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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의 만남

의외의 영혼

by 별새꽃


새벽 처제하고 부르는 소리에 깼다.

처제라고 부를 사람은 형부밖에 없다. 큰 형부

30년 전 자식 다섯을 두고 홀연히 사라진 형부

큰 형부는 직업군인이었다. 친정부모님께는 잘 살뜰하게 챙겼지만 언니랑 조카들과 함께 산 날들이 기억에 거의 없다.


내가 기억하는 형부는 국민학교 소풍을 갔을 때 김밥과 사이다를 가져다준 기억 그리고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던 것, Px에서 근무해서 소시지 남들이 먹지 못했던 가공식품을 먹은 기억이다.

왜 가출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니랑 함께 살았던 기억은 거의 없다.


언니는 언니대로 장사를 한다고 살았고 형부는 군생활을 하며 살았기에 오손도손 산 기억이 없다.

처제 미안해 나도 왜 가출을 했는지 이해가 안 돼

나는 가출해서 제대로 살지 못했어. 자식을 두고 나간 사람이 제대로 사는 게 이상하지. 길거리를 떠돌며 정처 없이 살다 길에서 생을 마감했어.

자신의 죽은 날짜를 말해 주었는데 지금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고

커피와 담배 그리고 라면을 신전에 올려 달라고 했다.

골초라서 담배는 끊지 못했고 배가 고파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참 기구한 운명이다. 자식과 아내를 두고 가출해서 홀로 떠돌다 세상을 홀로 갔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외사촌 오빠가 나왔다. 큰 이모의 둘째 아들이다.

큰 이모는 어릴 때 오빠가 큰 병을 앓고 있었을 때 시아버님이 심마니셨는데 몰래 오빠에게 먹여 오빠는 살리고 시댁 아버님은 그 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값을 치르고 먹어야 하는데 이모는 급한 마음에 그냥 엄마에게 물 한 그릇 떠놓고 절을 시킨 다음 산삼을 먹였다고 했다. 함부로 먹이면 안 되는데 훔쳐서 먹여서 이모네 식구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많았다.


외사촌 오빠는 성실하게 살다 바람이 나서 올케 언니를 두고 다른 살림을 살다 들켜서 올케 언니가 농약을 먹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사촌오빠는 술을 먹고 장난으로 목을 맸는데 의자가 쓰러지면서 진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나에게 나타나 오빠에게 웃으면서 바보처럼 살다 갔다고 죽고 싶어 죽은 게 아니라고

사촌 오빠 동생에게 전화 통화를 했는데 말투며 웃는 목소리까지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사촌 오빠를 많이 본 나도 아닌데 어릴 때 몇 번 봤을 뿐인데 목소리나 웃음소리를 내가 어찌 흉내를 낸단 말인가 참 신기했다.


나는 늘 영혼과의 만남은 나의 모든 힘을 뺏기고 내가 아닌 타인으로 마주하는 시간이라 참 힘들었다.


만나리라는 생각도 못했던 큰 형부 그리고 사촌오빠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쉬길 나는 바래고 또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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