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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올로스 Nov 12. 2018

PC방의 수익은 PC운영에서 나지 않는다.

중소 엔터테이먼트 사업인 PC 방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 

§ 유희를 즐길 줄 아는 인간과 게임산업의 발전

컴퓨터라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품"을 인간은 "유희의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위대한 발명품을 생산적이지 않고, "노는"일에 사용하는 것에 온 사회는 우려를 표했지만, 인류는 이 "유희"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 컨텐츠 산업으로 키워 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31&v=rBIPxHAGYAo

▲ 1988년 PC를 게임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는 뉴스


 19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그 유희 도구(컴퓨터 게임기)를 즐길 장소는 콘솔 게임기가 있는 일반 가정 혹은 오락실이었다. 그 중에서도 오락실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사교의 장으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었다. 학교가 끝나면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오락실로 향했고, 전자 게임을 통해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황금 도끼”, “메탈슬러그”와 같은 게임은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매우 사실적인 움직임과 표현으로 아이들을 모았다. 지금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했던 시기에 오락실은 지금의 게임리그처럼 엄청난 인기의 사교의 장이 되었으며, 고수들의 격전은 아마 지금의 프로 게임 리그의 시초가 되었다.


▲ 1980년대 오락실 전경 (출처 중앙일보)

 게임의 실력은 100원을 넣고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서 끝판 왕(?)을 깨고 엔딩을 보는가 였다. 실력을 갖춘 게이머들은 비공식적으로 지역의 대표가 되어서 상대를 깨부수며 100원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장수(長壽)할 수 있는지를 겨루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게이머들은 100원으로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반면에 오락실 주인은 100원으로 몇 시간을 앉아있는 고수들이 눈엣가시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오락실 주인은 청소를 하는 척 하며 게임기의 전원을 내리는 등 빠른 자리 회전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결국 게이머와 오락실 점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다 보니 이러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빨리 죽어야 사는 오락실” VS “오래 살아야 사는 PC 방” (서로 다른 수익 구조)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의 선풍적인 인기를 등에 엎고 우후죽순처럼 오락실을 대체하며 PC 방이 등장하였다. 오락실과 달리 회전율이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PC 방은 오히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수익성이 좋아지는 구조였다. 당시 PC 방의 평균가는 시간당 1000원,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가 기준 1000원의 PC 방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현재 가격에 비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가격이었다. 비록 그 당시 PC 값도 비쌌지만, PC 방 이용료 또한 당시 물가에 비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점주 입장에선 앉아만 있으면 돈이 굴러오고, 그 종자돈으로 현재 굴지의 포털 사이트 종자돈을 만들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시절이었다. 


 하지만 PC방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때 11000호 점이 넘는다고 추정되었던 PC 방은 현재 약 8000호 점으로 많이 줄었으며, 그 하향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PC 방 수가 줄어든 이유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PC방 가격이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낮은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은 PC방이 큰 인기를 끌던 1997년에는 1400원 이었다. 그에 반해서 2018년 현재는 7530원이다. 과거 손님 두 명을 받아서 한 시간 동안 PC를 가동하면 점주는 아르바이트 생의 임금을 주고도 이익인 구조였다. 그에 반해 현재는 1200원 기준 한 시간에 PC를 일곱 대 이상을 구동해도 아르바이트 생 임금을 챙겨주기 힘든 구조다. 거기에 건물 임대료, 유료 게임 라이선스, 고사양 PC까지 고려하고, 청소년 타임 아웃 제도까지 고려한다면, PC 방 점주의 손익분기점은 시간당 PC가 최소 20대 이상은 꾸준히 구동되고 있어야 하며, 수익이 한창 일어나는 시간에는 50대 ~ 100대 이상이 동시에 구동 되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온다. 그런 이유에서 소형 PC 방은 자취를 감추었고, 불가피하게 대형화 된 PC 방만이 생존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대형화 된 PC 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상권이 있어야 하고, 더욱이 도보로 이동하는 소비자들의 동선을 고려 해보았을 때, 인구 밀집 지역인 아파트 촌과 학교 근처의 빌딩에는 PC방이 몇 개씩 집중되어 입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에서 PC방의 수익을 창출하기란 더욱 어렵기만 하다. 


§시간당 최소 7명이 와야, 알바생 1명을 고용할 수 있다 (수익성 악화)

▲ PC방의 시간당 가격의 변화와 주요 지출 항목을 간략하게 비교한 표



다른 콘솔 혹은 게임 엔터테인먼트 보다 PC 게임이 대세를 이룬다는 긍정적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익성, 치열한 경쟁을 이겨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 한다. 

▲ 고급화 된 PC 방!!  커브드 모니터 등 고성능 부품들로 PC들이 구성되어 있다.

가정에 이미 PC 가 보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사양 게임을 위한 하드웨어를 무기로 삼고, 게임 보상(경품, 레벨 상승, 승률 증가)이 PC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또다른 무기로 하며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 PC방의 대형화 불가피 해졌다. 거대해진 공룡과 같은 PC방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더 충분한 먹거리(수익성)가 더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오락실의 경우 빠른 회전율이 생존 방법이었다면, PC 방은 정반대로 회전율 보다는 한번 들어온 손님을 얼마나 오랜 시간 잡아 놓는 것인가가 생존 방법이 되었다. 과거 오락실에서는 손님이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서 게임을 중단하고 새로운 손님이 동전을 넣는 것이 더 이익이었지만, PC 방에서는 목 마른 손님이 목을 축이고, 배가 불러서 더 1시간이라도 더 머무르는 것이 이익이 되는 사업이다. 결국 오락실의 딱딱한 삼발이 의자는 PC 방에서 더 크고 편안한 의자로 바뀌었고, 더 화려한 사양의 고성능 PC와 모니터로 가정에서 느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하지만 PC 한 대를 통해서 24시간 구동을 한다고 하여도, 낼 수 있는 수익은 28,800원(1200원 X 24시간)수준이다. 이는 쉬지 않고 PC를 구동했을 때 가능한 수치이며, 현실적으로 한 대의 PC로는 하루에 2만원을 벌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의 집중도를 높여, 수익을 높여 주는 수단(먹거리)들이 새로운 추가 수입원이 되는 “꿩먹고 알먹는” 수익 구조가 등장한 것이다. 



§ PC + 식당의 동업의 시작 (서로 다른 업종의 결합)

PC 방에서 판매하는 먹거리 메뉴 (출처 PNN)

PC방에 식당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과거 음료수 및 컵라면과 같이 조리가 불가한 인스턴트 먹거리를 판매한 것이 높은 수익을 가져오는 것에 착안하여, PC방 허가와 식당 허가를 동시에 받는 업체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인스턴트 먹거리의 경우 PC방에서 납품가가 소비자 판매가 대비 50%가 되지 않는 제품이 많다. 간단히 말해 마진율이 50% 이상이며, 햄버거 + 음료 세트의 가격이 4000~6000원임을 감안할 때, 세트 메뉴 하나가 PC 구동 2 ~ 3시간에 버금가는 수익성을 갖게 된다. (PC방에서 파는 유명 햄버거의 경우 납품가가 개당 1000원 미만이다.)


결국 게이머가 3시간 게임을 해서 얻는 수익률 3600원 + 세트메뉴 4000~6000원 결국 PC 방에서 얻을 수 있는 고객 1인당 예상 수익의 2배를 얻는 게 된 것이다.

이로서 PC 구동 시간의 증대, 먹거리 수익률 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었다.

얼마나 오래 손님을 머물게 할까? (= 더 PC를 가동률을 높일까? )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컴퓨터 유희 산업을 진화시켰다. 


현재 피씨방은 하나의 문화 공간이다. 하나의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한 그래픽 작업을 필요로 하며, 온라인 유희를 위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하며 친밀도와 유대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풀면서 대형 영화관과 같이 문화 사교 공간으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공간이 되었다. 


§ 지금의 PC방 앞으로도 수익성이 보장될까?

현재의 PC 방의 주 수입원이 된 식음료를 다루며, 원가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출혈 경쟁으로 “게임 콘텐츠 제공”이라는 PC방의 본업에 부족함이 발생하게 된다면, PC 방이란 산업 자체가 병들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레드 오션 인 PC 방 산업에서 생존을 원한다면, 미래의 PC 방은 단순히 게임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상을 통해서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을 충족시키는 공간”이라는 사업의 본질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예전 영화관에서 영화만 보았지만 현재는 식당 + 오락실 + 쇼핑 등의 개념이 추가되어 복합 문화 산업으로의 변화 하였 듯 PC방도 그 추세를 피할 수 없다.


 앞으로의 PC방이 PC방이란 이름 불리게 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뇌를 자극하고, 유희를 즐기는 산업은 없어질 수가 없다. VR 기술, 각종 IT 기기의 발전, 초고속 인터넷 망과 게임 콘텐츠의 무한한 발전, 무인 직원을 지향하며 쏟아져 나올 각종 기기들 (무인 계산 키오스크, 라면 제조기, 로봇 식음료 배달 로봇 등) 항상 새로운 자극을 찾고 자극의 역치(閾値) 를 올리려는 인간의 특성 상, PC 방은 앞으로도 가장 빠르고 기술의 첨단에 서있는 산업이 될 것이 자명하다.


앞서 언급하였듯 PC 방은 “IT 기기”와 “유희를 찾는 인간의 욕구”가 있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수익성 개선 등 PC방 시장 전반의 자구책 마련이 절실해 보이며, 대다수가 소상공인인 PC방 점주들에게 최저 임금 인상과 같은 현 이슈는 큰 어려움일 수 밖에 없다. 문화 콘텐츠 증진 및 건전한 오락 시설의 확충을 위해서라도 PC방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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