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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올로스 Jul 09. 2020

직장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법

직장을 택하기보다 직업을 택하라.

 벌써 10년 정도의 회사생활을 했다. 뒤돌아 보니 대학교 때 꿈꾸던 삶을 나는 80% 정도는 실현했는 것 같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당시의 목표는 얼마나 멋있게 보이는가에 삶이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해외 출장을 자주 나가고 최소 비즈니스석 이상의 비행기, 5성급 호텔, 기사 딸린 고급 세단이 공항에서 픽업을 하고 영어를 쓰며 일하는 바이어를 가진 국내 기업 혹은 외국계 회사에 가고 싶었으며, 연봉 많이 주는 은행에도 가고 싶었다. 10년 전 은행권 잡쉐어링이란 명목으로 은행권 신입 연봉이 일시적으로 크게 줄었던 시기에 신입 입사를 했기 때문에 나는 고민 없이 은행을 포기하고 국내 대기업으로 왔다. 당시에도 프로야구팀을 가진 대기업이라면 취업을 대단히 성공한 것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에, 나의 "간지"를 살려줄 대기업 배지를 달고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이때부터 난 내 인생에 큰 실수를 했구나 깨달았고,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위에 꿈꾸던 간지 나는 삶을 이루는데 채 2년 반이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큰 불안감이 날 덮쳤다. 회사를 위해 일은 하는데 당최 내 미래가 절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첨단을 달리던 디스플레이 공학의 비전이 심각하게 보이지 않았고, 그보다 내 직업은?이라는 질문에 단 한 글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다. 직장이 과연 내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날 무섭도록 갉아먹었다. 결국 사직서를 내고, 내가 무엇을 잘하고 내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내가 꿈꾸는 분야는 무엇인지 철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건 내 과거 경험과 내가 잘하는 분야와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적절히 버무려진 회사로 나는 성공적 이직을 했다. 물론 이직한 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나며 내가 성장하고 싶은 분야가 바뀌기도 했지만, 다른 말로는 현재 회사에서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참 마음에 드는 후배들을 뽑기도 했다. 경력직을 주로 뽑는 외국계 회사 특성상, 한 인재를 살펴보면 첫 회사, 첫 사수의 업무 성향이 명확하게 보인다. 첫 사수를 만나는 것은 절대적으로 운이지만, 운으로 치부하기엔 한 사람의 평생의 직장 생활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나와 일하는 친구들은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가르치려고 노력 중이다.  가르친다기보다 멘토가 되어서 스스로 결정하게 하며, 그 성공의 기쁨을 노력한 친구들이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는 직장인으로 10년 지금도 공부하고 있으며, 전혀 생소한 공학분야까지 나는 공부하고 있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의 성공에 대한 성과급을 회사는 직원과 나누려 하지 않는다. 또한 위험할 때 언제든 날아갈 수 있는 것이 직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 헌신을 다하고 몇 인분의 노력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인원 감축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헌신적 노력은 맞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헌신짝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한다면, 회사에 목숨을 걸고, 날 지켜줄 것이라 기대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절대적으로 개인의 능력과 퍼포먼스 내가 아니면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자신감과 실제로 그러한 능력이 직장인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 스스로 자기의 직업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관련 업계에 자신을 홍보하고, 예리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결국 자신을 지켜줄 것이다. 

 디자이너처럼 전문직군을 가진 직원들을 보면, 어릴 적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정확히 잡고, 자기가 계발하고 싶은 능력, 혹은 자신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을 분야가 명확하여 커리어 패스를 잘 만드는 것을 자주 본다. 이런 친구들은 디자이너로서 역량만 많이 계발해 주면 된다. 하지만 과거의 나처럼 외국계 회사라는 소위 "간지"만을 좇으며, 어떤 분야를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고, 전문성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친구들도 있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이고, 자신의 강점을 모르기 때문에 계속 도태되고 지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직장에서 생명을 연장하고 싶으면, 절대적으로 자기 자신을 먼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후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교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는 것 그것이 원론적이지만 유일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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