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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Jun 25. 2020

귀차니즘이 몰려온다면


귀찮다는 감정만큼

성가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귀찮다~~를 입에 달고 살던 호타루



일을 쉬는 동안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에 출근하기로 다짐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놈의 귀찮다는 감정 때문이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거나 간절함이 부족했다거나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정적 순간에 쐐기를 박은 것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든 귀찮다는 마음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매일 도서관에 가는 것은 어느 하나 나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좋은 것 투성이 일지도 모르는데 귀찮다는 3글자는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요즘 귀차니즘이 다시 발동 중이라 마음을 다잡고자 그동안 모아 온 귀찮음에 대항하는 방법들을 총정리해 보았다.








만약 내가 따뜻한 방에서 잠도 잤고 삼겹살도 구워 먹었고 유튜브, 인스타, 브런치도 한 바퀴 산책하고 왔는데 해야 할 건 안 하고 귀찮아서 널브러져 있다면.

그 감정이 어디에서 온 건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다.


1. 기대감, 실패에 대한 불안

 잘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어서 머뭇거리다 귀찮아로 발전하는 타입.


2. 가치 판단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돈이 돼? 하면서 어느 시점부터 안 하는 타입.


3. 어떻게 할지 확실히 모름

 선택지가 많아서 일단 골라야 시작하는데 그것부터 귀찮음.

 혹은 할 건 정했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아직 몰라서 일단 미루는 타입.

 

4. 지연

아직 시간 많아. 하루 만에 할 수 있어하면서 미루는 타입.



귀찮다..라는 감정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내 마음을 종이에 적어본다. 그리고 냉장고에 가서 어제 사놓은 과일을 꺼내온다. 와그작 와그작 거리며 잠시 동안 종이에 적힌 글자들을 멍하니 바라보자. 진짜 그런가? 요리조리 관점을 바꿔가면서 내 생각이 어떻게 보이는 지 생각해보는 거다. 과일이 없다면 일단 모자를 눌러쓰고 종이를 들고 공원으로 나간다. 공원에 가만히 앉아 새들의 지저귐을 BGM 삼아 글자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 과정마저 귀찮을 수 있는데 안타깝지만 이것만큼은 그냥 이겨내야 한다. 나는 대체 왜 이 모양이지? 좌절하는 분들을 위해 1가지 위로를 하자면 우리는 모두 인지적 구두쇠다. 깊고 복잡한 걸 싫어한다. 생각하고 고민해서 선택까지 해야 하는 의사결정은 늘 힘들고 귀찮다. 뭔가를 바꾸는 것도 싫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 이게 뇌와 심리가 설정한 디폴트 값이다. 그래야 에너지를 덜 쓰고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귀찮음은 에너지를 아끼려는 생존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어제 잠도 잘 잤고 삼겹살도 먹었다면 아마 뇌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야 할 것 같다.



괜찮아. 네가 이걸 해도 생존에는 아무 문제없어.
내일도 삼겹살 먹을 수 있다고!!
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때?



뇌를 충분히 설득했다면 이제 작은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 해야 할 것, 하는 생각들을 쭉 적어보고 당장 해야 할 것 딱 1가지만 고른다. 내일은 이 1가지만 착실하게 실천한다! 얍! 하고 3번 외쳐본다. 괜히 오버해서 3개씩 정하지 마시길.. 오늘 1개도 못했는데 내일 3개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완벽할 필요도 없다. 일단 중간만큼만 하는 것도 좋고, 10분만 해 보는 것도 좋다. 누워서 떡먹기만큼 쉽게 할 수 있는 만큼만 목표로 정하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좋은 것은 그냥 생각을 안 하는 거다. 귀찮고 뭐고 아무 생각 없이 어젯밤 의지를 불태워 스케줄러에 넣은 일정대로 몸을 움직여보자. 오늘 하루 나는 일정대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주문을 외며 무념무상으로 그냥 하는 거다.


 



마지막.

여기까지 노력했는데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널브러져 있다면 그 일은 때려치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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