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생활

11번째 입원생활

by 별새꽃



11번째 입원생활

5월 30일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곳이다. 8번의 입원 경력이 말해준다.
다시 찾은 폐쇄병동,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반겨주시는 간호사님과 보호사님,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근무하고 계신다.
103병동, 폐쇄병동이다. 두 번에 걸쳐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밖에서의 자유로움은 버리고, 절제된 생활로 병 치료에만 집중하는 곳이다.
나에게 또 주어지는 매트리스 두 장.
교수님은 언제나 환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신다.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되어, 이 병을 완화시켜서 나가야지.
잠시 쉬어가는, 오로지 나에게 주어지는 쉼의 시간으로 만들어가자.

5월 31일
저녁 약을 먹고 9시부터 자기 시작했더니, 새벽 3시에 일어나 경련과 마비로 새벽 시간을 보냈다.
6시 기상 시간에 맞춰 깨어, 읽던 책을 마무리했다.
책을 읽다 경련과 마비로 인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바닥으로 ‘꽈당’ 떨어졌다.
아침부터 쓰러져 바닥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늘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다.
시간이 약이라 여기는 나와는 다르게, 주변 환자들이 더 놀란다.

한 차례 마비가 지나고 나서, 7시 30분 아침 식사 시간.
밥 먹는 것 자체가 병원에서는 힘이 든다.
나온 아침밥을 반도 채 먹지 못하고, 다시 마비로 인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또 떨어지고 말았다.
환자들이 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보호사와 간호사가 오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태연하게 일어나, 침대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

보호사 경력이 적은 분인지, 나의 병에 대해 아직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듯싶다.
신경 쓰지 않았던 혈압이 곤두박질치는 게 신경이 쓰인다.
늘 정상인데도 병원에만 오면 높아지는 혈압.
한때 ‘백의 고혈압’이란 진단을 받았는데, 언젠가부터는 약을 먹으라고 권유받아 복용 중이지만 잘 내려가지 않고 있다.
아침 약부터 약이 추가되었다.

우선 잘 먹고 잘 쉬어야 하는데, 잘 먹지 못하는 게 문제다.
4년 만의 입원. 언제나 그러하듯 적응의 고수라, 젊은 친구와 탁구도 치고 책도 읽으며 또 하루를 보냈다.

6월 1일
입원하고 나서부터 밥 먹는 시간이 최고의 난제다.
밥상 앞에 앉으면 떨림과 마비로 인해 버거움을 느낀다.
집에서는 없던 증상이 병원에서 나오니, 살짝 두려움이 생긴다.
밥 먹는 시간이 두려워졌다.
밥 먹는 시간마다 난 마비로 인해 매번 쓰러져야만 했다.

오후에 갑자기 딸이 병원에 방문했다.
느닷없이 매트리스를 사 온 것이다.
환자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매트리스를 사 오라고 한 것이다.
8번의 입원에서도 그런 적이 없는데, 매트리스까지 사 오라니 화가 났다.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굳이 ‘오더’가 떨어지더니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병원의 상술이 참 놀라웠다.

책임을 지기 싫은 병원, 부담을 주는 병원.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을 탓할 수밖에 없다.
기분이 상해서인지 저녁밥을 먹고 나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환자들과 같이 먹지 못하고 따로 먹으라는 오더가 내려져, 홀로 먹는 와중에 또 쓰러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책상에 누워 있었는데, 보호사는 밥상만을 가져가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충실했다.
그러다 두 번째로 바닥에 ‘꽈당’하고 쓰러졌다.
이번에도 역시 보호사는 그냥 보고, 다시 자신의 일에 충실.

나는 겨우 일어나 침대로 가려다 한 발짝 내딛고 다시 마비 상태가 되어 문을 잡고 서 있어야만 했다.
그때 보호사가 오더니 강제로 의자에 앉히고, 다시 자신의 일에 충실하러 갔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덩그러니 혼자 의자에 앉혀두었으니, 당연히 의자에서 떨어지는 건 안 봐도 뻔한 일인데, 보호사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자기 일에만 몰두했다.

다시 일어나 몇 걸음 걷다가 또다시 마비.
이번에도 보호사는 강제로 끌고 침대로 옮기려 했다.
내 몸은 강제로 옮길 수 없는데도, 환자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간호사와 보호사에 화가 치밀었다.
다시 마비로 주저앉은 나는, 스스로 기어서라도 가려 했더니 보호사가 저지에 나섰다.
나는 보호사를 밀치고서야 침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무례한 보호사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함께 있던 언니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보호사가 병실에 들어왔기에 참다 못한 나는 내 목소리를 냈다.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그러자 보호사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당신만 봐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는 단지 내 상태를 설명하고, “쓰러지면 그냥 옆에서 지켜만 달라.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이전 보호사님들은 먼저 위급한 상황을 조치하고 자신의 일을 보셨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그냥 방치해두는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보호사가 간호사에게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밥은 반 정도 먹고 15분간 쓰러졌고, 바닥으로 다시 쓰러지길 5분, 또 쓰러지길 10분...”
자꾸만 쓰러진다고.

내가 쓰러지고 싶어서 쓰러지는 것도 아닌데, 병이라서 쓰러지는 건데.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보호사라는 직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