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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Oct 22. 2019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퇴사 후의 삶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퇴사 후 자신의 가게를 창업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신 분들의 꽤나 현실적인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저자에 대해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소개문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개인적으로 제목만 봐도 다 읽어보고 싶어지더라.


브로드컬리 편집부는 독립적인 관점에서 자영업 공간들을 연구한 결과물을 잡지의 형태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5개의 발행물이 있네요. 누구나 한번쯤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법한 것들이고, 실제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4호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3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2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1호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아래는 본문 중에서.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 미래가 없었다. 언젠가는 결국 회사 밖으로 나가야만 할 텐데, 밖에선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걸 느꼈다. 회사 밖의 노후를 상상하면 눈앞이 깜깜해지더라.


- 주어지는 일을 수행하는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거 같다. 일이라는 게 내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되면서, 직업을 생계 수단으로만 대하는 건 맞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 애초에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 퇴사한 게 아니었다. 새로운 시도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몸은 좀 힘들어도 즐겁게 일하면서, 기술적으로도 꾸준히 발전하고 싶다. 






워라밸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더 생겼는지?

-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식당을 시작하면서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7천만원어치의 책임감. 내 일에 대한 책임감, 혹은 그 보람, 워라밸은 아마 그 다음이랄까?ㅎㅎ



시간적인 자유를 기대했으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온종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걸로 돈도 벌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피드백도 돌아온다. 취미로 즐겼냐, 일로 즐기냐 문제지, 요리하는 즐거움엔 변함이 없다.





퇴사 후 창업해서 좋은 점은?

- 첫째로, 내가 기울인 노력이 가시적인 피드백으로 연결돼서 좋다. 회사 다닐 때 매번 아쉬웠던 게,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아 보기 어려웠다는 거다.



셋째로,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좋다. 회사생활엔 언젠가 끝이 있을 텐데, 결국 다시 혼자가 될 거라면 차라리 이렇게 일찍 일을 벌인 게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내 원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보기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 같다.



- 하고 싶은 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당장의 연봉보다 큰 만족을 주는 거 같다.



일구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리가 맞는 건지, 맞는 방법인 건지, 제대로 일구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삶을 일구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을 느낀다



- 노력하는 만큼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그게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된다. 남의 일 말고 자기 일 하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다. 회사에선 바쁘고 야근하면 싫었는데, 여기선 바쁜 게 기쁘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 좋아하는 동시에 잘 해낼 수 있어야 직업으로 삼아도 좋을 거다. 좋아하면서도 잘 해낼 수 있는 일인지 확인이 필요할 거다. 근데 이건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거 같다. 디자인을 직업 삼으면 불행하고, 요리를 업 삼으면 즐거울지, 대학생 시절의 내가 알 수 있었겠나?



퇴사 후에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머릿속으로만 계획하기보다, 일단 부딪쳐 경험해 보길 권하고 싶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엔 환상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환상이 현실로 닥쳐올 때, 즐거움이 될지 괴로움이 될지는 스스로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좋아하는 일에도 종류가 있는 거 같다. 취미로 즐길 때 재미있을 정도로만 좋아하는 일도 있는 거 같고, 직업으로 삼아도 변치 않고 좋아할 만한 일도 있는 거 같다






퇴사 후 힘들었던 점은?

회사는 인프라를 제공해주지 않나?

* 뼈 때리고 정확한 한 마디다.


서점이든 회사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의 비율은 1:1:1로 비슷한 거 같다.  



- 망하는 게 걱정이었기보다 장사가 안된다고 했을 때, 버틴다면 몇 달이나 버텨야 할지, 적자는 얼마까지 감수해도 괜찮을지, 그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마음을 불안하게 했던 거 같다



- 페이스 조절이 참 어려웠다.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해야 능률도 오르고 오래도록 일할 텐데, 의욕이 앞서다 보니 점점 삶의 균형이 무너졌다. 뭐든 멋대로 하는 게 즐거울 때도 많지만, 때로는 정말 외롭고 무섭기도 하다.






 왜 지금의 일을 택했는지?

경쟁이 덜 하고 전망이 좋은 업종을 찾은 게 아니었다. 오래도록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우선순위였다. 되도록 나답게, 의미 있게 먹고살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답이 멀리 있지 않더라. 좋아하는 책과 음악을 곁에 둘 수 있고, 디자인 기술도 꾸준히 활용하고,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업종이 서점이었다. 


오픈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태 계속 배우고 있다. 서점의 문을 여는 하루하루가 서점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금전적인 논리보다, 좋아서 선택한 동네에서 일하고 싶었고, 주변의 풍경 또한 그러길 바랐던 거 같다.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

퇴사할 거면 빨리하고, 안 할 거면 괜히 답 없는 고민 붙잡고 계시지 말고, 재밌게 회사 다니시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 있든 내가 즐거운 게 우선 아니겠나.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괜히 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직접 겪어보며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이 쌓였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겠나? 구태여 논리를 따져가며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 관두고 싶다는 고민만으로도 퇴사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눈을 감으면 잠이 들고 몸이 회복되듯이, 퇴사 뒤에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나아갈 길이 보일 거다. 부디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길 바란다.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보이려고, 너무 노력하다 보면 퇴사가 회사보다 오히려 무거운 족쇄가 될 수도 있다.



- 좋아하는 일로도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접근이 중요할 거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로, 본인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숫자로 꼭 고민해 보길 바란다.



- 그래도 이번 서점을 통해, 직접 해보기 전엔 알 수 없었던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다. 서점에서 얼만큼의 수익이 날 수 있는지, 어떤 위치에서 운영하는 게 좋을지, 어느 정도 여윳돈을 들고 시작해야 할지, 이제는 감을 가지고 있다. 안 해봤으면 몰랐을 거다. 비록 이번 서점의 문은 닫게 됐지만, 그간 쌓아온 경험을 통해 새로운 서점에서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고생이 곧 불행은 아니다. 편함이 행복과 같은 말이 아니듯, 고생스럽더라도 불행하지 않게 살아갈 방법은 회사 밖에도 많다. 죽으면서 못해본 걸 후회할 거만 같은, 확실하게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감히 퇴사를 추천해주고 싶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을 살고,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퇴사를 결심한 기준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퇴사 후의 현실적 삶이 가감없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넘사벽의 성공을 이룬 자들이 좋아하는 일을 해라. 마음을 따라라 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 주변에 있을 법한, 나와 비슷한 도전을 하고 있을 법한 분들이 주는 현실에 발을 딛은 조언들이라 마음에 더 와 닿았다. 


주로 식당, 서점 등을 창업하신 분들 위주의 이야기였는데 장사가 잘 되고 있는 분, 잘 되지 않아서 문을 닫는 분도 있다. 대부분의 미디어는 잘 되지 않은 경우는 다루지 않는 것에 비해 이 책에서는 다양한 케이스들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퇴사할 때 통장잔고가 얼마 있었는지, 얼마의 자금으로, 어떻게 시작했는지 등 솔직한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어 나의 상황과 비교해보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퇴사 전후의 생각 변화를 알 수 있어서 퇴사를 간접체험하는 기분이었다.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 퇴사를 고민할 땐 회사생활에 힘들고 지쳐있는 상태라 회사의 좋은 면이나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나의 판단이 어딘가 한 쪽에만 치우치진 않았는가 생각해봐야 할것들을 놓치진 않았는가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없이, 내가 생각한 대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삶

인터뷰한 분들은 모두들 돈, 시간, 좋아하는 일 등 모든 것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1가지를 확실히 취하기 위해 다른 것들을 감수하고 책임지며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어느 것 하나 단 번에 얻으려는 것 없이 하루종일 일에 매달려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도 이것들은 모두 필요한 과정이며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택과 실행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하나일뿐, 여기서 배운 것을 살려 다음을 준비할 것이라는 마인드도 돋보였다. 




이 책 전체를 통틀어 나는 이 한 구절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 

무엇을 선택하던 간에 그것이 끝이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는 자세.


일구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리가 맞는 건지, 맞는 방법인 건지. 

제대로 일구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삶을 일구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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