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고객은 움직였는데 왜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가?

by 제이올로스

마케팅 활동 이후에 아무 결정도 남지 않는 상태는, 고객 반응이 없어서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경우 고객은 이미 충분히 움직이고 있다. 유입은 발생하고, 콘텐츠는 소비되며, 문의와 미팅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확인된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마케팅은 분명히 작동한 것처럼 보인다.

이때 조직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반응은 있네요.”


이 말에는 긍정도 부정도 담겨 있지 않다. 다만 관찰의 수준에 머무른 표현이다. 고객이 무엇을 했는지는 확인되지만, 그 행동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행동은 인식되지만, 다뤄지지는 않는다.

고객의 행동은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클릭 이후 체류가 이어지고, 자료를 더 살펴보며, 필요하다면 문의를 남긴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 안에서는 이 연속성이 자주 끊어진다. 행동 하나하나는 기록되지만, 그 흐름 전체가 하나의 판단 대상으로 묶이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고객의 행동이 결과로 취급되지 않는다. 단편적인 반응, 참고 가능한 수치, 혹은 상황 설명을 위한 자료로 남는다. 행동은 존재하지만, 그 행동을 통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조직은 행동을 보면서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멈춤이 의도적인 거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직은 고객의 행동을 무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낸다. 행동은 쌓이지만,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의 행동은 더 많이 관측된다. 숫자는 늘고, 사례도 추가된다. 그러나 행동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판단은 더 어려워진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어디까지를 인정해야 할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많은 행동이 더 많은 혼란을 낳는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은 종종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지금 이게 좋은 건가요?”


이 질문은 행동이 없어서 나오는 질문이 아니다.


행동은 충분히 있었다. 다만 그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된 관점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은 반복된다.


결국 고객은 분명히 움직였지만, 조직은 같은 자리에 머무른다. 고객의 행동은 기록으로 남고, 보고서에는 정리되지만, 조직의 상태를 바꾸는 계기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실패라기보다 정지에 가깝다.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선택되지 않은 상태다.

이 장에서는 고객을 이해하지 못한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고객은 이미 충분히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직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고객의 행동은 어디에서 멈춘 것일까.

행동이 판단으로 다뤄지지 않는 순간은,

조직 안의 어떤 지점에서 시작되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1장.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