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정말 마케팅을 못할까? 아니면 못해 보이는 것일까?
* LG가 마케팅을 못하는 이유를 숫자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머릿속 영토분쟁(포지셔닝, 브랜딩)에서 LG가 승리하지 못하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LG의 마케팅을 순서에 맞게 분석해 보며, LG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그에 따른 솔루션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독일의 경영 철학자 "클라우드 슈밥"이 "제4차 산업 혁명"이란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과 개인은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며 모두가 발 빠르게 준비 중에 있다. 요새 4차 산업 혁명이니 5G니 하며 일컬어지는 "차세대 정보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생각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앞으로 다가올 시대 역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말한 '정보화 사회'의 한 부분일 뿐이며, "제4차 산업 혁명"이란 단어 자체가 학자로서 명성을 위한 네이밍일 뿐인데, 우리가 '혁명'이란 단어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며, 반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일어난 '인더스트리 4.0' 개념과 또 다른 경영철학자 필립 코틀러가 『마켓 3.0』이후 『마켓 4.0』이란 책을 발표하며 "4차 산업 혁명"에 맞게 마케터들도 무엇인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모두가 "숫자 4 "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혁명"이란 단어에 모두가 기존 방식이 소멸되는 것인가 불안해하고 있지만, 필자는 1999년 "밀레니엄 버그"의 공포와 혼란 정도라 생각한다.
필자가 어떻게 생각하던지 간에, 정부와 기업은 5G 통신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하고 있고, 5G를 통해서 우리 생활의 큰 변화가 올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 설명하며, 경제의 시동을 걸고자 "혁명"이라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혁명'이란 단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세상은 급변하는 것이 사실이다. 매일매일이 큰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되었건, LG는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다. 그것도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하면 그려지는 단어들; IoT(Internet of things), 자율주행 자동차, 5G 통신망, 자동화,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것들을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 무엇일까? 마켓 4.0에서도 언급한 연결성 (Connectivity)이다. (클라우드 슈밥은 『클라우드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에서 초 연결성을 언급하지만 그보다 "융합"이란 단어를 더욱 선호한다. 유사한 개념이다.)
그 연결과 융합을 하려면 허브(바퀴 축 Hub)가 없더라도, 최소 서로를 이어주는 라인(Line) 은 존재해야 한다. 그 라인을 갖고 있는 기업은 우리나라의 통신 3사 SKT, KT, LG U+ 에 불과하다. 삼성도 갖지 못한 그 핵심 산업을 LG는 이미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시장 점유율은 가장 낮지만 말이다.) 위에 언급한 IoT, 자동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혁명에 속하는 개념 중 인터넷 연결망을 갖지 않은 제품이 있는가?
그리고 LG는 휴대폰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라인'이라는 개념을 인간의 오감을 통해 느끼게 해 주고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최첨단의 인터페이스가 휴대폰이다. (인터페이스: 기기와 인간을 연결해주는 접점에 있는 기기.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 LG가 적자를 보면서도 휴대폰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IoT가 진행되면, 냉장고에도 디스플레이 화면이 달리고, 휴대폰과 동일하게 정보제공 기능을 제공하며 냉장고 본연의 기능 + 휴대폰(정보제공 단말기)의 기능을 제공하게 된다.
휴대폰을 "정보제공 단말기"로 개념적 재정의를 내릴 경우 휴대폰 기능이 들어가지 않는 전자제품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LG의 대응"을 보면 LG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목을 잘 지키고 있으며, 본인만의 혁신적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LG가 마케팅을 잘한다" 기가 막히게 잘한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a. 마케팅의 개념 -- "제품을 더 잘 팔고, 더 큰 이익을 남기 위한 일련의 모든 활동"
마케팅을 위와 같이 정의한다면, LG는 나쁘지 않은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적절한 투자, 시장 선점을 적절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 기업 및 경영자적 입장에 매우 치중된 관점이다.
b. 마케팅의 개념 --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것, 제품의 특성을 효율적으로 전달하여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것" - 소비자 중심의 홍보(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관점.
마케팅을 위와 같이 b에서 언급한 (소비자 중심)"포지셔닝", "홍보", "브랜딩"에 한정하게 된다면, LG는 형편없는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브랜딩에도 손실회피 편향이 존재한다"는 글을 썼다.
부정적 이미지가 소비자 머릿속에 더욱 깊고, 강도 높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brunch.co.kr/@aiolos/27#comment
화웨이가 보안 문제로 영미권 국가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화웨이 포비아"가 만연한데도 LG는 5G 장비를 노키아, 삼성 제품 대신 화웨이 장비로 적용했다.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2678
미중 무역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LG는 무역갈등 전 화훼이를 선정하여 미국의 압박을 피할 수 있었으며, 5G가 개통하자 LG U+ 5G 서비스 가입자 수는 화웨이 포비아가 무색할 정도로 높았다. (5G 폰인 삼성 갤럭시 S10 신규 가입자 수 기준)
이런 상황에서, "a 마케팅 개념"을 적용하면, LG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한 것이다. 하지만 "b 마케팅 개념"을 적용하면 아쉽지만 실패한 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 아래 동영상은 보셔도 무방하고, 보시지 않고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아래 글을 읽으셔도 좋습니다.
아래 휴대폰 광고를 비교해 보자
[LG V50 ThinkQ]
https://www.youtube.com/watch?v=dAYoA1tSJcw
[Samsung Galaxy S10+]
https://www.youtube.com/watch?v=dlk9xmhntrI
[Apple Iphone X]
https://www.youtube.com/watch?v=9TQVwFxpgpU
첨단을 달려야 하는 휴대폰 광고다. 그런데 삼성 갤럭시 S10과 애플 아이폰 X 광고와 비교를 해보면 LG의 광고기법은 매우 처지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a. 시기를 잘 못 맞추었다.
LG V50 광고에서 보이는 듀얼 스크린은 삼성에서 발표한 접히는 디스플레이와는 다른 휴대폰 액세서리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구매하는 휴대폰 케이스, 이어폰, 보조 충전기와 다른 것이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 접히는 디스플레이가 나오는 상태(갤럭시 폴드)에서 액세서리 개념을 아무리 강조한들 시대에 뒤처지는 기술력 이미지밖에 더 갖겠는가? 그런데 매몰비용(개발비)이 아까워서인지 광고까지 하면서 강조한다.
LG (광고주) : 이것은 액세서리고 "화면을 넓게 사용할 수 있어."
삼성 : 우리는 일체형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시장에 출시합니다.
광고 시청자: 접히는 휴대폰이 나오는 시대에 저런 LG의 액세서리가 왜 필요? 가운데 접히는 부분 거슬리네. 시대에 뒤처져 보임.
LG가 어필하는 것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르다.
b. 도대체 이 폰의 필살기가 뭐야? (기능적 한계 및 메시지 전달 능력)
LG (광고주) : 5G를 만나다. 휴대폰 두 개 사이즈 화면 크기, 다자간 영상통화, 레드벨벳 슬기가 춤을 춰, 게임패드 기능 가능...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삼성 (광고주) : 대화면 디스플레이, 온스크린 지문 인식( 화면 아무 곳에 손을 대면 지문을 인식), 카메라, 배터리 (무선 충전 공유)
아이폰 (광고주) : 프라이버시 보장.
LG 광고 시청자 : LG는 기능적으로 전혀 남는 게 없다. 센 언니가 나와서 뭔가 혼자 막 기존 기능에 화면 확장을 통해 볼 수 있는 기능 (그다지 필요성이 안 느껴지는 기능 들) 막 보여준다. 그것도 모자라 화면에 자막도 엄청 많고, 촌스럽게 내레이션으로 "레드벨벳 슬기가 춤을 춰" 이렇게 기능을 읽어준다. 이것이 소비자가 정말 불편했고,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한 것인가?
상성 광고 시청자 : 화면이 끝까지 뻗어있으니 디자인적으로 우수하네, 꼭 지문 인식 부분에만 손을 대야 했는데, 아무 곳에나 가능하네... 혁신적이고 불편했던 것을 개선했구나
아이폰 광고 시청자 : "당신의 프라이버시는 보장받아야 합니다." (완벽하게 메시지 전달 완료)
c. 광고 영상 및 광고를 통한 소비자 접근 방법
LG 광고가 촌스럽고 거부감을 일으키는 이유는 단순하다.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이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머리에 "이런 기능도 있고, 저런 기능도 있어 어때 나 멋있어 보이지?"이렇게 광고주는 넣고 싶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신이 없다. 삼성, 애플이 포인트 (제품)에만 색감을 딱 넣는 것에 반해서, LG 광고는 오만군데 색이 분산되어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모른다.
특히 애플 광고에서는 단 한마디 "난 보안에 강합니다"이 말을 위해서, 너도 너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위해서 이런 행동 하잖아, 그 마음 알아 그래서 우리는 여기(보안)에 집중했어. 이렇게 공감적 접근 후, 은유, 사례, 집중 이런 기법을 매끄럽게 사용하고 구매를 유도한다.
삼성만 해도 어필하고 싶은 것이 한정적이다. 그리고 온 스크린 지문 인식과, 배터리 무선 충전은 나름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의 개선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절제된 색감을 쓰고, 필요한 기능만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뇌리에 남게 만든다.
LG의 조바심이 만들어낸 실패한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좋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서 LG의 광고주 안달이 났다. 좋아 보이는 것은 막 넣고 싶은 거다. 쎌럽이라니 센 언니 넣고, 색감이 중요하니 화려한 색감 콘셉트 잡고(명암비는 신경 안 썼나 보다), 연예인 유명한 애 넣고 싶으니 레드벨벳 넣고, ( 그조차도 셀럽의 얼굴이 안 보여서 내레이션으로 레드벨벳이라고 말해준다), 지도 확장 기능 스크롤바 안 올려도 된다고 보여주고 싶었나 본데 별 필요 없어 보인다.
애플은 보안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 좋은지는 설명 안 해준다. 이미 브랜드 충성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보안이 좋다고 하면 "충성" 하면서 소비자는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 충성도도 없는 LG는 할 말도 많고, TV 광고 30초 안에 밀어 넣으려니 마음이 급하다.
소비자가 본 LG는 소비자의 니즈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한 기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이미 만든 기술을 소비자에게 써보라고 강요한다. 그것도 뚝심 있게 자기들이 만든 기능이 트렌드가 되도록 밀고 나가지도 못한다. 이것저것 만들어서 휴대폰에 넣어 놓고, 써보세요. 그러고 끝이다. (Push 전략)
반면 타사는 정말 소비자가 혹할만한 기술을 던진다. 그리고 소비자가 이거 사고 싶어요 라고 말하게 만든다 (Pull 전략)
삼성, LG 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에 감성이 없다. (미국 미래학자 폰 네이스비츠 著『메가트렌드』 에서 말하는 하이터치 개념) 소비자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를 그것에 맞추려고 하는 느낌이다.
LG는 첨단을 달리는 기업이다. 해외에 나가면 국민의 자랑이자, 국내에서도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기업의 경직성,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휴대폰 사업의 절박함,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갈팡질팡함이 광고에서 조차 느껴진다. 그 상황이 길어지면 아래와 같은 광고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슈는 끌었지만 제품에 대한 정보, 구매로 이어질지는 매우 미지수이다. 이런 광고를 허용할 정도로 유연한 회사로 보일 수 도 있겠지만, 토요일도 일 시켜서 만들었다는 광고 제작 배경에서 보이 듯, 자포자기 상태의 광고기획자가 우연히 만들었다가 대박을 친 것으로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W1ZaRPyuY
LG의 광고를 보면 기업문화의 문제가 보인다. 누구 하나가 제품의 최고의 강점 포인트를 잡아서 밀고 나가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실패에 대한 "귀책사유"가 두려워서 이것저것 부서별 요청사항 다 넣고, 책임에 대한 분산을 가져가고 싶은 것이 보인다. 차라리 위의 병맛 광고처럼 누구 하나 목숨 걸고 소위 "똘끼"가 필요한 시기다. 브랜딩에는 민주주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나의 콘셉트로 소비자에게 꾸준히 어필하는 우직한 독재가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다.
LG는 새로운 회장이 취임한 만큼 지금이 이미지 쇄신에 가장 좋은 기회일 것이다. 보다 젊은 감성, 그보다 LG만의 감성을 찾고 소비자에게 무언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에 집중한다면, 차세대 LG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