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올로스 Jan 28. 2019

오늘은 "합리적 소비"를 하셨습니까? (1)

진화 심리학으로 접근해 본 소비자의 구매 습관

※ 『이기적 비즈니스 유전자』. 진화 심리학, 생물학, 정치학, 경제학 등 다양한 관점을 통해 "마케팅, 비즈니스"를 살펴보며 최적의 솔루션을 갖기 위해 생각해 보는 브런치 매거진


 아! 오늘은 연어 사케동이 너무 먹고 싶다. 직장이 여의도니 사케동 잘하는 곳을 검색해 보니 손가락 만한 연어 몇 쪼가리 올려놓고 ₩15,000원 을 달라고 한다. 여의도 물가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합리적 소비자니 이렇게 쓸데없이 비싼 음식을 먹지 않으련다. 인터넷 검색을 한다. 전지헌이 광고하는 "마켓걸이"를 이용하니 신규 가입이라고 깎아주고, 카드 제휴, 포인트 적용해서 연어, 쯔유, 양파 사고 나니 ₩15,000원 사케동 몇 번을 만들고도 남을 양이다. 사케동 몇 끼를 사 먹을 수 있을 양이니 합리적 소비를 한 듯하다. 며칠 째 연어 초밥도 만들어 먹고, 연어 스테이크도 해 먹으려니 채소가 좀 필요한 듯한다. 가까운 재래시장에 가서 아줌마랑 실랑이 끝에 양송이버섯, 샐러리를 사 왔다. 재래시장은 역시 흥정하는 맛이 있다.  요리를 만들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예쁘게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살이 좀 찐 것 같으니 근처에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본다. 몸짱 매니저랑 몇 번 밀당을 하고 나니 6개월 계약을 하니 50만 원짜리를 24만 원에 해주겠단다. "쇼부의 달인인 나! 대단하다". 그리고 동시에 다이어트 약도 몇 시간을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 최저가로 주문했다.

 인스타 사진을 올리려는데 아무래도 식욕을 돋우는 색감이 아닌 듯하다. 사진기 기능이 좋은 "은하수 S9+" 혹은 "사과 폰 10" 정도 돼야 할 듯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얼리어답터가 되기 위해선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 사진도 잘 찍어야 하고, 돈도 핸드폰으로 보내고 받고 하는 시대다. 은하수 S9에서 지원한다는 이모지는 너 나할 것 없이 갖고 있으니 나도 하나 만들어 봐야겠다. 인스타를 뒤지다 보니 학교 다닐 때 나랑 라이벌이던 그놈이 엄청 잘 나가나 보다. 출근길이 막힌다면서 차 속에서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핸들 가운데에 까만 말이 앞발을 들고 서있다. 열이 받는다. 나름 여의도에 근무하고 잘 나가는 나인데 연봉 반올림해서 4천대인데, 독일산 외제차가 5천만 원 대란다. 최소 3년을 타고 팔아도 3천은 나올 건데 2천만 원 정도 감가상각 해서 팔 생각하면 나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듯하다. 이러한 취업난에 여의도에 자리를 잡은 성공한 나에게 독일차라는 선물은 아무것도 아니다. 주차비가 아까워 도로변 주차를 하는 것이 찝찝하긴 하지만, 예쁜 여자 친구를 구하려면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무 똑똑한 것 같고 합리적인 것 같고, 세상이 쉬워 보인다....


당신은 정말 합리적인 소비를 하십니까?

극단 적인 예이긴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습이 아닐지. 몇 푼 아껴보겠다고 커피값, 시장에서 싼 물건 찾아다니고,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열심히 찾아다니지만 정확히 어떤 스펙을 갖고 본인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수십, 수백만 원 최신 휴대폰을 사고, 최고의 브랜드라는 독일차의 어떤 면이 더 좋아서 체감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체 수천만 원짜리 차를 산다. 몇 천 원을 아끼고자 하면서, 몇 천만 원 차이가 나는 차는 그냥 산다. 

다른 말로 하면 천 원짜리 아끼려고 만 번을 시장에서 흥정을 하고, 웹서핑을 해야 수 천만 원 차이의 차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떤 소비를 할 때 이런 일은 비일 비재하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할 것이며, 판매자 입장에서는 정보화 사회에서 최저가 비교가 손쉬워진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딩, 프리미엄 마케팅을 통해서 최고의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소비를 행태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풀어보자.

인간의 지적 문화 발전 속도를 인간의 몸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으로 접근하기 전에 몇 가지 오해와 편견을 풀고자 한다. 진화심리학 하면 수컷은 많은 수의 정자를 뿌리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암컷은 건강한 수컷을 고르고 고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남성의 성적 충동에 의해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합리화하는 학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것은 절대적으로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이며,  남성의 성적 충동을 현상으로 바라볼 뿐이지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절대로 합리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진화 심리학은 단순히 인간의 내면 및 철학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진화론에 근거를 둔 생물학, 과학에서 기반을 둔 학문이다. 인간의 마음이 종교학에서 처럼 신이 내려준 고유한 특성이라던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 보지 않고, 불안, 공포, 희열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그에 따른 행동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마지막으로 진화심리학은 깊숙이는 생물 그 자체의 뇌 및 신체적 반응에 기반을 두고, 척추동물, 포유류, 영장류, 인간으로 넘어오면서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 인류는 4, 5백만 년 전 원시 인류가 등장한 이후에 4~5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나온 이래로 큰 진화적 변화는 없었다. 

간략히 말해서 우리의 몸은 빨라야 4~5만 년 전 채집 및 사냥을 하던 인류와 큰 차이가 없으며, 1만 년 전 겨우 농경 사회를 통해 정착생활을 하고, 산업사회를 지나고,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시대적 변화상을 진화를 통해서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단 것에 집착하고, 뱃살은 찌고, 그러면서 또 남의 눈에 멋있게 보이고자 살을 빼려고 하고, 몸짱 열풍은 따라가고 먹는 것에 돈 쓰고, 살 빼는 것에 돈 쓰는 것을 우리는 계속하고 있다. 

 이런 소비 습관의 메커니즘을 다음 페이지에서 증명해 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기적 "비즈니스" 유전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