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향인일까? 외향인일까?
책은 간단한 내향인 테스트로 시작된다.
공감 / 인상깊었던 내용 소개
P18. 외향인 내향인에 대한 호르몬적 설명
내향인과 외향인은 도파민 수용체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도파민은 행복, 쾌락, 흥분과 관게된 호르몬인데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에 의해 분비된다. 외향인은 도파민이 선사하는 신경적 흥분에 보다 둔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도파민 분비를 부르는 외부 자극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자극없이 지루한 환경을 고통스러워한다.
반면 나같은 내향인은 이완된 상태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호르몬인 아세틸콜린의 분비에 더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이나 새로운 자극, 경험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은 것이다. 이들에게 쉰다는 것은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라, 내 집 거실 소파에 퍼져서 TV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을 뜻한다.
이런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고, 훈련에 의해 바뀌는 게 아니다.
P25. 삶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선택의 기로를 만난다.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안다는 것은 그런 선택의 순간에 중요한 참고사항이 하나 생긴다는 뜻이다. 언젠가부터 눈앞에 인생숙제가 떨어질 때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를 가늠한 다음 결정하게 되었다. 내향인인 나는 한정된 에너지를 한정된 일에 배분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안다.
P. [표현]에는 에너지가 든다.
예민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불만을 타이에게 노출할 때의 부담감을 감당하지 못한다. 또 그 불만을 표현하는 자신을 의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일을 감당하기 어려운 내향인은 그래서 타인을 향한 일에서는 무던하거나 둔감해지곤 한다. 대신 내향인은 상대가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걸 깨달으면 순식간에 돌아서기 쉽다. 그게 상대의 입장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돌변한 것으로 보일 지 모르지만, 실은 무던함으로 방어하면서 수용해주던 불만들이 임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 참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사실 내가 딱 이런 사람이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싸우고 싶지 않고 상대를 나 때문에 무리하게 바꾸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왠만한 건 그냥 넘어가는 편인데 한 번 폭발하면 그 넘어갔던 것들이 생생하게 돌아오더라.
P73.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되도록 일대일로 만나 서로에게 몰입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듣고 교감하는 편이 더 좋다.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을 내 세계로 초대하고, 나도 상대의 세계에 들어가서 또 다른 인생체험을 하는 게 좋다.
낯선 사람이 바글바글한 모임에서 한껏 어른스러운 척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공허한 만남에 마음이 허해서 편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는 한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제야 좀 채워진 것 같은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는데 휴대폰 화면에서 점멸하는 친구 이름을 보고 무언가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도 그런 불편한 모임에서 처음 만나 친해진 것이었다.
P88.
전에 책을 쓰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내향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최종 목적지만 바라보며 최대 속도를 내는 식으로 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목적지를 정해놨으니 가다 보면 도착하겠지」
그저 이런 마음으로 눈앞에 놓인 길을 조금씩이라도 부지런히 가는 모습이었다. 출력이 높은 기관을 가진 외향인들은 단 한 번만으로도 폭발한 듯 속도를 내어 멀리 나아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차피 달린다는 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일이다. 내향인들이 팔순 노인이 운전하는 차처럼 달리면서 자꾸만 주유소에 들른다고 해도 가야 할 곳에 도착하면 그만이다.
P129.
오히려 행복은 충격적으로 좋은 일이 일어난 지 한참 후에 찾아온다. 그 일의 영향으로 좋은 결과물을 조금씩 체감하게 되거나 멀찍이 물러선 입장에서 곱씹을 때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 이것도 딱 나라서 너무 공감되었다. 직장인이 되고 3년차가 될 때까지 일에서 큰 성과를 내거나 보너스를 엄청 받아도 만족이나 기쁨 같은 걸 느끼지 못했다. 그땐 내가 그만큼 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그런 데서 행복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살면서 가장 큰 만족과 행복감을 느낀 것은 내 인생의 큰 선택들을 모두 스스로 결정해왔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끝낼 때 이만큼 해서 좋았다. 이 곳이어서 좋았다. 이걸 선택하길 잘했다. 그동안 나는 확실히 성장했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을 때. 지난 시간동안 최선을 다한 스스로를 체감했을 때 였다.
P134.
단조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내향인이 실은 더 재미있게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상의 사소한 자극에 감응하지 않는 외향인은 이벤트나 성취를 통해서만 재미를 느끼지만 내향인은 재미의 역치가 훨씬 낮기 때문에 더 작은 수고로도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내향인은 쉬고 있을 때조차 뇌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P177.
수렴 성향의 내향인들에게 생각이란 도구이기도, 짐이기도 하다. 생각이 번식하면서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남보다 앞선 사고로 타인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의 덫에 갇히면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생각에 자꾸 사로잡히는 내향인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움직이는 것, 행동하는 것이다.
P201.
가끔 이유 없는 우울감이 찾아올 때면 이 어두운 놈이 익숙한데도 어떻게 대면해야 할 지 매번 난감하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왜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왜에 골몰한다는 것은 우울감에 독이나 다름없는 과잉사고와 연결되는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신을 영적 피조물이 아니라 동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우울이 뇌의 작용과 호르몬의 분비로 일어나는 일이니만큼 몸의 조건을 바꿔주면 그에 맞게 반응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우울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밤에 덜 깨어 있어야 한다. 걷거나 뛰면서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을 한다. 청소나 정리처럼 머리를 비운 채 움직일 수 있는 일들에 몰두한다. 전문가들이 우울감에 대한 처방으로 항상 말하지만 사람들이 우습게 듣는 조언이 산책하기와 햇빛 쬐기이다.
기쁨, 즐거움, 쾌감, 같은 감정들과 함께 우울감이라는 녀석도 잊을 만하면 다녀가는 친구쯤으로 여기고 살아갈까 한다.
이 책은 표지에 공감 에세이라고 써놓은 것처럼 쉽게 잘 읽히는 책이었다. 특히 내향인 성향이 강한 나는 뭔가 쓸쓸한 밤, 나를 잘 아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다시 읽고 싶어질 것 같다.
1.
저자가 말한 내향인의 특징 중 하나인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것. 나도 이걸 불편하게 느낄 때가 굉장히 많은데 책의 마지막 장에 써 있던 이 문장이 그런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해 주었다.
어쩌면 내향인은 행복의 가성비가 좋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본성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보듬어주려고 하는 작가의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무언가를 바꾸려고 무리하게 노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잘 활용할 줄 아는 게 성숙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