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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 Dec 28. 2020

58. 가슴 아파.

나는 긴장이 잦은 편이다.

얼굴에 드러나지는 않아 주변에서는 긴장했는지도 모르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긴장한다.

주간 회의에서 내 차례에 내 업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긴장하고, 퇴근한다고 인사하는 것에도 긴장한다.

식사 메뉴를 고르는데도 수없이 긴장하고, 내가 쓴 글에 댓글이 달리는 것만으로도 긴장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찬사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소심한 성격이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고양감이 아니다.

긴장한다고 얼굴이 빨개지거나 목소리가 떨리진 않지만,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손발은 차갑게 식어 저릿저릿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심장소리만 들리고 어느 순간 쓰러질 것 같다.

당장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긴장과 스트레스로 심장이 고장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만큼 내 심장은 자주, 그리고 강하게 긴장에 맞추어 내 가슴을 옥죈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옥죈다.

얄궂게도 나와 친밀한 사람이면 친밀한 사람일수록, 더 자주 보는 사람이면 자주 보는 사람일수록 긴장의 강도는 강해진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하는 음악 레슨이 있는 날이면 긴장으로 악보와 주법조차 혼동이 왔다. 결국 맘대로 안되어 속상해져 아버지와 다투는 날도 많았다.

모두 나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아는 교회에서 리더로 노래를 이끌 때면 발다리가 저릿저릿하고 아득해져 넘어지지 않도록 늘 보면대와 마이크 스탠드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이러니 내가 좋아서 정말 열심히 하다가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머뭇거리게 된다.

스트레스가 올 것 같은 상황을 학습하고 나니, 이제 어떤 상황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너무 잘 알게 된 것이다.

이미 사회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가슴을 옥죄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하는 데까지 가슴을 옥죄고 싶지 않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신이 났다가도 금세 쭈뼛대며 발을 빼게 된다.


안 그래도 내 어정쩡한 모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쉽게 긴장까지 하고 만다.

가슴이 옥죄일 때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차라리 처음부터 꿈이라도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원하지 않는 것으로 꾸지. 왜 꿈은 또 이렇게 앞에 나서야 하는 것을 원하게 된 건지.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성격에 모순이 있다면 나 같은 사람이 아닐까.


내가 바라는 내가 이 긴장 너머에 있으니 참고 버텼다. 긴장해서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을 느껴도 다른 사람 앞에 내가 만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기쁘니까 넘어가려는 몸을 붙잡고 버텼다.

하지만 요즘은 갈수록 버티기 힘들다.

아직 20대건만, 아직 튼튼하고 패기 넘쳐야만 하건만 사회생활은 매일 수없는 긴장을 나에게 주고 난 그것을 버텨야만 한다. 강해지기는 커녕 심장의 고통이 점점 전신으로 퍼진다.

더 사소한 것에도 현기증이 난다.


이런 실력에 막무가내로 도전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갈수록 도전과 멀어지는 이 신경을 붙잡을 수 없다.


글을 다 쓰고 확인 버튼을 누르는 이 순간에도 눈앞이 살짝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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