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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올로스 Jun 03. 2019

문송합니다. 대단히 문송합니다.

인문계 출신이 4차 산업 혁명 속에서 살아남는 법

※ 인문학을 공부한 학생, 취업 준비생, 사회 초년생 이직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 문송합니다. 문송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글을 읽는 당신?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에서는 어문계열을 공부했거나, 사회과학을 공부했거나, 취업을 염두에 두었다면, 경영학을 공부했을 것이다.

 대학을 선택할 때도 이과생들은 치, 의대로 몰리고, 카이스트 포항공대로 몰려서 어지간한 학과에 인 서울 입학이 비교적 쉬워 보였는데, 인문계생들은 철저한 대학 서열화로 인해서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학교를 들어온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취업시장에서도 이공계 친구들은 대기업에 잘도 들어가는데, 인문계는 "문송합니다." 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세상의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잘 맞고 있다.


▲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회적 이슈였던 2000년대 초반 기사.


믿기지 않겠지만, 필자가 고등학생이던 2000년대 초반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단어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 참고기사 '정부, 이공계 병역 특례 확대 검토'  매일경제;  2001. 7. 20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0135443)


어찌 되었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상대적으로 사라지고 "문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지금 당신이 "문송합니다"의 대상이 되었다면,  문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언어적 호기심이 왕성했거나, 역사 철학적 호기심이 왕성했다면 계속 그 길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결국 문과 출신들도 취업이 하고 싶은 것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학문은  "경영", "경제", "무역" 이런 '실용 학문' 조금 더 세게 말하면, "지적기술(知的 技術)"을 필요로 하는데 문과생들이 이런 것을 갖추기도 힘들뿐더러, 지적 기술을 "증명"하기도 매우 어렵다.

 결국 기업에서 원하는 기술과 대학의 전공과의 괴리가 "문송합니다"라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 취업이 잘되는 인문계열은?

 결국 기업이 원하는 "지적 기술"을 연마하는 학과가 취업이 잘 될 것이다. 기업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지식들, 세법, 노무, 물류, 재무 관련, 회계, 전사적 자원관리, 무역, 경영정보 시스템 이런 쪽으로 공부를 했고,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프로그래밍을 시연할 수 있다면 이공계열 정도의 취업 난이도를 갖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지적 기술이 없는 친구들이 엄청나게 몰리는 직군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마케팅"이다.

 필자의 직군인 "마케팅" 분야에는...  솔직히 말해서 다들 마케팅한다고 몰린다. 미안하지만 마케팅 직군은 TO가 매우 희박하게 나는 직군이다. 면접을 봐 보면 마케팅을 제대로 수행할 것 같은 친구들은 사실상 5%도 안된다. 대기업 마케팅 팀 신입은 가뭄에 콩 나듯이 뽑고 있으며, 채용이 되었다 해도 마케팅 업무를 바로 맡기지는 않는다. 회사 내에서 배워야 할 지식과 경험 (업계 동향, 시장 동향, 기술 동향, 회사 수익 구조, 브랜딩, 소비자 트렌드 등)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 공모전에 수십 번 당선되었다는 자신감으로 신입이 마케팅을 한다고 설치는 모습을 보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만일 사원급인(4년차 이내) 당신에게 마케팅 프로젝트 전체를 맡기는 회사라면, 규모가 매우 영세하거나, "전략"이라는 개념이 없는 회사이니 하루빨리 접고 나오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 신입사원 교육비는 기업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다. 머니투데이 기사.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21414160430700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문계 생들이 취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이 요구하는 "지적 기술"을 보유하고, 증명하는 것뿐이다. 연봉이 엄청난 은행에 들어가려고 해도, 재무, 회계적 지식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기반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대면 기술(영업력)이 필요할 것이다. 휴대폰을 판매한다고 해도, 휴대폰에 트렌드 기능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회사에서 가르쳐주겠지 안일한 생각으로 취직을 준비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회사는 당신의 재능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 올 것을 요구하는 것이지, 당신의 재능을 월급을 주면서 키워주는 곳이 아니다.

 기업은 1명의 신입사원이 양육되어 돈을 벌어오는 시기를 최소 1년으로 본다. 쉽게 이야기해서 신입사원이 1년 될 때까지 연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는 특정 전공의 어문학 만을 이용해서 초봉 4,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비교적 직원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대기업도 교육과 수익 창출이 병행이 되기를 바라며 교육을 시키지 교육과 수익 창출을 따로 진행하는 곳은 없다. (위 기사에 따르면 "꼭 필요한 인재"로 만드는데 대략 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초봉 4000 X 5년 = 2억이다.)


§ 인문계열의 강점은 없는가?

아쉽게도 필자의 관점에서는 인문계열 학사 학위 졸업만으로 대기업 신입사원이 되길 바란다면 인문계열의 강점은 "없다". 당신이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업에서 원하는 "당장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능력치 유무"라는 기준에서는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공계에 비해서 가성비가 떨어진다)

 이공계열 친구들을 보자. 이 친구들은 대학 전공에서부터 확실히 한 분야를 정했다. 그리고 사회가 변화되는 흐름에 맞추어 비교적 최신 기술을 습득해 온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 공학과, 전기 공학과, 기계 공학과, 재료(신소재) 공학과 라던지 전공이 매우 구체적이며 실용적이다. 그리고 그 분야를 깊게 탐구하며, CAD, C-언어와 같은 생산 툴을 쉽게 다룬다. 게다가 그 툴을 이용한 대학 과제들도 매우 난도가 높다. 반면에 인문계 학사과정을 보면 실용성과 과제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이 인문계열 학부생도  "실용 학문"에 가깝게 "지적 기술"을 연마하자는 것이다. 현재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는 타 전공 학생이 매우 많다.  마찬가지로 인문(상경) 계열 친구들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공학", "재무", "회계" 등 "실용학문"을 복수전공으로 배우자는 것이다. 가장 추천하는 것이 "경영학" + "컴퓨터 공학" 계열이다. "나는 문과라서 공학은 못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배우려고 노력해 보자. 프로그램 언어를 대충이라도 배워 놓으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쌓아 올리기가 매우 용이하다. (최소한 엔지니어들하고 의사소통이라도 할 수 있다)

 필자의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필자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IT 하드웨어 기반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필자 역시 경영학 이외에 다른 공학적 지식으로 넘어갈 생각도 못했지만, 운 좋게도 디스플레이 회사에 취직을 했다.  고생 끝에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기술을 배웠다.('고생'이란 단어 하나로 표현되는 게 억울할 정도로 힘들었다.) 이후 연계되어 있는 그래픽 카드 → GPU → 블록체인 → 인공지능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진화 심리학"을 공부하고, "행동 경제학"을 공부하고, 뇌과학을 공부하는 등 끊임없이 지적 사고를 넓히고 있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은 인문계는 숲을 조망하고, 자연계는 나무를 세밀하게 탐구한다는 점이다. 숲을 보느냐 나무의 상태를 살피느냐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 정답은 둘 다 놓칠 수 없도록 중요하다.


§ 인문/이공계열 구분을 없애자!! 융합의 힘

필자의 글은 보통  "진화 심리학", "뇌 과학", "행동 경제학", "인공지능", "블록체인" 이런 분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 이 중에서 인문계 영역은 무엇이며, 이공계 영역은 무엇일까?


 진화 심리학? 진화론은 생물학의 근간인데, 심리학은 인문계에서 지원하는 영역이고,

 행동 경제학?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동물학 같은데, 경제학은 인문계이고,

 인공 지능? 인공은 이공 계고, 지능은 사람만 갖고 있으니 인문계이고....

 블록체인? 돈이 어쩌고 하니 경제학 같은데, 컴퓨터로 하니 이공계이고...


"뇌 과학자"라는 단어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정재승 교수가 대표적인 교수인데 이분의 출신은 물리학과이다. 뇌과학을 대중화 한 박문호 교수도 보면 출신이 전기공학이다. 뇌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 중에는 심리학과 출신도 많고, 뇌과학은 neuroscience란 이름으로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직역하면 신경과학에 가깝다. 의학도가 다루는 신경정신과 일 수 도 있고, 여러 사람이 본인이 "뇌 과학자"라고 주장을 한다. (참고로 필자는 뇌 과학자는 아니고, 뇌 과학도 정도 될 거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주장을 잘 보면 접근 방법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 본인의 전공을 기준으로 인간의 "뇌"의 메커니즘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 적은 필자가 공부하는 학문 모두 신생 학문에 가깝다. 아직 학술적 이론 상태에 머물러 있고, 반론들이 쌓이면 결국 그 이론은 무너지고 새로운 이론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블록체인의 정의가 완벽하게 정립되었다고 보는가? neuroscience는 왜 뇌과학이라고 번역이 되며, 신경과학이라고 번역이 안되는가? 인공지능의 정의는 어디까지 인가?

 이공계, 인문계, 예체능계로 나뉘는 것이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어떤 것을 우선 시 배울까 정하는 인문/자연계열 선택이 돌아올 수 없는 장벽을 세워 버린 것이다.

모두가 4차 산업 혁명을 외친다. IT 시대, 컴퓨터의 발달을 외친다. 그러면서 이공계 출신을 선호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4차 산업 혁명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모른다. 왜냐하면 사회가 진화하는 것은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고,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여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인문계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바로 위 문장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이공계의 영역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는 사람이며 그 사람을 탐구하는 것은 인문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 속 혼란의 시기에 빠진 그대들이여, 인문계 자연계의 영역을 없애자. 앞서 언급한 "뇌과학"처럼 당신이 어느 분야에 더욱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서 새로운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그 새로운 해석들이 모여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그 이론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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