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끈기 있게 이룬 것 하나 없는 내가 단 하나 끈질기게 하는 것이 있다.
사랑이다.
어느새 7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 연애는 내가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계속해온 일이다.
대학교 신입생 때 학과 학회를 하며 만난 인연은 해가 가기 전에 내 고백으로 연애로 발전하게 됐고,
매일 못 보고는 못 사는 것처럼 만난 것이 벌써 일수로 2000일을 넘은지도 한참 되었다.
대학에서 매일 같은 수업을 듣던 우리는 어느새 서로가 살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시기가 되었다.
2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남 부럽지 않게 행복한 연애를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좋은 남자친구이진 못했다.
누구나 맹세하는 ‘울지 않게 해 줄게’라는 약속은 일찌감치 깨진 지 오래였고, 애정을 볼모 삼아 협박에 가까운 자학을 많이 했다.
늘 하는 말은 ‘너한테 맞지 않는 나를 왜 좋아하니’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참 잔혹한 말이었다.
빈 말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가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여자라고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눈 앞의 일에 집중하고,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않았다.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도 괴롭히지 않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눈 앞의 일보단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나의 주변을 대신 봐주는 사람.
그러면서 힘든 말 하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매일 자신의 부족한 점만 찾아 잠들기 전까지 힘겨워하는 나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다 받아주면서도 작은 애정 표현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었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내가 그녀에게 많이 부족한 상대임이 명확했다.
다른 이들에게도 특별한 사람, 한 사람뿐인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사랑은 거짓이 아니니 내 사람에게 가장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부끄러운 남자친구가 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나은 연인이 돼야지라고 생각만 할 뿐, 다시 만나면 내가 빛나는 그녀의 모습의 반도 못 쫓아간다는 것을 느끼면, 당장이라도 뿌리치고 어딘가에 숨어버리고 싶었다.
이런 건 애인이 아닌 짐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한테 맞지 않는 나를 대체 왜 좋아하니.’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많이 물어봤다.
‘너한테는 기준 미달인 남자친구인데 없는 게 낫지 않겠니.’
라며 떨어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면서도 내가 너무 볼품없다는 이유로 잔인한 말을 해댔다.
그냥 하소연만 했으면 그녀는 들어줬을 텐데도 외려 더욱 거칠게 얘기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화를 그녀에게 풀어댔다.
나도 내가 너무 싫으니 분명 그녀도 나를 싫어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녀도 화를 내며 멀어질 거라고 두려워하면서도 연애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를 그녀가 떠나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했다.
그녀와 있으면 행복하지만, 그녀는 내게서 부정적이고, 이도 저도 아닌 에너지만 받게 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차라리 나랑 멀어지면 더 행복한 에너지를 받을 거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모진 말을 할 때면 그녀는 싫어하기는커녕 울어주었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내가 이미 자신의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줬다.
나로서는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몇 번이고 내가 얼마나 모자라고 미래가 없는 사람인지 설득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의견이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기준에는 차고 넘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며 보듬어줬다.
할 말이 없었다. 늘 내일의 걱정, 오늘의 내 모자람, 과거의 실수로 히스테리를 풀어대고, 걱정만 쏟아냈는데,
제대로 모두가 꿈꿀만한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연애는 경험시켜주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6년이 지났는데, 그녀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겨줬다.
아무런 자격이 없는 남자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줬다.
이해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난 여전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높은 꿈을 꾸고 싶고, 더 멋진 그녀의 연인이 되고 싶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어정쩡한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믿어 준 건 가족 외엔 그녀뿐이니까.
내 평생의 특별하고 싶은 바람을 언제나 이루어주고 있는 그녀니까.
그녀를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그녀와 행복할 수 밖에 없다.
그녀 옆에서 더 특별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