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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 Dec 14. 2020

44. 욕심을 덜어내고 나면

나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너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내 능력으로는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너 그거 욕심이야.’


그래. 욕심일 수 있다.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

나는 생각보다 훨씬 잘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고, 지금 내가 잘하는 것을 보며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면 그러면 행복해질까?


욕심을 덜어낸 자리엔 행복이 올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내 가진 것에 그냥 만족한다.

참 좋은 말이다. 그렇게 살면 정말 행복해질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까?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텐데. 그냥 태어나진 않았을 텐데.

아니, 그냥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인간으로 태어나버리지 않았는가.

그냥 늘 사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그전까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동물로 태어나지 않았는가.

그런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자신에 만족하며 살라니.

너무 잔인한 말이다.


다들 그렇게 살아.’


그래서 그렇게 살기 싫다.

난 남들보다 더 멋있게 살고 싶다.

난 남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난 남들보다 더 웃으며 살고 싶다.

다른 이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인간이다. 그런 욕심을 가진.


‘꿈을 소박하게 가져.’

욕심이 너무  큰 거야.’

누가 그러고 살아.’


이런 말에 네. 하며 고개를 숙이고 살기엔.

고개 위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

하늘 위 세상은 누구도 알지 못할 멋진 세상이 있을 것이다.

땅바닥에서 만족하며 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저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땅에 만족할 수 없다. 행복하다고 속일 수 없다.


물론 위를 보면 아프다.

나보다 더 위에서 더 멋진 풍경을 보는 이들이 부러워 배가 아프고,

열심히 더 높은 곳을 향해 뛴다고 다리가 아프고,

그럼에도 아직도 땅바닥에 붙어있다는 것에 마음이 비참하게 아프다.


하지만 아픈 것이 무력한 것보다 낫다.

오늘도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무력하게 하루를 살고 싶지 않다.


서점 서가에 요즘 추억 속의 만화 캐릭터들이 말을 거는 책이 많다.

그렇게 했으면 괜찮아.’라는 제목을 달고 다들 괜찮다며, 여기까지 왔으면 됐다며 말한다.

이 곳에서 만족하라고. 욕심을 덜어내면 행복이 보인다고.


그 글을 쓴 사람은 그 자리에서 만족하고 있을까?

욕심을 덜어내고 오늘에 만족하며 쉬고 있을까?

아니,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을 것이고, 더 많은 책을 쓰고 싶을 것이고, 더 유명해지고 싶을 것이다.

언젠가는 캐릭터가 아닌 자신이 나가 강연을 하고 싶겠지. 그런 망상을 하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이미 욕심을 덜 수 없는 것이다.


솔직해지자.

적어도 나는 나에게 솔직해지자.

내가 너무 부족해서 괴로울 수는 있지만, 나는 이 곳에서 멈출 수는 없다.

욕심을 덜어내고 나면 내겐 남는 게 없다.

불행이나, 공허나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욕심을 덜어내면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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