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빨리 실행하고 빨리 실패하기
경험의 가치는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된다는 것도 있지만, 싫어하는 것과 피할 것도 알게 된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는 듯하다. 아닌 것을 하나씩 지워서 결국엔 맞는 것들이 내 곁에 남아있도록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경험의 가치가 아닐까.
무릎 재활이 끝나갈 무렵, 본격적으로 퇴사 후 딴짓(이라 쓰고 허튼짓일지도 모를 것들)을 시작했다. 그동안 상상만 하던 것들을 실제로 저질러 보기로 했다. 마음을 따라 여기저기 가볍게 발을 넣어 보며 6개월을 보냈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진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번듯한 결과는 없고 1원도 벌지 못했다. 하지만 해 본 후에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어떻게 계속 발전시켜야 할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 이것은 백수로 지낸 6개월 동안의 작은 몸부림의 기록이다.
(이 글은 저의 기록이자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될 법한 정보들을 간추린 글입니다)
도전 1. 일본 취업 상담서비스
도전한 이유
우선 내 취직 경험과 현지에서의 업무 경험을 살리면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7년 전, 나는 자소서부터 면접까지 전부 혼자 준비해서 일본에 취업했다. 이후에 2번 이직을 했고 그 또한 혼자 준비했다. 업계나 기업에 대해서도 페이퍼 상의 정보가 아니라 6년 간 영업을 하며 얻은 진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은 없지만 내가 해 온 제안영업은 결국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매칭 포인트를 기획하여 제안한다는 과정에서 취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취업이라고 검색하면 취업연계 프로그램의 광고로 넘쳐나는 상황에서 현지에서 일하며 상담을 해 주는 것은 나름의 차별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뭘 했는지?
가장 먼저 블로그에 일본 취업에 대한 글을 올렸다. 공저자로 참여한 책 정보도 바로 보이도록 공지사항에 올려두었다. 그다음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 카페에 들어가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댓글을 달았다. 시작은 시장의 니즈 확인과 이 일이 내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라 생각하고 무료로 엔트리시트 첨삭을 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느낀 점이 있다면?
총 3분께 의뢰를 받아 엔트리시트를 첨삭해드렸다. 내가 카페에 남긴 댓글로 1분께 연락을 받았고, 그분의 첨삭 후기를 보고 2분께 연락을 받았다.
그 외에 3가지를 깨달았다.
먼저, 일본 취업준비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실행 횟수가 적어 수요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지만 내가 쓴 단 몇 개의 댓글과 블로그의 글만으로 3분이나 의뢰를 주셨다. 제대로 콘텐츠를 정리해서 플랫폼을 이용하면 좀 더 의뢰를 늘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고객을 위하는 동시에 나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첨삭을 하면서 문득, 나는 뭘 새로 배우고 있지? 뭘 얻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본 취업에 대한 글을 쓰고 첨삭을 해 주면서 얻게 되는 기업과 채용에 관한 정보, 엔트리 시트나 면접을 준비하는 방법론에 대한 지식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정신적 만족감을 느끼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듯했다. 일의 지속성과 만족감을 고려했을 때 일을 통해 쌓이는 것들이 결과적으론 나를 위한 것이어야겠구나 라는 걸 느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생각을 끌어내서 그것이 잘 전달되도록 좋은 표현으로 정돈하는 작업이 재밌었다. 나의 첨삭 과정은 엔트리 시트를 읽은 다음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해 지원자의 생각을 묻고, 그 생각이 더 잘 전달될 수 있게 문장을 정리하고 조언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과정에 몰입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광고 일을 할 때 이미 느꼈던 마음이었다.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이 마음들에 내가 이런 작업을 좋아한다는 것에 확신이 생겼다.
현재 상태는
보류다.
이건 나를 위한 일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스스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형태로 일하려면 단순히 엔트리시트 첨삭이 아니라 지원자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기 원하는지, 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지에 대한 사전 정리 작업부터 함께 준비하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비스로 제공하려면 사전 정리 작업에 대해 준비가 필요한데 나를 위한 일인지 아닌지 납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디까지 파워를 써서 준비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일단은 보류하기로 했다.
아니. 길게 뭐라 뭐라 썼지만 더 파고들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지 못한 것.
이게 전부인 듯하다. 이 일을 버려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미지근하다.
알게 된 것
뻔한 이야기지만 내가 가진 스킬이나 정보를 잘 다듬고 발전시키면 정말로 누구나 지식창업을 할 수 있다.
스킬 공유 플랫폼은 꽤 다양한데 한국에는 이미 유명한 크몽, 탈잉, 숨고 등이 있고, 최근에 퇴사 학교에서 론칭한 커리어 셰어라는 서비스도 있다. 스킬 공유가 아닌 프리랜서로서 일을 수주하는 범위까지 넓히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 많다. 게다가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이런 플랫폼에서 부업으로 성공하신 분들이 어떻게 준비했고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알려주기까지 한다.
참고로 일본의 스킬 공유 서비스는 코코나라, 스토아카, 사이타, 멘타, 타임티켓 등 한국보다 종류가 더 다양하다. 이런 사이트들에 들어가 보면 정말 별별 강좌들이 넘쳐난다. 생선 손질하는 법, 구두 닦는 법부터 시작해서 outlook과 단축키 활용법, 프레젠 자료 작성법 등 비즈니스 장르의 내용도 있다. 정말 지식창업이라는 말이 와 닿는 건 2시간에 5000원으로 시작했던 강의가 몇 년 뒤 기업연수에 초청되는 수준으로 성장해서 똑같은 2시간으로 보통 회사원의 월급 이상을 번다는 것이다. 나는 일을 하며 그런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기에 실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플랫폼들의 존재와 어떤 스킬들이 어떻게 수익화되고 있는지 알게 된 건 이 도전에서 얻어진 부수입이었다.
도전 2. 블로그로 돈 벌기
도전한 이유
단순히 일기 같은 느낌이었지만 대학생 때부터 블로그를 써서 그런지 그냥 친숙했다. 블로그에 글 쓰는 게 좋았고 장소에 상관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뭘 했나
전직 온라인 마케터를 하시던 분이 운영하는 30일 블로그 글쓰기 과정을 신청했고 일단 매일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결과는?
4일 만에 그만뒀다.
일단 예상치 못하게 다리수술을 하는 바람에 1일 1 글을 실천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단 4번 만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과 누군가가 원하는 글을 써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걸 알았다. 매번 다른 주제로 글을 써내야 하는 과제들을 보며, 내가 어떤 글을 쓰길 원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나는 나 혹은 누군가의 경험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쓰길 좋아했다.
굳이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면 내가 만들고 싶고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서 애드포스트나 구글 애드센스를 노리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상태는
마케팅 수단으로써 블로그의 유용성에는 동의하지만 블로그 자체로 돈을 버는 일은 선택지에서 지웠다.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조심스레 써넣었다.
알게 된 것
블로그에는 종류가 있다. 흔히 쓰는 네이버 블로그 이외에 다음의 티스토리와 워드프레스로 직접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블로그로 돈 버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1. 네이버 애드포스트, 구글 애드센스
네이버 블로그의 애드포스트는 한 달에 몇만 원 정도의 수익이기 때문에 큰 수입을 기대하긴 힘들다. 워드프레스의 경우 처음에 블로그를 만드는데 조금 공부가 필요하지만 잘 키우면 어필리에이트만으로 꽤 수입을 얻을 수 있다.
2. 제휴 마케팅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대신 온라인 상에서 대신 광고를 해 주고 돈을 받는 일이다. 제휴 마케팅으로 일을 따는 방법에는 직접 광고 의뢰를 받거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플랫폼에는 애드픽, 디비디비 딥, 텐핑, 아마존 어필리에이트가 있다.
3. 글 쓰고 원고료 받기
4. 블로그 공구 / 마켓
쇼핑몰보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고 오픈 시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 모임 열기
자기 블로그에서 모임을 모집하고 소정의 모 임료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직접적으로 돈을 받진 않지만 체험단도 있고 자신이 팔 물건이나 서비스를 가진 분들의 경우 더욱 블로그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방법을 안다고 단시간에 수익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쓰며 블로그 자체의 영향력을 먼저 키워야 하는 것을 알았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