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보호용 헬멧
머리 보호용 헬멧
10년 동안 아무 데서나 뒤로, 옆으로 쓰러지며 살아왔다.
오늘은 결국 머리 보호용 헬멧을 구매했다.
세탁물을 건조기에 넣기 위해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다가 베란다 문에 꽝 하고 머리를 박았다.
늘 박으면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이제는 겁이 난다.
부딪히는 순간 꽝 소리도 굉장히 컸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멀쩡했던 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제는 걱정이 된다. 나이도 있고, 워낙 오랜 시간 동안 머리를 부딪혀 왔기에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뇌진탕이나 뇌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는 늦추어선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바로 주문했다.
아기들이 쓰는 헬멧은 예쁘고 종류도 많지만, 어른들을 위한 것은 다양하지 않다.
노인용 머리 보호 헬멧이다.
가격도 다양하다.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까지.
나는 일단 저렴한 가격의 것을 구입했다.
이제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해서, 방심했던 머리를 보호하고 더는 고통이 없길 바랄 뿐이다.
모양새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남들이 보는 시선은 상관없다.
나는 남들의 시선에 크게 관심 두지 않는다.
중년의 나이면 대부분 염색을 하지만, 나는 염색을 하지 않는다.
시어머님도 만날 때마다 백발이라며 "할머니 같다"고 무심코 던지는 말이 속상하지만,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흰머리가 늘었다.
그래서 나는 염색을 서너 번밖에 하지 않았다.
딸 결혼식에 어쩔 수 없이 사위가 염색하라고 해서 했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염색약이 모공으로 스며들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눈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노안에다 눈물샘이 막혀 수술까지 앞둔 입장에서,
남의 시선 때문에 염색까지 한다는 것은 내게 사치라고 생각한다.
미용실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조차 어려울 정도로, 잠깐 사이에도 마비로 인해 힘이 든다.
그런 상황에서 염색까지 한다는 건 너무 무리다.
남의 시선보다 나의 건강이 먼저다.
당당하게 살고 싶다.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멋진 인생이라고 나는 믿는다.