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체육관에 또 가지 않는다.

by 아인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

뭔가 몸이 나빠진다는 게 느껴지지 않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운동을 하러 나가지 않는다.

운동이 몸에 좋은 것도 알고, 운동을 통해 좋은 경험을 한 적도 많다. 하지만 역시 운동을 하는 것이 싫다.


운동신경이 좀 느리긴 해도, 태어나길 건강하게 태어나 운동에 가망이 없는 수준도 아니다.

트레이너에겐 왜 그 몸으로 운동을 하지 않았냐는 소리도 들었다. 대회에 나가자는 권유까지 받았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운동에 충분히 몰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싫어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참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운동을 하고 싶다.

멋있어지는 것을 마다할 만한 사람은 없다. 거기다 늘 ‘특별함’을 꿈꾸는 사람이면 더 그렇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눈에 든다. 다른 어떤 재능보다 눈에 띈다. 1차적이고 원초적인 것이라 하지만 인간이 있던 이래 늘 특별한 존재가 되는 길이 운동이었다.

당연히 나도 운동을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눈에 띄고 싶어 함과 동시에, 절대 내 실패는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 중에 가장 실패가 우스꽝스럽고 눈에 띄는 데는 운동만 한 것이 없다.

그리고 그 실패가 다른 이들은 이미 다들 잘하는 것인데 못하면 더욱 우스꽝스러워진다.


애들과 섞여 축구를 할 때, 안 그래도 잘하지 못하는 걸 알아 수비수를 하며 공이 오지 않기만을 빌었다.

나름대로 아버지와 연습도 하고 했지만 내 발끝에서 차이는 공은 꼭 다른 팀 아이의 발에 붙었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차라리 비웃어줬으면 좋으련만. 어린아이들의 입에서는 야유와 외면만이 돌아왔다.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내가 하기도 전에 더 이상 내가 낄 축구장은 없었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넘쳤으니까.


농구도 해보고, 족구도 해보고, 피구도 해봤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다 해봤지만 그때마다 한 번의 실수가 비난의 물결이 되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운동을 하다가 실수로 감내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비난과 폭언은 폭력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어떤 선생님도 손뼉 쳐주자며 격려한 적이 없다. 그저 실수하고 비난을 감내하고 다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운동을 하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검도도 꽤 오랜 시간 해봤고, 수영도 꽤 오랜 시간 해왔다.

장교로 군 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수백 킬로 수천 킬로를 뛰어왔고 운동을 멀리 한 적도 없다.

운동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열심히 해왔다. 하지만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운동을 하다 보면 대회를 준비하라는 주변의 기대가 몰려들어온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그룹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늘 운동을 하던 이들과 떨어지고 대회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강사들은 더욱더 나를 중점적으로 보고 지도한다. 같이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오며 가며 한 마디씩 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내가 그 체육관에는 내 있을 자리가 사라진다.


내가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등을 타오르고 어느 순간 몸을 지배한다.

내 실수가 곧 야유와 경멸로 다가올 것을 알기에 더 이상 운동을 같이하던 사람들이 친근하게 보이지 않게 된다.

박수는 곧 비난과 무관심으로 바뀔 것을 알기에 조금 더 하자며 등을 밀어주는 강사에게 대답을 하지 못하게 된다.

분명히 우스꽝스러울 거고, 분명히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하리라. 특별하고 싶지만 특별한 경멸을 받는 것은 참기 힘들다.


분명 피해망상이겠지만, 머릿속을 울리는 비난과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어느 순간부터 체육관을 나가지 않게 됐다. 몇 번의 시끄러운 연락이 와도 조금만 무시하면 곧 잠잠해질 것을 안다.

이제 나는 실수를 해도 누구의 비난도 받지 않게 됐다. 마음이 더할 나위 편해진 나는 다시금 다짐한다.

‘운동은 나랑 안 맞아.’


몇 개월쯤 머릿속 비난이 잊힐 때면 몸이 힘들어지고, 종목을 바꿔 다시 체육관을 찾아가게 된다.

운동으로부터 도망치는 이 경험이 여러 번 쌓이다 보니 나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또, 어느 정도 운동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도망칠 것이란 것을.


몇 개월 전, 반년 이상 열심히 하던 PT를 트레이너에게 말도 하지 않고 그만뒀다.

이유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프로필 사진을 찍고 아마추어 대회라도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팀을 짜서 같이 응원하고 하자고 신나서 말하는 트레이너를 보면서 또다시 머릿속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부터 나는 체육관을 나가지 않았다.


‘중대장님, 왜 족구를 안 하십니까?’

PT를 그만둔 그 다다음날일까, 입대한 지 얼마 안된 용사가 나에게 물었다.

난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을 얼버무리고 족구장에서 최대한 멀리 자리를 옮겼다.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너희들의 비난이 무섭다고.


떨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 배우는 운동은 그만두고,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게 된다.

이제는 아무도 너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많았지만, 확신을 가지지 못하겠다.

올해도 또 배웠다고 할 수 있는 운동만 늘었다.

잘한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냥 어정쩡하게 좀 할 뿐이다.


역시 운동은 좀 싫다.




매거진의 이전글30. 세상의 창조자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