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성과가 있는데도 왜 확신은 만들어지지 않는가

→ 숫자가 있음에도 의미로 수렴되지 않는 상태 정리

by 제이올로스

일이 늘어난 상태에서도 성과는 계속 발생한다. 유입은 유지되고, 전환은 일정 수준을 넘기며, 이전보다 나아진 지표도 확인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마케팅은 완전히 멈춘 적이 없다. 오히려 꾸준히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안에는 이상한 공기가 남아 있다. 성과가 있다는 사실은 공유되지만, 그 성과에 대한 확신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괜찮은 것 같긴 한데”라는 말은 반복되지만, 그 말은 늘 단서처럼 붙어 다닌다. 성과는 확인되었지만, 그 성과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 상태에서는 성과가 결과라기보다 현상에 가깝다. 숫자는 존재하지만,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고정되지 않는다. 성과가 좋았다는 평가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는 말이 동시에 존재한다. 두 말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느 쪽도 선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늘어난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자료와 설명은, 성과를 명확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성과를 둘러싼 해석의 폭을 넓힌다. 같은 숫자를 두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성과는 하나인데, 해석은 여러 개가 된다.

이때 조직은 조심스러워진다.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부담이고, 성과를 성급하게 확정하는 것도 불안하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위치에 머문다. 성과를 인정하되, 확신은 보류하는 상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성과는 점점 설명의 대상이 된다.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왜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성과는 증명되어야 할 것이 되고, 증명이 길어질수록 확신은 뒤로 밀린다.


흥미로운 점은, 성과가 더 좋아질수록 이 현상이 더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숫자가 나빠서 확신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숫자가 좋아질수록, 그 성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확신은 더욱 늦춰진다.

이 과정에서 성과는 점점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다음 단계로 이어지기에는 애매하고, 무시하기에는 분명한 상태. 이 애매함이 길어질수록 성과는 방향을 잃는다.

결국 성과는 조직을 움직이지 못한다.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성과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과는 계속 쌓이지만, 그 성과를 기준으로 한 변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장에서 드러나는 것은 성과의 부족이 아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확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이 성과는 어디에서 멈춘 것일까.

성과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순간은,

조직 안의 어떤 지점에서 처음 발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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