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마케터에 장난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순수하고도 "완벽한 당신의 의지"만으로 피 같은 당신의 돈을 쓰셨는지요?
마케터들이 어떻게 당신의 지갑을 열었는지 그 이유를 "진화 심리학"적 관점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자 이곳은 어디일까?
1. 담벼락으로 둘러 쌓여 있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도 힘들고, 안에서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다.
(만일 담벼락을 넘어서 이동할 경우 강력한 처벌이 가해진다.)
2. 긴 복도를 통하서 각각의 세분화된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3. 직사각형처럼 매우 단순화되고 직선의 공간이 똑같은 모양을 하고 층층으로 쌓여 있다.
4. 한 곳에서 건물 전체를 감시하기 매우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5. 직사각형 건물 앞에는 사용자를 위한 넓은 공터가 있다.
6. 이 곳의 색깔은 과거 콘크리트 색깔 혹은 벽돌 색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새는 정서 순화 차원에서 그림을 넣기도 한다.
7. 이 건물의 모양은 대부분 대한민국 어디에서 접하나 대동소이할 정도로 유사한 모양을 갖고 있다.
8. 이 안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①학교 ②군대 막사 ③교도소
정답을 찾았는가? 아니면 사진을 보고 더 헷갈리게 되었는가?
초, 중, 고 12년을 우리는 저런 건물에서 공부를 해왔다. 곡선이 있고, 1인당 GDP가 $30,000를 넘는 선진국에서 스머프 마을 같이 아기자기한 초등학교가 생기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 어딜 가나 똑같은 모양의 학교로 규격화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왜 감옥과 똑같은 구조의 건물에서 우리는 12년을 공부해야 하고 군생활을 연장해서 해야 하는가? 그러면서 어찌 감히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가?
우리는 이렇게 어딜 가나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공부를 하면서, 똑같은 교복을 입고, (그 조차도 부족해서 검은색 패딩을 자기 돈 주고 사 입고..) 똑같은 군복을 입고, 똑같은 총을 들고 살아왔다.
12년 공부를 하고 나면 한우 등급제와 같이 1등급 ~ 9등급의 성적표를 들고, 어느 대학을 깄느니로 세분화하여 계층을 나누고, 다 똑같이 직무적성검사를 받고 특정 프로 야구팀을 응원하는 것을 목표로 뛰던가 철밥그릇을 쟁취하기 위해서 또 같은 잣대로 치고받고 살아간다.
이 경쟁에서 누구는 살아 남고 누구는 낙오자가 되어서 30살 이전에 대략 어떻게 살지가 결정된다.
경쟁에서 이기건 지건 그 엄청난 경쟁의 스트레스로 당신의 뇌 구조는 규격화된다.
똑같은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등급을 매긴다. 그러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또 열등감을 느낀다.
다양한 평가 방법이 아닌, 같은 잣대로 규격화된 집단의 구성원들은 그 규격에 얼마나 잘 맞느냐로 본인의 자존감을 판단한다.
보통 동물 세계에서 동족 간 경쟁은 "번식기"에 치열하게 발생된다. 주로 수컷들이 그러는데 이 싸움에서 이긴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고는 한다(물고기의 경우 암컷이 싸우는 경우도 많다). 수컷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는 본인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더욱 많이 남기기 위해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싸움에서 이긴 수컷은 이 험난한 자연 속에서 생존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며, 열매 채집, 사냥 등의 방법으로 자원을 더욱 많이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암컷의 경우는 더욱 우월한 수컷의 유전자와 자신의 유전자가 결합했을 때 (그것이 새끼다) 더욱 자신의 유전자가 대대손손 번성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승리한 수컷 혹은 서열이 높은 수컷을 선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수컷들은 본인이 다른 개체보다 우월한 개체임을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위와 같이 힘자랑도 있고, 원앙과 공작과 같이 생존에 전혀 쓸모없고, 오히려 눈에 잘 띄고, 움직이는 것에 해가 되는 장식을 달기도 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그 화려하고, 이동에 불편한 깃털을 가짐으로 천적에게 겁먹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대범함이 수컷의 유전자적 우수성을 보여주는 수단이라 생각한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원앙은 정말 좋은 예가 되어 준다. 암컷은 현대 전을 준비하는 위장색 군복을 입은 듯하고, 수컷은 중세시대에 화려한 예복을 입고 1열로 서서 싸우며 우리는 용맹하다 절대 겁먹지 않는다를 어필하는 군인처럼 화려한 예복을 입은 듯하다.
지금의 시각에서야 생존성이 있고 위장색이란 개념이 생겼지만, 과거의 인간도 무모하리 만큼 용맹함, 겁먹지 않음을 어필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썼다는 것을 보면 원앙 혹은 공작의 깃털이 왜 그렇게 진화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진화심리학을 배울 때 절대적으로 빠져야 하는 것이 현재의 인간의 시각이다.)
바우어 새는 수컷이 인테리어 소품을 모아서 예쁘고 화려한 둥지를 만들고, 암컷은 수컷이 지어 놓은 둥지를 몇 차례 돌면서 한참을 고민을 한 후 수컷이 충분히 마음에 들면 둥지 깊숙이 들어가서 짝짓기를 한다.
수컷은 본인이 능력 있는 수컷임을 어필하기 위해서 화려한 색상의 꽃, 열매, 돌, 심지어 인간이 만든 쓰레기들까지 모아서 둥지를 꾸민다.
결국 자원의 확보 능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수컷들은 경쟁을 하며, 곧 자원을 많이 가진 수컷이 번식 경쟁에서 우위를 갖는다.
영장류인 인간은 어떨까? 예전의 왕들이 거느린 부인의 수, 재벌들의 혼외 자녀 수, 연예인들의 결혼 생활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암컷 또한 경쟁을 한다. 젊고 생식능력이 좋음을 어필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이 부분은 추후에 다루기로 하자.
앞서 동물들의 사례를 보며 진화 심리학적 관점으로 몇 가지 키워드를 알아낼 수 있었다. 경쟁, 자원, 과시 등의 단어가 그것이다.
우리가 영장류 중 인간으로 진화하며 이성이라는 전두엽에서 일어나는 가장 높은 지적(知的) 활동에 가려져 있는 무의식(원초적 뇌에 포진되어 있는)을 살펴보자 보자.
경쟁, 자원, 과시
경쟁이란 타인과의 비교가 전제되어야 하며, 자원이란 인간 사회에서 경제력을 의미한다. 과시란 남보다 우월함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원초적 심리가 앞서 언급한 "집단의 규격화"라는 과정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졸업장에는 SKY가 찍혀 있어야 하며 나머지는 결혼 정보회사에서 언급한 차트를 살펴보자
결국 위와 같이 규격화된 7개 사항에 얼마나 잘 맞는지 우리는 경쟁하면서 살고 있다. 공무원 월급으로 저런 자산과 연소득을 가지려면 40대 중후반이면 가능하다. 우리는 배가 좀 나오고, 머리숱이 좀 부족하더라도 노오력을 하면 이상적인 배우자가 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살아가고 있다.
마케터들은 이 규격화를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아래의 동영상에 그 증거들이 잘 표기되어 있다.
우월한 유전자의 결합인 당신의 아이가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아래 동영상을 보면 해답이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9IDOKtZBxmY
요새 초등학생들은 "너 어디 살아?" 그렇게 묻고는 상대가 자신보다 우월한지 열등한 지 판단한다.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두 번째 동영상 이상적 아내로서 자산 1억 8천 정도는 거뜬히 지원해 줄 수 있다는 27살 수정 씨가 이 곳에 산다는 것을 굳이 어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 수컷의 생각은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내 머릿속엔 내일, 너, 로맨틱, 성공적(1억 8천 깔고 시작한다는)"
https://www.youtube.com/watch?v=gfz992JJ-pM
여고 동창생으로 학창 시절에는 같은 잣대로 경쟁했지만, 차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성취한 그녀!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무엇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ldMjLzNkem0
광고는 이상적 모습일 뿐, 현실은 아래 뉴스를 보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DQg9BT8og
이렇게 두 아파트 단지의 주민이 갈라져서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도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나 추후에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 설명하고 싶은 것은 "브랜드"라는 무형의 가치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마케팅 용어로 "포지셔닝"이다.
과거 강남에 살면 무조건 부자로 여겨지고 경제력을 갖고 있는 우월한 유전자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강남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다들 잘 산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강남에 올릴 수 있는 건물은 한정적이었고, "강남 아파트"라는 개념을 대신할 무엇인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위의 "브랜드 아파트"들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건설사들은 본인들의 브랜드를 소비자 머릿속에 최상위라고 위치시키기(포지셔닝) 위해서 엄청난 마케팅적 비용과 노력을 하였다. 그 비용은 결국 집값 상승의 주범이 되었고, 집단 이기주의로서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과연 아파트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과거 "그랜저"라는 이름은 부의 상징이었다. 회장님 차, 성공한 노신사의 이미지를 가지며 대한민국 최고의 부유층이란 우월성을 어필하기에 충분한 이름이었다.
그랜져, 쏘나타, 아반떼로 이어지며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의식 적이건 상대의 부를 측정하는 잣대로 차종을 보았다. 이후 수입차가 경쟁하기 위해서 다이너스티, 제네시스, 에쿠스라는 더 큰 차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그랜져"란 브랜드는 젊고 성공한 사업가가 타는 차라는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했다.
자동차 명으로도 부족하니 자동차 메이커를 갖고 더욱 고급 브랜드 포지셔닝을 진행한다.
도요타의 싼 이미지를 넘기 위해 렉서스라는 메이커가 나오고, 닛산의 이미지를 넘기 위해 인피니티가 나오고,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관계, 현대와 제네시스의 관계가 바로 그 적절한 예이다.
래미안, 롯데캐슬, 자이에 살면 중견 브랜드 아파트에 비해 삶의 질이 확실이 좋은가?
제네시스는 현대차에 비해 자동차의 본질인 이동성이 우월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위 브랜드 제품에 엄청난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위 브랜드를 통해서 우리가 진정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내입으로 말하기 껄끄러우나 남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그것?
결국 나의 번식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고, 그것을 마케터들은 교묘하게 움직인 것이 아닐까?
필자도 마케터이다. 위 예시자료에서 보듯 하루에 수십 번 브랜드 포지셔닝을 계산하고, 소비자 마음에 경쟁사보다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수십 번 카피를 다듬고, 디자이너를 괴롭힌다. 어쩌면 규격화된 집단의 심리가 있기 때문에 쉽게 일할 수 있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브랜드 아파트보다는, 나만의 "힙"한 느낌의 을지로, 이태원, 가로수길과 같은 아케이드(젠트라 피케이션은 다음 시간에...)를 마케팅하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 전 국가적으로 더 생산적이고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