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상과 기록들을 그냥 방치하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묶어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1.
존재
구직활동도 일상도 조금 버겁다고 느낀 이유는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어도 증명하지 못하면 취직도 관계도 단절되기 쉽다. 존재함에도 증명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부정하기 참 쉬운 시대다.
2.
마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잘 들여다보면 반드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찾으려 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성취한 것이 바깥 현실을 바꿀 것이다.’
- 그리스의 작가 플루타르크
3.
이런 사람이고 싶다.
단순하게 중요한 것만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고 싶다. 서툴러도 진솔한 주관을 갖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이고 싶다. 돌이켜봤을 때 내 인생은 이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언제까지 살 지는 모르겠지만 몇 살이 되었든 '저, 열심히 살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4.
결핍과 나
언젠가 내가 세운 목표들이 진짜 '나'의 목표인지, '나의 결핍'이 세운 목표인지 혼란스러운 적이 있었다. 좋은 집, 돈, 안정 등 20대 내내 목표로 했던 것들을 마침내 이뤘거나 고지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내가 매일 느끼고 있던 감정은 허무함과 불안이었다. 돌아보니 나의 목표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결핍과 이어져 있었고 결핍에 의한 성취가 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진 않는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았다.
그래서 문득 '지금의 목표도 결핍이 세운 목표가 아닐까' 하고 불안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나의 목표는 뭘까?
나를 구성하는 요소 중 결핍과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 있을까?
책을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김경일 교수님의 영상이 힌트가 되었다.
want VS like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들은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전혀 관련 없는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want는 나만 없거나 내게 없는 걸 가진 사람을 볼 때 느끼는 불안과 고립감이 초래하는 행동이나 목표로 일시적인 만족을 준다. like는 다르다. 주변과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떠올리고 기억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만족을 준다.
그럼 나처럼 내 목표가 결핍과 욕심의 want인지, 나에 의한 like인지 헷갈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목표로 하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조금도 원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것이 없어도 불편함이 없고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면 want, 계속해서 떠올린다면 like다.
그렇게 검증했다면 그다음은 세상에 좌우되는 want를 버리고 흔들리지 않는 like에 집중할 용기를 내는 것이다.
5.
단 한 명만 있으면 그 사람은 산다
유튜버 엔조이 커플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왔다. 두 분은 코미디언에서 유튜버로 전향한 분들인데 자신을 바꾼 것이 무엇인지 묻자, 남자분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이 길밖에 없는 것 같고 유일한 이 길이 막혀버린 것 같아서,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옆에서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나 개그맨 안 해도 돼? 진짜?”
“응. 괜찮아! 안 해도 돼.”
이 말을 듣자 되려 힘이 생겼어요. 그래서 말했죠.
“나 한 번만 믿어줘. 내가 진짜 뭘 해서라도 너는 먹여 살릴게. 그러니까 나 믿어줘.”
이상하게도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를 위할 때 더 큰 한계를 넘는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스스로를 의심한다. '잘한 일일까? 할 수 있을까?'를 되뇌인다. 이럴 때 곁에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말한다. '너의 결정이 맞다. 너라면 할 수 있다.' 그때 그 사람은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