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높이와 스케일을 바꾸어준 인생 책
보통 성공을 하면 한강 조망권의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한다. 탁 트인 전망에서 깨알 같은 사람과 자동차들이 움직이는 모습들을 조망하며 세상의 흐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강 조망권의 팬트 하우스에서 살기를 꿈꾸고 있고, 우리의 삶의 수준과 계층은 오로지 사는 곳, 차, 명품으로 결정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명품과 고급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금수저 은수저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고, 그 의미는 부모로부터 얼마나 많은 재력을 많이 물려받았는가를 묻는 내용인데, 이 책을 읽어보면, 진정한 금수저는 재력이 아닌 "살아가는 전략"을 물려주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개개인들 간에만 이런 유전이 가능할까? 부모가 자식에게 "성공 유전자", 즉 "살아가는 전략"을 물려주는 것은 한 국가 속 세대 간에서도 다르지 않다. 과거 산업 혁명을 경험하고, 서양 철학의 종주국이라 말할 수 있는 국가들이 현재 세계의 패권국이 되어있는 상황이며, 현재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 철학적 사고의 생산국인 것은 과연 우연일까? 현재 철학적 사상을 만드는데 선진국이 아닌 국가는 없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우리의 생각의 수준을 높이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국내 철학자를 통해 이렇게 높은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점. 우리 또한 이렇게 높은 철학적인 우리만의 언어, 우리만의 글, 우리만의 사고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운 책이다.
최진석 교수의 목소리는 매우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날카롭다. 그 목소리로 외치는 "야성적"이라는 단어는 매우 예리하게 막힌 무엇인가를 깨끗하게 뚫는 느낌이다. 글과 논리는 철학적으로 매우 명쾌하고, 정제되었으며, 깔끔한 글은 이해하기가 매우 쉬우면서도 매우 역동적이다. 앞서 언급한 예리함은 그의 통찰력이며, 막힌 무엇인가는 우리가 서양의 철학을 차용하며, 생길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의 괴리, 서양철학을 넘지 못함에서 나오는 답답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철학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사유하는 법"이라는 표현이 철학의 일부분을 차지한다는 가정 하면, 언어란 사고의 결과 물이다. 어법 속에 우리가 생각(사유)하는 방법이 들어있다. 그/그녀를 구분하고 단수/복수를 구분하는 영어 문법이 우리의 언어 사고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영어를 배우기 힘든 이유다.
여하튼 우리는 주변 국가와 다른 언어 체계를 갖고 있고(=사유체계를 갖고 있고), 인간의 언어를 부호로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 체계를 갖고 있다. 이 위대함은 우리만의 독특한 민족성으로 발현되며, 주변 강대국에 동화되지 않고, 독립국가로 자리 잡게 했다. 주변 국가와 다른 철학(이데올로기, 종교적 개념, 국가관을 포함한 내용)을 가진 민족이라서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 300년 전에 철학을 배울 기회를 놓쳤기에 철학을 이용하여 패권을 잡을 기회를 놓친 것도 사실이다. 동양과 서양의 대결에서 17C ~19C까지 철저하게 패배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양의 칸트, 데카르트, 소크라테스까지 사유 방법을 도입하게 되었다. 참고로 17C만 해도 일본은 에도시대에 큰 도시화가 어느 정도 일어났고, 서양 열강이 극동아시아로 넘어오기 전에 일본은 증기기관을 받아들이고, 국가제도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헌법, 정치제도, 국가 기관 구성이다. (그때 받아들인 사상에는 의복도 있으며, 일본 수상이 주관하는 행사에는 일제 강점기에 입었던 연미복을 그대로 입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이때 서양의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 공화정인 프랑스, 독일의 사상은 왕권 국가인 일본에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적절히 수정하여 일본 만의 사상을 만들고 일본의 철학은 이때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하며 패권 국가로 부상한다. 대표적인 사상중 하나가 정한론이며 현재 혐한 감정을 갖고 있는 그들의 핵심 사상이 된다.
결국 국가를 유지하고, 패권국가로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국가의 사상을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세상을 이끌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 사상을 갖고 있는가가 최진석 교수의 주장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 철학적 사상의 부재로 인해서 매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중국에서도 버린 성리학, 양명학을 고집하며, 그 사고에 갇혀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세상의 변화에 어두웠던 점이 망국으로 이끌었다. 반면 일본은 같은 유교문화권이었어나 세계(서양)의 변화를 빠르게 읽었고 강제 개항을 당하며 서양을 빠르게 배웠고 흉내 냈다. 그리고 동양 평화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자신들만의 독특한 철학을 만들어 대동아전쟁이라고 찬양하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부모가 좋은 사상, 성공 DNA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 세대 간에도 성공 DNA를 물려주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을 주장함에 철학자 최진석 교수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서평을 쓰는 나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준 철학책이다. 비록 철학자가 선진국 강대국을 이야기한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품위와 문화는 힘이 있을 때 지켜질 수 있는 것이고, 인간이 인간임을 가능하게 하는 지적 활동 역시 경제력, 군사력과 같은 힘이 있을 경우에 가능하다.
현재도 일본, 중국의 무례한 행동들 때문에 우리 국민은 격노하고 있으며,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우리의 시선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본이 불화수소 판매를 금지했을 때, 대체제를 찾고 우리만의 불화수소를 만들어내고 전 국민 대다수가 일본차 불매 운동을 하는 행위는 기존과 다른 냄비근성을 넘어서는 철학적 사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적 싸움 자체에 몰입하지 않고 시선을 높여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조망했다.)
일본 문화를 개방했을 때 "JJ가 온다"라는 책 등 문화 개방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시위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 문화 우월주의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만의 독특하면서 창의적인 문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한류라는 트렌드는 전 세계를 휘감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과거 중국과 서양의 철학을 배우고, 그것을 넘어 한국인의 독특하면서 창의적인 (필자의 사족을 붙이자면, 인류발전과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사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준 이 책은 감동이었다. 비록 동아시아 끝에 작은 반도 국가지만 사상적 영토는 매우 넓은 외적, 내적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자신감이야 말로 무의미한 국뽕이 아닌 진정한 국가의 존립과 나아갈 길을 알려줄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별 5개 만점에 6개를 주고 싶은 책이다.
★★★★★ + ★
<함께 읽어보면 좋은 서적>
생각의 탄생 -- 미셸 루트번스타인
프레임 --최인철 (사유의 시선을 높이라는 것과,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라는 내용이 어느 정도 통합니다.)
참고 서평 https://brunch.co.kr/@aiolos/49
러셀 서양철학사 -- 버트런드 러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