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해 입을 떼면 미묘하게 분위기가 착 가라앉고 어색해진다.
솔직히 어떻게 말을 꺼내야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다. 재미있게 말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보고 그 아이들처럼 해보려고 해도 내가 따라 하면 또 금세 내가 뭐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솔직히 좀 억울할 정도다. 재미가 없는 건 알지만 내가 말만 하면 그렇게 재미가 없어지나?
무엇에서 재미가 없는지, 왜 재미가 없는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맨날 이유도 모르고 좀 즐겁게 이야기를 할라치면 분위기가 가라앉고 대화를 파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 꽤나 짜증 난다.
말해준다고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지 않나. 지금 와서 왕따 하는 것도 아니고 잘만 지내는데, 내가 말만 열면 아까까지 왁자지껄하던 웃음소리가 잦아든다.
뭐야. 뭐 참새도 아니고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후루룩 날아가냐고. 조금 마음의 상처마저 받는다.
그래. 생활하는 데는 그냥 재미없는 사람으로 산다고 치자.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소중한 사람이랑 노는 게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적당한 거리를 가진 사람에게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있으면 된다고 치자.
하지만 재미없는 사람이어서 내 꿈이 무너질 것 같다면, 그건 중대한 문제다.
좋은 책, 좋은 그림, 좋은 영화... 어떤 좋은 작품을 만들던 결론은 '팔리는 작품'이다. 작은 내 식견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팔리는 작품'은 곧 '재미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에게 감상하는 재미를 만들어 줄 수 없으면 팔릴 수 없다.
내가 아무리 혼을 다해 만들어도 재미가 없으면 내가 죽을 때까지 안 팔린다. 내가 죽고 나선 또 모르지. 재미의 정의가 바뀌어서 내 작품들이 엄청 히트를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죽고 나서 인정받아봤자 내가 죽기 전까지 느끼는 건 후회와 탄식뿐인걸. 결국 지금 재미있지 않으면 아무리 작품을 만들어도 팔릴 생각은 접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 마찬가지다. 내가 뭘 하든 내가 만들어낸 것을 팔아야 한다. 마케팅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마케팅은 여유와 위트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내 것이 최고고. 내 것 한 번 써보라고 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끌리고 재미있게 권해야 한다.
앱 하나 버튼 배치를 생각할 때도 재미가 있는지, 사용자가 즐거움을 가지며 작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물며 사람대 사람으로 무언가를 파는데 재미를 못주는 사람이 물건을 팔아봤자 컴퓨터만도 못한 셀러가 된다.
도대체 재미가 없고 진지해서 되는 게 없다. 팔아먹을 수 있는 게 없고, 좋게 평가받을 일이 없다. 기어이 머리를 싸매서 나온 소개가 '이 친구, 참 진실된 친구예요.'다.
일을 센스 있게 한다? 자기가 한 일을 재미있게 풀어내야지 나오는 말이다.
위트 있다, 영리하다. 어떤 일 관련된 좋은 평가도 그 사람을 봤을 때 웃음이 나와야 가능한 평가다.
나는 그냥 '진실된 사람'이고 말이다.
나도 재미있고 싶다. 내가 재미를 못 느끼는 게 아닌데. 입만 열면 재미가 없다.
나도 좀 유쾌하게 나를 드러내고 웃음과 박수 속에서 인사해보고 싶다. 나오기만 하면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낮게 깔린 공기가 너무 싫다.
행복하고 재미있는 흐름이 나한테서부터 나왔으면 좋겠다.
'노잼'인 나. 숨만 쉬어도 재미없는 나. 그런 나도 내가 살기 위해선 재밌어야 하는데.
어디 재미는 학원이 없는 걸까. 뭐든지 파는 온라인 클래스를 뒤져본다. 당연히 없다.
올해 가장 의미 없고 우스운 일이었다.
참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