람의 손에서 발견되고, 그 기회를 붙잡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과 그것을 밀고 나가는 힘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이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정보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다. 의지다.

정보는 넘쳐난다. 유튜브를 켜면 AI 활용법 영상이 수백만 개다.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매일 새로운 트렌드가 쏟아진다. 책을 사면 전문가들의 분석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가장 잘 나가고 있지 않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AI 덕분에 기술의 장벽은 전례 없이 낮아졌다. 예전에는 수년을 공부해야 할 수 있던 것들을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훨씬 빠르게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을 쓸 수 있다는 것과 그 기술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커다란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채우는 것이 의지다.


의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다. '저거는 분명히 더 잘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을 때 그 생각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다. 틀릴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 해보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작게 시작해서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견디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가의 삶이고, 창업가의 감각이고,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다.


돌아보면 역사 속에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공통점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졌거나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 믿음이 때로는 무모해 보였고, 때로는 주변의 만류를 받았지만, 결국 그 고집이 세상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술은 더 좋아질 것이고, 도구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그 도구를 손에 쥐고 어디로 걸어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이것이다. 완벽한 준비가 될 때를 기다리지 마라. 충분한 정보가 모일 때까지 지켜보지 마라. 지금 불편하게 느끼는 것, 지금 바꾸고 싶은 것,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해라. 뛰어들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보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자신만의 기회가 손에 잡힌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자리가 좁아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시각을 조금 바꾸면 다르게 보인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일들을 AI에게 넘길 수 있게 된 덕분에,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어쩌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진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AI를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왜 이것을 하는지를 알고, 그 이유를 붙잡고 끝까지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 의지가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희소하고,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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