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올로스 May 16. 2019

『초격차』다르게 읽어보기(4) - 2장 조직(2)

직무의 위임과 직무 유기의 차이

 조직이 대형화되면 어쩔 수 없이 업무의 위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직을 인체에 비유해보자. 벌레가 눈을 향해 날아올 경우, 주변 상황을 계산하고 뇌가 피하라는 의식적 명령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눈을 감는 방법으로 일단 안구를 보호하고, 척추를 움직여 일단 피하고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CEO가 뇌라면 각 부서 혹은 접점에 있는 직원들은 신경세포이다. 신경세포에게 뇌를 거치고 상황판단을 한 후 움직이기를 명하기보다는 즉각적인 신경 말단 부분에서 조건 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비록 피하려다 놀라 넘어져서 땅에 긁히더라도, 눈을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 조건반사가 조직에서도 일어나야 하는데 어떤 경우에 일어나는지 기준이 되는 것이 리더의 가치판단이다.


장에서 "리더의 가치 판단"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논의해 보았다.

권오현 회장은 끊임없이 "업무의 위임"을 강조한다.  담당자가 위임된 권한을 기반으로 업무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사고의 틀, 그 기준이 "운영 원칙"인 것이다. 그 운영 원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앞 장에서 말한 "리더의 가치 판단"이다. 물론 은행 조직처럼 "직무 전결권"이라는 제도를 통해 어느 직위의 직원이 스스로 얼마의 금액까지 판단하여 처리할 수 있는지 명확히 규정된 조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부하직원에 업무를 위임했다고 말하고, 부하직원은 상사가 떠넘긴 업무를 받았다 하고, 잘 되면 실적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리더 중에 본인은 매우 깨어있고, 민주적인 리더임으로 직원들에게 모든 업무를 위임했다고 주장하는 리더들이 있다. 이때 진정 업무를 위한 위임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직무를 유기하거나 떠 넘긴 것인지 구분하는 법이 있다. 그 구분법은 바로 운영 윈칙을 세우고 직원들에게 그 개념을 심어주었는 지다. 직원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결국 직원이 스스로 결정하고 잘못된 일에 직원이 책임지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리더의 직무 유기다. 절대 리더의 업무 위임이 아니다. 위임이란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고, 직원이 결정한  결과에 대해서 리더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반드시 포함이 되어야 한다. 부하직원을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수도 없다. 당신의 심장이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뛰고 있는 것, 벌레가 기어오르면 간지러워서 긁어서 떨어뜨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 그 행위 후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운영 원칙"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운영원칙이란 무엇일까? 직원들이 어떤 행동은 해도 되고, 어떤 부분은 하면 안 되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조직발전에 도움이 되고, 어떤 행동이 조직의 발전에 피해를 주는지에 대한 무언의 합의다.

 

사회로 따지면 관습 헌법*과 같은 개념이 회사의 운영 원칙이다.

리더가 시시 때때로 말을 바꾸고,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해서 책임지지 못한다면, 직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은 매우 자명한 일일 것이다.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업무의 범위도 불확실, 업무의 책임도 리더가 지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몸을 사리며 어떤 리스크도 지지 않을 것이다.


 권한을 준다는 것은 마치 자율 주행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과 같다. 도로에 어떤 변수가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목적지를 입력하고 운행 중 도로에 무엇인가 나타나면 피할지 정지할지 미리 프로그래밍을 해 놓는다면, 최대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임이라는 미명 하에 아무런 프로그래밍을 안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직무유기다. 자동차의 각 부품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상황인 것이다. 전조등은 자기 마음대로 일하는 척 깜빡이고, 엑셀레이터가 브레이크가 마음대로 작동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주위에 직무유기가 많은 것은 직무유기와 자율적 권한 위임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 아닐까?


권 회장은 이 장에서 마지막으로 평가와 보상이란 부분도 언급한다.

앞 글에서 말했듯이 직원들은 업무를 해오고 그 수수료를 기업은 챙긴다. (월급을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일 그 수수료가 부당하다 느껴지거나, 부의 분배가 올바르지 않다면 어떻게 직원들은 대응할까?

사보타주, 태업 이런 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적절한 보상과 대응은 기업 종속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보상 원칙 중, 돈을 벌어서 성과를 내면 돈으로 보상하고, 돈을 벌지 못해도 능력이 출중했다면, 진급(권한 부여)으로 보상하라고 한다. 이 방법은 매우 유의미해 보인다. 한 번 인상된 연봉은 기업 입장에서 내리기가 힘들기 때문 성과급 개념으로 부의 분배를 실현하면 된다. 돈을 벌었다는 것은 능력이 좋아서도 그럴 수 있지만, 시장이 호황이어서, 운이 좋아서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돈으로 보상하고 끝내는 것이 가장 공정하고 평등한 부의 분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몸으로 비추어 생각을 해보자. 사냥에 성공했고, 사냥감을 먹으며 에너지원이 몸속으로 들어온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부분에 적절한 영양을 통해 보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데 가장 큰 근육인 허벅지 근육에 많은 에너지가 가고 근육이 커지고 해야만 다음에 유사한 움직임(사냥)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한 에너지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그 근육에는 젖산이 쌓여 알이 배기고, 종국에는 근육이 파열되어 움직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움직임을 통해서 사냥을 하고 영양소를 섭취했다면 신체 각 부분에 영양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옳다. 적절한 보상이 없어서 일하는 부서만 일하고, 그중에서 일하는 인재만 일하고 결국 알 배긴 구성원, 알 배긴 조직이 생기면 그 부분은 회생이 불가능하다. 자주 쓰는 조직에는 많은 영양소가 가고 쓰임이 적은 조직에는 적은 영양소가 가야지 그 반대의 경우에는 비만 혹은 영양실조로 아사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마 많은 기업들이 기형적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조직 내 부의 분배(정치)가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아서일 듯하다.



관습헌법* 이란 반복하여 행해진 기본적 헌법사항에 해당하는 관행이 헌법으로서의 규범력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을 통하여, 국가 내의 최고법으로서의 규범성을 획득하여, 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헌법이 성문 헌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관습헌법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관습의 불분명함을 이유로 관습헌법을 부인하는 견해도 있으나, 성문헌법 속에 헌법사항을 구체적으로 모두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성문헌법에서 헌법적 가치를 갖는 사항을 흠결 할 수도 있으므로 관습헌법의 필요성과 그 규범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도 관습헌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관습헌법 [慣習憲法] (법률용어사전, 2016. 01. 20., 이병태) 세세한 항목을 다 따질 수는 없다 다만 그 각 조항들이 헌법이라는 상위 법 절대 법에 대해서 일치하는가 불일치하는지 판단한다면 그것이 "운영 원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LG가 마케팅을 못해 보이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