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세편살의 끝판왕,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니트족이 쓴 하지 않을 일 리스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저자 소개
니트족 ; 무직이며 노동의욕 또한 없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
이 책의 저자는 니트족이다. 사실 그는 명문 교토대 출신으로 25세에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일을 했다. 그리고 4년 후, 그는 무작정 퇴사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곳에 출근하며 일하고 싶지 않다. 마음껏 자고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 오던 그는 셰어하우스에 살며 주거비를 줄이고 좋아하던 블로그로 1달에 5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벌며 초미니멀리즘의 삶을 살아간다. 블로그가 유명해지면서 책을 출판하고 매스컴에 등장하며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니트족이 되었다. 그의 나이 올해 43세. 여전히 니트족의 삶을 살고 있다.
TO DO LIST
MUST Have ITEM
20대에 꼭 해야 할 것들 등등
꼭 해야 할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하지 않아도 될 36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글에서는 36가지 중 몇 가지에 대해 기록하려 한다.
그는 집, 물건 등 무언가를 소유하는 대신 렌탈이나 셰어 서비스를 이용한다.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소유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관리 및 유지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기서 재밌는 건 [주의자원]이라는 개념이다. 관리 및 유지에는 돈만 드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도 쓰인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에너지가 소모되며 인간의 주의자원은 유한하기에 하나하나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파악하고 그 이외의 것들을 사지 않는다. 물건뿐만 아니라 머릿속 생각이나 정보도 필요한 것만 남기려 노력한다. 머리로 생각만 하면서 생각을 비대하게 키우기보다 종이에 쓰면서 가볍게 깎아 나간다. 종이에 뱉어내는 과정을 거쳐 불필요한 부분 (인지의 오류)를 없애가는 것이다.
최대한 무언가를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이지만 책만큼은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한다. 책을 만지고 페이지를 넘기고 줄을 치는 등 독서의 비언어적 행동이 정보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 많은 문장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그는 중요한 정보일수록 종이책으로 읽고 노트에 손수 정리한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디지털화해서 필요할 때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그가 말하는 노력하지 않는다의 의미는 포기한다가 아니다. 무언가를 해낼 때 무리하게 노력해서 몸과 마음에 부담을 주기보다 힘을 빼고 해내는 방법을 찾자는 이야기이다. 가장 먼저 피곤함이나 무기력함에 민감해질 것을 권한다. 피곤함이나 질병은 몸이 보내는 SOS이므로 무시하기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기적으로 쉬어주는 것이다.
진로나 커리어 등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도 매일 밤낮으로 고민하기보다 잠시 방치해두는 걸 추천한다. 뇌의 정보 정화와 문제 해결기능에 맡기라는 이야기다. 선택에 필요한 자료들을 머릿속에 넣고 얼마간 그것들을 모두 잊거나 수면을 취하는 등 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실제로 수면 도피라는 것이 있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발언은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한 포지션 토크라고 말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결국 100% 옳은 것도 100% 잘못된 것도 없다는 것이다. A가 맞아, B는 틀려.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단순 명료하고 분리하기 쉬워 편하지만, 결국 단조롭고 각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각자의 포지션 토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보이지 않던 단면이 보이고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곧 돌고 돌아 내가 편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결국 인생은 이기기도 지기도 하는 게임이다. 아무리 완벽한 사상이라도 원리주의는 막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완벽만 추구하기보다 어느 정도의 타협이나 적당함,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갖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36가지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적어낸 저자도 항상 이것들을 지키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200페이지 가량 되는 이 책에서 저자는 쉬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에 각자 스스로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작년 휴식기를 가졌을 때가 떠올랐다. 쉼과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서 1년 이상 퇴사를 생각했지만 조건이 좋았고 좋아하던 직장이라 쉽사리 퇴사할 수 없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도 결국 무엇을 버리겠는가였다. 안정적인 타이틀과 연봉이냐, 지금밖에 없는 나의 시간과 휴식이냐. 이 사이에서 저울질을 했다. 결국 필요 이상의 돈보다 꼭 필요한 시간을 택했고 그 결정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오래도록 간직할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 몸이 내 의지만큼 힘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평소에 충분히 쉬고 운동해야 하는 것.
대책 없이 퇴사해서 매일 먹고 자고 책만 읽어도 내 인생은 망하지 않는다는 것.
반년 정도 쉬어도 커리어를 인정받고 재취직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휴식을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충분히 휴식한 나는 다시 도약하는 사람이라는 것.
저자가 말했듯 결국 인생은 내가 해야 할 것, 해야만 하는 것을 알아가고 실천해가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