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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올로스 Jan 29. 2020

[서평] 지식인의 두 얼굴 (Feat. 이기적 유전자)

페르소나를 생각하지 않아도 동물에서 진화한 인간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정의롭기만 한 인간은 존재할 수 있는가? 우리가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강직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며, 정의롭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대중(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살아왔다. 인간이 어떻게 한결같을 수 있는지 생각했으며, 우리의 독후감의 결론은 “나도 누구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였다. 한 사람의 성공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아도 그런 비인간적이며, 신화적인 이야기들이 넘친다. 셀러리맨에서 대통령이란 신화를 쓴 분도 자서전을 보면 무용담이 넘치고, 피겨스케이트 불모지에서 세계 정상에선 선수의 자서전을 보면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노력을 감내하고 최고가 되었다. 

 이런 신화들은 자기 계발서 형태로 자극제가 되기도 하고, 내 의지는 왜 그렇게 약한 지에 대한 원망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지식인의 두 얼굴”이란 책은 그런 신화를 가진 사람들의 "신화가 아닌" 도덕적인 모습과 반대되는 어리석고, 모순적인 면을 살핀다. 철학을 공부했다면 알만한 석학들 서양 철학사를 쓴 “버트런드 러셀”, 철학자 “루소”, 사회주의의 아버지 “칼 마르크스” 등 신념과 의지로 똘똘 뭉친 그들의 정의로운 삶이 아닌 추한 사생활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는 자기 아이들을 고아원에 내다 버렸고, 노동 해방을 부르짖던 마르크스는 가정부를 45년간 착취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행동인가 우리 모두에게는 참 교육이니, 노동자의 인권이니 외치면서 본인의 개인의 삶으로 가면 매우 이기적이고 자신이 증오하는 그런 악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왜 이런 모순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이 질문을 통해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한다. 

서평을 쓰는 내 견해로는 인간은 원래 모순적인 존재다. 또한, 인간은 동물에서 진화한 존재일 뿐이다. (본능이 살아 숨 쉬는 야생의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의 견해를 빌려서 살펴보자. 유전자를 가진 모든 생명체들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복제하는 용도로 쓰인다.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한 유일한 목적으로 생명은 존재한다. 

 “지식인의 두 얼굴”에서 다루는 위인들의 추악한 면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건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톨스토이 이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마틴 루터 킹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얼마 전 구속된 모 도지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학생 운동 및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결국 비서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서 파면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진화심리학 적으로 보면 수컷의 경우 강한 남성호르몬을 가질 경우 모험적인 성향과, 건강한 신체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의 수컷들은 주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던지 많은 추종세력을 갖게 된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우 혁신적이고 많은 추종자를 갖는 남성의 경우도 모험적인 성향과 매력적인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 매력이 사회 다수를 위해서 발현되면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성인이 되는 것이고, 개인의 욕정 만을 위해서 사용되면 파렴치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성인이건, 파렴치한 이건 그 기반은 똑같은 성향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가득한 공격적인 수컷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양육을 위해 자상한 성품 또한 중요한 덕목이다. 그 자상함과 도덕적이란 기대치에 위인들은 부합하지 못한 것이다. 


 외국어 고등학교와 같이 특수 목적 고등학교를 폐지하기를 원하면서, 자신의 자녀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 출신인 교육감의 모습.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법무부 장관에 올랐으나 자신의 자녀들은 불법으로 장학금을 타게 하고, 청년들의 울분을 잘 안다면서 공기업에 채용 청탁을 하는 현재의 정치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사회가 이상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식들이 성공하길 바라는 인간의 보편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을 뿐이다. 


 이 책의 서평을 보면 좌파가 왜 모순적인지 왜 무너지는지로 해석하는 글이 많다. 이는 이 책을 본인들 마음대로 해석하고 모순적인 내용이다. 좌파라서 모순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모순적인 것이다. 다만 좌파건 위인이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이상을 얼마나 강하게 추구했는가 그러면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본능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줄 뿐이다. 그 무너지는 모습을 옹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고, 담담히 인간의 한계를 절실히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 Angry pope를 검색하면 많이 볼 수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얼마 전 교황이 악수를 청하는 신도의 손을 매몰차게 때리면서 화를 낸 모습이 해외 토픽에 올랐다. 신이 아닌 인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교황이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을 잃을 수도 있고, 때로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이 동물에게서부터 진화한 인간일 수밖에 없는 사항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이상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도덕적 가치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불변의 가치인지, 오히려 인간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 아닌지도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 볼만하다. 과거의 위인들과 오늘날의 정치인들을 멀리서 조망해 보며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지 추한 면이 있다고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만하다.

 인간이 이상적이며 완벽한 도덕적 삶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때문에 인간의 진정한 내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배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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